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오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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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lando Furioso

16세기 이탈리아 작가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가 샤를마뉴의 12기사샤를마뉴전설을 소재로 만들어낸 서사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금자탑이라고 불린다.

1 어떤 작품인가

현재는 한층 덜하지만 르네상스에서 18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부동의 베스트셀러였고 이후 많은 작품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드먼드 스펜서의 '선녀 여왕'은 오를란도의 영향을 짙게 받았으며, 셰익스피어도 '헛소동' 등에 몇몇 에피소드를 차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스톨포가 달로 모험하러 가는 부분은 나중에 시라노 드 베르주락에, 작중에 시대에 안 맞게 화승총이 등장하는 부분 등은 밀턴의 실낙원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돈키호테에도 광란의 오를란도가 언급된다.

비교적 최근 작품으로는 공상소설의 대가인 이탈로 칼비노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광란의 오를란도를 뼈대로 한 작품이다.

많은 오페라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서구 문학에서 가장 긴 장편시 작품 중 하나이기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애독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매우매우 좋아한다. 문학에 관한 에세이집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3챕터를 할애하여 왜 아리오스토가 갓리오스토인지설명하고 있을 정도. (다른 작품은 1작품당 1챕터 할당이다.)

기본적인 소재가 소재인지라 기사도 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르네상스 문학으로 분류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많은 소재를 차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루지에로가 안젤리카를 괴물에게서 구하는 장면은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장면의 리바이벌이라거나, 아스톨포의 모험들은 아르고 호 원정 등에서 따 온 일화가 많다던가. 오를란도는 설정이나 일화에서 헤라클레스와 쉽게 매칭된다.

그 이외 단테신곡에서 따온 소재들도 있고, 전작인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의 전통을 이어 프랑스 소재인 샤를마뉴전설과 잉글랜드 전설인 아서왕전설이 이 작품 안에서 한 세계관으로 통합되고 있다. 브라다만테가 피나벨로의 함정에 빠졌다가 멀린을 만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시선으로 봐도 페미니스트적인 대사들이 자주 나온다. '지금 시대까지 훌륭한 여성 작가나 작곡가들이 많지 않았던 것은 그들에게 지금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뿐'이라거나, 천일야화의 일화 등 아내가 바람나는 소재의 이야기를 근거로 '여자는 정조 없는 존재'라고 하는 사람들을 '그렇다면 그런 말을 하는 남자 자신부터 정조를 시험해 봐야 한다'는 등 매우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내 번역판은 아카넷에서 나와 전 5권으로 완역되었다.

2 배경

샤를마뉴가 프랑크 왕국을 다스리는 시절, 새롭게 흥기한 이슬람교 세력이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 남프랑스를 점령하고 기독교 왕국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왕이자 사라센 기사인 아그리만테는 스페인을 통치하는 마르실리오, 알제의 왕인 로도몬테 등과 함께 프랑크 왕국을 밀어붙여 이윽고 수도 파리를 포위한다. 샤를마뉴는 사라센 군의 침입에 맞서 파리를 지키면서 휘하의 팔라딘들에게 원군을 요청한다.

아리오스토는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가 미완성으로 끝낸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를 마저 잇는다는 계획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전작에 해당하는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의 내용을 모르면 초반은[1]약간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점으로는 롤랑의 노래 이전 시점이기 때문에, 작중 인물들 중 몇명은 나중에 결국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 암시된다.

3 등장인물

3.1 기독교 진영

프랑스 무훈시 롤랑의 노래에 등장하는 12기사의 수좌 롤랑이다. 프랑크 왕국(작중에서는 프랑스)의 에이스이지만 안젤리카를 쫓아다니느라 전선을 이탈한다. 그러는 와중 여러가지 모험을 겪고, 그 사이에 안젤리카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 된 것을 알아 절망에 미쳐버린다. 아스톨포 등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제정신을 되찾은 뒤에는 안젤리카에 대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복귀한다.
명실상부 작중 최강이다. 마찬가지로 작중 최강으로 묘사되는 루지에로가 겉껍질을 뚫지 못해 애먹은 바다괴물을 입에 닻을 쑤셔넣고 입안에 들어가서 죽여버리며, 최후의 결투에서는 거의 보스격에 해당하는 아그리만테나 그라다소를 원턴킬한다. 미쳤을 때는 거의 자연재해급이었다. 발바닥을 제외한 전신에 검이나 창 등 날붙이가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금강불괴로, 듀란달로 정수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을 때 조차 상처는 없이 잠시 현기증이 오는 정도였다.
아리오스토의 설명에 따르면 말수가 적고 입이 무거운 성격이라고 한다.
프랑스 이름으로는 르노 드 몽토방, 몽토방의 르노. 여기서는 팔라딘들 중 오를란도 다음가는 역량의 기사로 그려져 있다.
사랑의 샘물을 마시고 오를란도와 마찬가지로 안젤리카에게 사랑에 빠져 있다. 그러나 맡은 임무는 수행했다...
샤를마뉴의 명령에 따라 잉글랜드로 가서 원군을 모아, 그들을 이끌고 파리를 포위한 사라센 군에 맞서 싸운다. 작중 히로인인 브라다만테의 오빠이기도 하다. 관련된 전설 때문인지 애마 바이아르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원래 브라다만테는 집안에서 동로마 황제의 아들 레오와 혼담이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갑툭튀한 루지에로와의 사랑을 반대하지만 리날도는 끝까지 루지에로와 브라다만테를 응원해준다.
리날도의 여동생이자 프랑스군의 여기사이다. 본래 샤를마뉴 전설들 안에서는 없고, 보이아르도-아리오스토가 새롭게 창작한 캐릭터. 매우 강한 여기사로 묘사된다. 여자로서 대접받기보다는 기사로서의 자신에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붙잡힌 히로인역할을 자주 맡는 안젤리카에 비해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루지에로와 사랑에 빠지면서 많은 난관을 겪고 질투심이나 의심 같은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작중에서는 루지에로와 함께 에스테 가문의 시조라는 설정.
작중에서는 말라지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프랑스식 표기는 모지. 리날도의 사촌으로 마법사이며 지옥의 악마들을 불러내어 부리는 기술이 있다. 파리가 사라센 군대의 침략을 받았을 때도 악마들을 소환하여 공격한다. 사촌 리날도를 마법으로 몰래 이것저것 돕기도 하며, 주로 리날도 집안의 형제들과 함께 등장한다.
프랑스의 왕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사라센 군대의 침입에 맞서 파리를 방어하고 구심점 역할을 한다.
잉글랜드의 왕 오토네의 아들이자 샤를마뉴 12기사의 일원 중 한 명. 처음 등장 장면에서는 마녀 알치나에 의해 나무로 변한 상태였다가 루지에로에 의해 해방된다. 알치나랑 잠깐 동안 밀월관계였으나, 알치나가 아스톨포가 질리자 그냥 나무로 바꿔버렸다고(...)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모험에 휘말린다. 주요 업적으로는 엘리야의 불타는 마차를 타고 달로 가서 오를란도가 잃은 제정신을 찾아온 것과 누비아에서 눈먼 왕을 괴롭히는 하피들을 퇴치한 보답으로 누비아의 원군을 얻어 와 유럽의 사라센 군대를 공격한 것 등.
기사로서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맞힌 상대는 반드시 말에서 떨어트리는 마법의 창, 불면 상대를 패퇴시키는 뿔피리 등의 아이템이 있어 유용하게 쓰고 있다. 다만 아스톨포만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소유자가 왔다갔다한다. (특히 마법의 창)
원래 사라센 기사였으나 오를란도에게 세례를 받고 오를란도의 친우가 된다. 여기서는 올리비에로(올리비에)가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작중 오를란도의 친구로서의 포지션은 거의 브란디마르테가 맡고 있다. 행방이 묘연해진 오를란도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다.
강하지는 않지만 선량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그려져 있다. 또, 서로 깊이 사랑하는 피오르딜리지라는 연인이 있다. 원래 사라센 측 인물이었기 때문인지 서로 싸우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아그리만테들에게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권유하지만 욕만 얻어먹고 씹혔다.
작품의 결말부에서는 오를란도,올리비에로와 함께 최후의 결투에 참여했다가 그라다소에 의해 절명한다.
덴마크 사람 오지에.
리날도와 브라다만테의 형제이자 브라다만테와는 쌍둥이이다. 묘사를 보면 체형도 거의 비슷한 듯.. 하지만 남자다. 실력은 브라다만테에 훨씬 못 미친다. 말라지지 등 친척 형제들과 함께 다닌다. 여장하고 브라다만테 행세를 하다 어느 공주와 정을 통했는데, 그게 들통나버려서 죽게 된 것을 루지에로가 구해준 적이 있다.
샤를마뉴의 12기사의 한 사람인 투르팽이다. 이 사람은 실존 인물로 대주교이며 샤를마뉴와 그의 아들 루이 경건왕을 보좌했다. 중세 시대에는 튀르팽이 롤랑의 노래를 최초로 기록 혹은 창작했다고 여겨졌다. 덕분에 작중에서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작가인 아리오스토가 투르피노의 이름을 빌려 '투르피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투르피노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하는 식의 나레이션을 한다.
사실, 전작인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에서는 직접 등장한다. 마상시합에 나가서 사라센측 기사에게 도전하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주교라며?!

3.2 이슬람교측 인물

아프리카의 왕으로 사라센측의 총수격 인물이다.
사라센 기사. 기독교 여기사인 브라다만테와 첫눈에 반한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기독교로 개종하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부인 마법사 아틀란테가 성 안에 가두어 기르고 있었다.
아리오스토의 물주인 에스테 가문의 시조가 루지에로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비중이 많다.[2] 거의 진주인공이라고 봐도 될 정도. 다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잡혀가 구출을 기다리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슬람이 점령하고 있는 스페인의 왕이다. 롤랑의 노래에서 배신자로 유명해지는 가느롱과 긴밀하게 내통하고 있다.
알제리의 왕으로 타타르의 왕 만리카르도와 도랄리체라는 공주를 사이에 두고 연적 관계이다. 연애관련으로 좀 찌질한 묘사가 많다..
마지막에 루지에로와 브라다만테의 결혼식에 나타나 루지에로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두고 배신자라고 저주하며 결투를 신청한다.
타타르의 왕으로 아버지가 오를란도에게 살해당해 오를란도를 원수로 여기고 있다. 요행히 전설의 헥토르의 갑옷과 무엇이든 베어내는 오를란도의 명검 두린다나(뒤랑달)를 동시에 손에 넣지만 갑옷과 검 때문에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세리카의 왕. 오를란도의 명검 두린다나와 리날도의 명마 바이야르도를 손에 넣기 위해 참전. 두린다나를 먼저 손에 넣은 만리카르도, 바이야르도의 주인 리날도와 다툼을 벌인다.
사라센 여기사. 루지에로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어려서 오빠와 헤어져서 인도 왕의 애첩이 될 상황이 되지만, 첫날밤에 왕과 왕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국가를 장악해버린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굉장히 강해서 아스톨포에게 상대를 반드시 낙마시키는 창을 빌려온 브라다만테에게 진 것 외에는 거의 진 적이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크 황제와 세리카(중국) 왕과 타타르 왕을 포로로 잡는 게 미래의 목표라 외치는 승부욕 강하고 당찬 여걸. 브라다만테와 포지션이 비슷하지만 브라다만테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키타이(중국)의 왕 갈라프로네의 딸이자 절세 미녀이다. 이슬람교 측 인물로 등장하며 샤를마뉴 궁정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파견된다. 거의 모든 기사들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안젤리카는 마상 창시합을 제안해 우승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기사 페라우가 우승할 것 같자 도망친다. 리날도는 안젤리카를 뒤쫓다가 실수로 사랑의 샘물을 마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반대로 안젤리카는 증오의 샘물을 마셔 리날도를 증오하게 된다.
나중에 사라센 병사인 메도로를 치료해 주다가 그와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다 접고 둘이서 한적한 곳에 칩거한다. 거의 작중 모든 주요 남캐들의 사랑을 받았던 안젤리카가 마지막에는 단순한 일반병과 사랑에 빠진다는 결말이 꽤 신선했는지, 메도로와 안젤리카를 묘사한 그림이나 파생 창작물도 이것저것 나와 있다.
체르케스의 왕.

3.3 그 외

동로마 제국황제의 아들로 브라다만테의 약혼자이다. 레오와의 혼담 때문에 루지에로와 브라다만테가 결혼하지 못하게 되자 브라다만테는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과 결혼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루지에로는 레오를 증오하게 되어 동로마 제국과 전쟁중인 불가리아측 편에 선다. 그러나 레오는 먼발치에서 루지에로의 활약을 보고 루지에로의 뛰어난 실력에 반해 버린다..
작중에서는 그리스인으로 지칭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싸우는 장면은 없지만 관대하고 곧은 성품으로 그려진다.

4 관련 항목

  1. 특히 인물관계에서
  2. 이 작품 자체도 '주인님(이폴리토 데스테)'에게 음유시인이 시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물론 진짜 이 많은 것을 낭독하려고 쓴 것은 아니고, 희곡의 형식을 띄면서도 실제 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는 레제드라마(lesedrama) 같은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