1 발행 경위
2000년 7월 19일부터 발행된 일본의 지폐.
2000년 개최된 제 26회 큐슈-오키나와 G8 정상회담 개최에 맞춰 그동안 일본 사회에서 소외 내지 배척받았던 오키나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일본을 제외한 여타 G8 국가들에서 20단위 화폐가 다량 유통되고 있는 점에 착안해서 소비 증진, 관련업종의 신규사업 유발[1] 등을 위해 1999년 10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의 제안으로 일본 엔 사상 최초로[2] 2천엔권을 발행하기로 하였다. 일본에서 새 화폐가 발행되는 것은 58년 1만엔권이 발행된 이후로 42년 만이었다.
최초 발행된 2천엔권의 일련번호 1번은 일본은행 화폐박물관에 전시용으로, 2번은 앞면 모델(?)인 슈레이몬이 있는 오키나와 현에, 3번은 신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발행 2개월을 앞두고 과로로 급서한 오부치 전 총리의 부인인 치즈코(千鶴子) 여사에게 각각 기증되었다.
2 화폐의 특징
단위의 특이성뿐 아니라 오랜만에 화폐 표면 도안으로 오키나와 슈리성의 슈레이몬이라는, 인물이 아닌 사물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배면에는 일본의 국보인 '겐지이야기 연작그림(源氏物語絵巻)' 중 한 장면과 겐지 이야기의 작가인 무라사키 시키부의 초상화가 담겼다. 또 홀로그램, 복사 방지 입체 잉크[3], 특수 조판 등 당시로선 최신 위조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화제가 되었다.
3 문제점
화폐발행이 충분한 검토 없이 다소 이벤트 성으로 외국의 사례만 보고 결정된 탓에 여러가지 문제가 터져나왔다.
- 일단 화폐발행기간이 너무 촉박해서 ATM이나 자판기 등 관련 기기들이 발행 시기에 맞춰 2천엔권 처리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발행되기도 전에 '2천엔권은 불편한 지폐'라는 인식이 생겨서 수요가 급감했다. 발행 당시 2천엔 권 취급이 가능한 ATM은 오키나와 은행, 류큐은행 등 손에 꼽혔다.
왠지 한국의 5만원 권 발행됐을 때를 보는 것 같은데
- 구미권에서 20단위 화폐가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소액권을 사용함으로써 도난,강도나 화폐 위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등 전통적인 이유 때문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점에 대한 우려가 덜했고 물가 등 일반 생활패턴도 1,5,10 단위의 화폐에 맞춰져 있어서 신규 수요가 쉽게 창출되지도 않았다.
- 위와 같은 문제 때문에 발행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본은행은 '(2000년) 연말 쯤 되면 유통이 정상화 될 것'이라면서 계속 찍어냈다. 일본은행은 발행 첫해에만 10억장 정도 유통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결국 좆망이 되어버린 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7억 7천만장이나 찍어버린 뒤였다. 이후 이미 찍어버린 2천엔권 지폐는 잘 돌게 하기 위해 '극장 요금[4]으로 내면 거스름돈 계산이 편하다', '은행원들 월급을 몽땅 2천엔권으로 주자'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등 눈물겨운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유통량은 평균 2억매[5]를 넘지 않았고 해외 은행들까지 2천엔권 수수를 거부하자 결국 03년 1억 1만매를 추가발행한 이후 2010년 7월 총 8억 8천만 매로 발행중지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부분 ATM들이 2천엔권 수용 능력을 갖춰서 앞으로 재발행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 그런데 2천엔권이 쓰이지 않게 되자, 일본의 최신형 ATM들은 다시 2천엔권을 출금하는 기능이 삭제 되었다. 현재 일본의 신형 ATM들은 모두 2천엔을 취급하지 못하고 구형만 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2천엔권이 재발행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4 기타
- 이렇다보니 만화 등에서 '이런 2천엔권 같은 놈'이란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2천엔권을 보고 싶다면 은행에서 환전을 요청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구해준다. 금고에서 엄청나게 썩고 있어서…그런데 2010년을 마지막으로 2천엔권 발행이 중단되자 구하기도 역시 어려워졌다.특히 일본외의 국가에선 레어템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아직 지방 은행에서는 2000엔의 수량이 꽤 있는 모양이다. 오히려 먼저 2000엔으로 바꿔줄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 그런데 대략 2008년부터 행운의 상징 처럼 여겨져서, 혹시 입수하게 되더라도 쓰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는 사람이 많다. 덕분에 유통량은 더욱더 망했어요... 실제로 한국에서 여행용로 환전한 빳빳한 지폐를 일본여행지에서 사용하자 주인이 엄청 좋아한 경우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보는 것이 첨이란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멀면 멀수록 이런 현상은 매우 심해진다.
일본 거주자라도 은행에서 일부러 바꾸지 않는한 보기 어렵다.
- 아즈망가 대왕 3학년 수학여행지가 오키나와이기 때문인지 2천엔권 지폐가 4컷 만화에도 등장한다.
-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권에서 카미죠 토우마가 고물 음료수 자판기에 2천엔권을 넣었다가 돈을 먹혀버렸다. 그러자 우연히 만나 자초지종을 들은 미사카 미코토로부터 아직도 2천엔권을 가지고 다니는 녀석이 있냐며 웃음을 산다. 그리고 미코토는 자판기에 돌려차기(...)를 먹여 자기가 마실 음료수를 하나 뽑은 후, 자판기에다 전기충격을 가해서(...)[6] 2천엔어치 이상으로 음료수를 뽑아준다.
사실 범죄긴 하지만 일단 2천엔이 들어가긴 했으니….또한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애니메이션의 스페셜 디스크에서도 학원도시의 불가사의 중에서 아직도 2000엔이 발행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된다.
- 소년탐정 김전일의 단편 중 하나에선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있던 탈옥수가 이 2천엔권 지폐를 알아보지 못해 탈옥수임을 들키는 장면이 나온다.
못알아봐도 이상할 건 없을 것 같은데(...).
- 용과 같이 극의 서브 이벤트중 어느 수집가에게 2000엔 지폐를 구해주는게 있으며 구해오면 한장당 2만엔을 보상으로 준다.
- 오키나와에서는 엄청나게 쓰인다. 일단 오키나와의 상징인 슈레이몬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 그래서 오키나와에 있는 ATM은 기본적으로 2000엔 지폐를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