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쿠

1 개요

일본의 전통 궁정음악을 일컫는다. 가가쿠라는 이름은 "아정(雅正)한 음악"이란 뜻으로 백성들 사이에 유행하던 조쿠가쿠(俗楽, 속악)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가가쿠는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눈다.

  • 쿠니부리노 우타마이(国風歌舞) : 일본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가요를 기반으로 헤이안 시대 완성된 장르. 신토일본 황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 대륙계 악무(大陸系の楽舞) : 해외에서 전해진 악곡들을 기반으로 한 장르이다.
    • 토우가쿠(唐楽, 당악) : 중국, 천축(天竺, 인도), 임읍(林邑, 베트남 참파), 도라(度羅, 제주도)[1]에서 건너온 음악. 무용으로 사마이(左舞, 좌무)를 곁들이기 때문에 사호(左方, 좌방)이라고도 한다.
    • 코마가쿠(高麗楽, 고려악) : 한반도발해에서 건너온 음악. 무용으로 우마이(右舞, 우무)를 곁들이기 때문에 우호(右方, 우방)라고도 한다.
  • 우타이모노(謡物) : 일본에서 예로부터 백성들 사이에 전해지던 시나 한시를 가사로 대륙에서 건너온 악기들로 반주를 하여 부르는 음악.

1.1 가가쿠의 역사

5세기 후반부터 중국 및 한반도에서 음악과 춤이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다자이후에 표류한 참파의 승려가 전해준 음악도 있다. 701년에 발표된 다이호 율령에 따라 음악을 관장하는 부서인 우타료(雅楽寮)가 설치된 것을 가가쿠의 시초로 본다. 나라 시대에는 도다이지와 같은 큰 절에서 불교 의식이 있을 때 우타료의 악사들이 동원되어 대규모 연주를 했다는 기록들이 등장한다.

헤이안 시대에는 우타료의 규모가 축소되었고, 다른 관리들이나 사원 및 신사에서 가가쿠를 담당하게 되었다. 의식과 상관 없는 자리에서 귀족들이 연주회를 여는 경우도 생겼으며, 이 때문에 가가쿠는 의식음악에서 궁정음악으로 성격이 변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이바라(催馬楽), 로우에이(朗詠), 이마요우(今様)와 같은 오락적 성격의 우타이모노(謡物)가 성립되었다. 악곡들의 분류가 이루어졌으며, 토우가쿠(唐楽) 및 코마가쿠(高麗楽)의 작풍을 기반으로 한 신곡들이 작곡되었고, 악기 편성의 재편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서 일본의 아악인 가가쿠는 독자적인 색깔을 가지게 되었다. 헤이안 시대 말에는 악곡을 담당하던 관리들 대신 하급 귀족들인 지게닌(地下人) 출신의 악사들이 대두하였다.

무로마치 시대 말기 오닌의 난교토가 전쟁터가 되면서 많은 악보들이 사라졌으며, 궁정음악을 담당하던 귀족들도 몰락하여 가가쿠는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전란이 끝난 후에 가가쿠를 복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었으며, 교토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텐노지 같은 사원은 전란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원에 전해지던 음악이 복원된 가가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나라가 안정된 에도 시대가 시작되면서 막부가 킨리사마 가쿠닌슈(禁裏様楽人衆)를 나라, 오사카, 교토에 설치하여 가가쿠를 부흥시켰고, 이 세 곳의 음악 부서를 산포가쿠소(三方楽所)라 불렀다. 이후 17세기에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에도를 중심으로 한 모미지야마 가쿠닌(紅葉山楽人)을 설치하였다. 가가쿠를 즐기는 다이묘들도 늘어서 가가쿠는 번성하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산포가쿠소와 모미지야마 가쿠닌의 악사들을 모아 아악국(雅楽局)을 설치, 현재는 궁내청식부직악부(宮内庁式部職楽部)에서 100여곡 이상을 계승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전의 소실된 주법을 부활시켰고, 때문에 곡의 리듬이 느려지고 길이가 길어지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혼란을 초래한다고도 하지만[2], 음악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라 정해진 답은 없다.

현재는 전통 음악가의 연주회 말고도, 신사에서 열리는 전통 결혼식에서도 에텐라쿠(越天楽)와 같은 곡을 들을 수 있다. 요즘은 악기를 구하기 힘들거나, 전공자 및 뒤를 이을 지도자를 구하기 힘든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건 한국 국악도 마찬가지지

1.2 토우가쿠와 코마가쿠

쿠니부리노 우타마이(国風歌舞)와 우타이모노(謡物)가 노래를 부른 것인데 반해 토우가쿠와 코마가쿠는 관현악이 중심이 되어었다. 이 가운데 무용을 곁들이는 것을 부가쿠(舞楽, 무악)이라고 하며, 기악합주로만 된 것을 칸겐(管弦, 관현)이라고 한다. 칸겐을 일본 국내에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관현악)라며 자부한다.[3]

토우가쿠와 코가마가쿠의 구성은 죠(序, 서), 하(破, 파), 큐(急, 급)[4]로 되어있으며, 각각 서양 클래식 작품의 개별 악장에 해당한다.
  1. 제주도에서 건너온 토라가쿠(度羅楽)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2.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서양 클래식 문서인 시대연주를 참고
  3. 더 오래된 것으로는 기원전의 고대 아시리아 등지에서도 관현악 합주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어져 내려져 오는 가장 오래된 관현악이라는 점에서는 맞는 표현이다. 물론 서양 클래식의 한 장르인 오케스트라와 딱히 연관이 있는건 아니다.
  4. 가가쿠 말고도 전통 연극인 가부키 등에서도 사용하는 용어이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 제목들인 , , Q가 바로 여기서 따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