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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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미라가 1988년에 그린 순정만화.

작가의 초기작이라 아직 자기 그림체가 완성되기 전인 탓에 그림이 투박하고, 또한 스토리도 전개나 완급조절이 엉성한 면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 나온 몇 가지 요소들은 이후 그녀의 전성기인 8, 90년대 시절의 작품 성향과 패턴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아이돌 스타인 '서지원'과 그 이웃집 사는 여고생 '이슬비', 그리고 그 친구인 '백장미'와 그녀가 짝사랑하는 남자 '조종인' - 이 두 쌍의 연애 스토리를 각각 다룬 내용.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늘 푸른 이야기와 겹치는 설정이 꽤 많다.

  • 이슬비 - 여주인공. 친구인 백장미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남자와의 연애를 기피하는 소녀로 망상벽이 좀 보인다. 백장미더러 남자와 왜 사귀냐느니, 나중에 커서 '고고한 여검사(劍士)'가 되겠다느니... (망상이라기보단 흔한 중2병? 그런데, 집에서 자그마치 구미호를 대놓고 키우는 위엄쩌는 캐릭터라 의외로 가능하지 싶단 생각도...) 그러다 우연히 서지원이 보고 있는 줄 모르고 그가 그려진 포스터를 갈기갈기 찢다 서지원한테 들킨 것( + 알고보니 옆집 사람)을 시작으로 그와 엮여져 투닥투닥거리며 연애감정을 키워 마지막엔 서지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다.
가족사항은 편모가정의 외동딸. 운동신경은 발군이지만 다 잘하는 건 아니고 특히 을 무서워해서 구기 종목에 약하다. 아이스크림을 환장하도록 좋아해서, 가능만 하다면 아이스크림에 파묻혀 죽고 싶어할 정도로 밝힌다. 다만 몸까지 따라주는 건 아니라 원없이 먹고 나선 폭풍설사 배탈크리(...).
  • 서지원 - 남주인공. 유니크하게도 특촬아이돌. (작중에서 은하철도 999천년여왕을 연상케 하는 내용의 극화에 출연해 연기하고 있었다.) 양친은 없고 미국에 친척들이 있다. 작중에서 빠순이 소녀들한테 인기많은데다 자기 후배 배우(역시 여자)까지도 귀찮게 하는 통에 방송국을 빠져나가느라 자주 변장하고 돌아다닌다. 우연히 알게 된 슬비와 엮인 뒤로 그녀 집에 아침밥 얻어먹으러 오거나 하러 자주 드나들었으며, 후반에 슬비네 집이 이사간 뒤로 밥주는 물주가 없어서 외로워한다. 꿈은 졸업 후에 요트를 사서 대양을 항해하는 것으로, 마지막에 슬비에게 "내 배에 탈 사람은 너뿐이야"라는 손발 오글거리는 내용의 편지로 고백한다.
  • 백장미 - 이슬비의 친구. 고고한 이미지지만 내심은 남들처럼 수다도 떨고 만화도 보고 싶은 등 평범하게 살고픈 욕구도 있는 소녀. 가끔 나오는 슬비의 망상이나 바보짓에 독자들을 대신해 태클을 걸곤 했다. 조종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더 이상 가까워지길 거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애태운다. (이 때부터 작가의 '백장미' 계열 캐릭터(백장미, 가시찔레, 유채 등)의 안습 기믹이 본격화된다.)
  • 조종인 - 백장미가 짝사랑하는 인물. 장미와 친하게 지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그녀를 밀어내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마지막에야 그 이유가 밝혀지는데, 불치병에 걸려있었던 것. 마지막에야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백장미는 격렬하게 오열한다. (여담이지만, '조종인' 캐릭터 중에선 가장 나은 위치를 받았다. 이후 작품들에 나오는 조종인은 대개 '중 2병에 허세 혹은 열폭 캐릭터' 이미지로 굳어진다.;)


추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