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로폰테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로 욥 트뤼니히트의 뒤를 이은 자유행성동맹 국방위원장. 즉, 정치인이다. 을지판에서 네그로폰티로 번역한 이후 이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정식판인 서울문화사판과 이타카판에서 네그로폰테로 번역했다. OVA판 성우는 배우를 겸업하는 원로 호즈미 타카노부.

소설 본편 3권에서 첫 등장한다. 페잔의 공작에 따라 루퍼트 케셀링크가 동맹판무관 핸슬로우를 만나 "미래의 양 웬리 정권" 운운 하면서 밑밥을 던졌고, 아예 낚시바늘 째로 덥썩 물은 핸슬로우가 본국에 보고하면서 이제르론 요새에 있는 양 웬리를 소환하여 사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 때 사문위원장 자격으로 일을 주도한 것이 네그로폰테였다.

일단 사문회 자체가 부정이나 과오를 조사하고 처분할 목적으로 개최되는 거지만 양의 경우에는 카더라 수준의 루머를 빌미로 소환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목적 자체도 불분명했다. 양 본인이 추측한 것처럼 뭔가 결론을 내기 위한 사문회가 아니라 그 과정을 목적으로 삼는 사문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황 루이를 제외하면 죄다 트뤼니히트 파벌인 인물들과 함께 무개념 소리를 늘어놓는데 일조했다. 그래도 양은 뭔가 툭툭 쏘아대면 바로 화를 내는 반응이 나오는 한 마디로 놀려먹는 맛이 있어서 차라리 네그로폰테가 인간미 넘치고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양을 소환한 시점 자체가 안좋았다. 양이 소환되던 시점 이미 은하제국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이동식 엔진을 설치하고 이제르론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양이 수도 하이네센에서 정신적 고문이 전개되고 있던 시점에 이제르론 요새가 공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무렵 양도 네그로폰테와 그 똘마니들의 치졸한 언쟁으로 인내심이 바닥나고, 폭발하기 직전이 되어 사표를 집어던지려고 마음먹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네그로폰테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바로 이제르론이 공격을 받았다는 정보였다. 당연히 네그로폰테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양은 표정만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짐작하지 못했다. 어쨌든 사문회를 일시 중지하고 대책을 논의하게 됐는데 대책이랄 것이 황 루이가 말한 것처럼 양을 보내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 때 네그로폰테의 반응도 걸작인데 이제 막 사문회가 시작되려고 하는 참인데 이렇게 보내주긴 어쩌고저쩌고 궁시렁궁시렁. 어이를 상실한 황 루이는 그럼 적이 하이네센 앞에 몰려오고 나서 보내줄 거냐면서 타박했다.

어쨌든 상황을 전달하고 양에게 사문회 취소와 이제르론으로 복귀하여 제국군을 격퇴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때 심리적 우위를 점한 양이 "너님들한테 찍혀서 내 모가지 날아가기 직전인뎁쇼"란 반응을 보이자 상관 자격으로 명령 운운하면서 양이 명령을 안들으면 어떻게하나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다행히 양은 그 명령을 받아들였고 나가기 전에 이 일에 대한 책임 문제를 명확하게 해달라는 지적을 했다. 이 때 다른 사문관들과 함께 분통을 터뜨렸는데 이 때 황 루이가 야유와 독설을 섞어가며 자신들을 신랄하게 깠다.

황 루이의 말대로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직서 한 통이 필요했는데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황 루이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 모두 네그로폰테를 쳐다봤다(…). 이후 양을 찾아가 사문회에 대해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이게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닫고 사과하는게 아니라 혹시 언론플레이라도 해서 트뤼니히트에게 누를 끼칠까봐 걱정돼서 일부러 찾아가서 찌질거린 거다.

결국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이 마무리된 이후 완전히 물러났다. 소설판 기준으로 사표는 진작에 제출하여 업무에서 물러나 있고 실무자도 바뀐 상태였지만 완전히 교체가 된 것은 이 시점이다. 대외적으로는 제국의 전무후무한 공세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됐다. 그리고 국영 에너지기업의 총재로 좌천되는 것을 끝으로 퇴장했다. [1] 이후로 등장을 안한다. 네그로폰테의 후임으로는 월터 아일랜즈가 임명됐다. 아일랜즈는 전임자의 깨끗한 퇴진으로 자신이 한 자리 먹게 된 것을 칭송하고 기존 정책의 변화가 없음을 천명했다.

물론 대외적으로 발표된 사유에서 "하필 그 시기에 양 웬리를 불러들여"만 추가되면 실질적인 모가지 사유가 완성된다. 사문회 내내 네그로폰테는 트뤼니히트의 스피커란 언급이 있었고, 사실 사문회를 지시한 것도 트뤼니히트였다. 궁극적으로 따지고 들면 트뤼니히트도 책임이 있지만 단지 지시만 내린 입장이었고, 이 지시를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이행했기에 결국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중간보스인 네그로폰테의 목이 날아갔다.

최초 원인을 제공한 핸슬로우는 별 일 없었다. 그냥 정부에서 쓴소리만 잔뜩 먹었는지 나중에 케셀링크를 불러서 길길이 날뛰었을 뿐이다.
  1. 사실 이것도 도저히 책임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게, 당시 양 함대는 사실상 동맹 최강이자 유일한 방어병력으로 이제르론이 무너지는 순간 동맹은 멸망 확정이다. 즉 네그로폰테는 별 의미 없는 장군 길들이기를 위해 나라를 멸망 눈앞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공기업 총재로 발령난 것이 '책임'진 것이라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