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행

短歌行

1 개요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가 지은 한시.

1.1 시 전문 및 해석

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술을 들며 노래한다. 인생이 길어 봐야 얼마나 되랴?

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 비하자면 아침이슬 같으니, 지나간 날엔 괴로움만 많구나.
慨當以慷, 憂思難忘(개당이강 우사난망) 슬퍼하며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렵구나.
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해우 유유두강) 무엇으로 근심 풀까? 그건 오직 술뿐일세.[1]
靑靑子衿, 悠悠我心(청청자금 유유아심) 푸르른 그대의 옷깃, 내 마음에 펄럭이네.
但爲君故, 沈吟至今(단위군고 침음지금) 허나 그대로 인하여, 이제껏 깊은 시름에 잠겼었네.
呦呦鹿鳴, 食野之苹(요요녹명 식야지평) 우우하고 우는 사슴의 무리, 들에서 햇쑥을 뜯는다.
我有嘉賓, 鼓瑟吹笙(아유가빈 고슬취생) 내게도 좋은 손님 오셨으니, 금을 뜯고 피리도 불리.
明明如月, 何時可掇(명명여월 하시가철) 밝기는 달과 같은데, 어느 때나 그것을 딸수 있으랴.
憂從中來, 不可斷絶(우종중래 불가단절)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근심, 참으로 끊어버릴수 없구나.
越陌度阡, 枉用相存(월맥도천 왕용상존) 논둑과 밭둑을 누비면서, 헛되게 서로 생각하는가.
契瀾談嘗, 心念舊恩(계란담상 심념구은) 서로 깊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속으로 옛 은혜를 생각하네.
月明星稀, 烏鵲南飛(월명성희 오작남비)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나네.
繞樹三匝, 何枝可依(요수삼잡 하지가의) 나무를 세 차례 빙빙 맴도나,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을꼬?
山不厭高, 海不厭深(산불염고 해불염심) 산은 높음을 꺼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꺼려하지 않는 법.
周公吐哺, 天下歸心(주공토포 천하귀심) 주공이 입에 물었던 것을 뱉으니,[2]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리라!

2 상세

맨 앞의 4글자를 따서 대주당가(對酒當歌)라고 하기도 한다.

적벽대전을 앞두고 조조가 지은 시로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며 조조가 을 잡고 이 시를 읊자 모두가 '승상 킹왕짱!'하며 감동하고 있었는데 양주자사였던 유복

月明星稀, 鳥鵲南飛. 달 밝고 별을 드문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繞樹三匝, 何枝可依. 나무를 서너 차례 빙빙 맴돈들,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을꼬?

이 부분이 전투를 앞둔 시기에서 너무 불길한 시구라며 트집 아닌 트집(?)을 잡았다. 이에 조조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홧김에 창으로 그를 찔러 죽이고 만다(...). 조조는 그 이후 자기 행동을 후회하며 유복을 삼공(三公)의 예로 후하게 장사지내고 남은 가족들을 잘 보살피라는 명을 내렸지만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리 있나...

물론 이는 연의의 허구로 유복은 적벽대전 직전 병사했으며 둔전제로 위의 민정에 엄청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렇게 공훈을 세운 이를 아무리 술에 취했다지만 한 창에 찔러 죽였다는 것은 조조의 인간성을 비하할 의도가 있는 악의적인 연의의 창작 중 하나이다.

연의의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비장감을 비롯한 온갖 감정 복합적으로 드러나있고 공간적 배경의 묘사도 매우 아름답고 천하를 제패하고자 하는 사나이의 호연지기 또한 드러나 있어서 상당히 훌륭한 시로 손꼽힌다.

재미중국인 교수 리둥팡은 적벽대전에 대해 얘기하면서 "시는 훌륭한데 전쟁 전날 짜라는 작전은 안짜고 시 쓰고 술이나 빨며 놀고 있었으니 이길리가 있나"하면서 조조가 당시 너무 오만하고 방심했다는 증거라고 얘기했다. 그정도의 대군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패배에 상상이나 갔을까

3 다른 매체에서의 단가행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서는 1권에서 젊은 날의 조조가 낙양성 북쪽 저택 후원에서 기녀들을 끼고 술을 마실 때 하후돈에게 지금 짓고 있는 시라고 하면서 이 시의 초반 네 구절을 읆어주는 것이 조조의 첫 등장 장면이다. 이는 조조를 중점에 두고 서술한 내용의 삼국지다운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조는 왜 시를 마저 읖지 않냐고 묻는 하후돈의 질문에 아직 내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마음 다 잡으면 완성해줄게 라고 대답하고, 이후 조조는 6권에서 적벽대전 전날 밤에 이 시를 완성하고 읖으면서 그 약속을 지킨다. 시를 듣는 모두가 감동하지만 하후돈은 그 시가 과거에 조조가 완성하지 못한 시임을 눈치채고 다른 사람보다 더욱 더 깊은 감동을 느낀다. 물론 이 이후에는 원판처럼 유복이 시구에 태클을 걸었다가 죽으며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깨진다(...)

84부작 삼국지에서는 유복 대신 사욱이라는 허구의 악공이 등장하여 유복의 역할을 대신하다 사망했다. 이런 구성은 삼국지연의에서 유복이 나오는 장면이 이것 뿐이기도 하고 고인드립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적벽대전이 조조에겐 불길한 일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치인걸로 추정된다. 84부작 삼국지에서는 단가행 원시에 곡을 붙였고 조조와 함께 주위에 창을 쥔 병사들도 함께 춤을 춰서 경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으며 조조가 술에 취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조조 역의 배우 포국안이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의 원전에서 조조가 창을 비껴쥔 채 단가행를 읊었다는 묘사를 그대로 나타낸 작품이다.



신삼국의 단가행. 사실 시 자체는 영웅적 포부를 드러내는 부분이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서정적인데 극중에서 읽는 타이밍이 적벽대전 직전이라 쓸데없이 살벌하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악당 등장 BGM이 압권.


극장 개봉한 적벽대전에선 조조 역을 맡은 배우 장풍의[3]가 포풍간지를 내뿜으며 읊는다. 한시는 성조까지 구현된 것으로 들어야 운율도 음미할 수 있는데, 이 영상에서 그것이 잘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周公吐哺를 읊으며 술잔을 바닥에 던지고는 힘찬 어조로 天下歸心이라 마무리하는 장면이 압권. 그런데 시의 내용과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시를 연설문처럼 처리하는 것은 좀 무리수이다. 이 작품에선 단가행으로 인해 유복이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1. 본문에서 '술'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두강'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는데, 두강은 동주시대에 살았던 술빚는 명인으로, 이후 잘 빚어진 술을 '두강주'라고 불리게 되었다.
  2. '토포'란 주공단이 천하의 인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식사 중에 입에 넣었던 밥을 세 번 뱉고, 감던 머리를 세번 움켜쥐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단어.
  3. 대청풍운에서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역을 맡은 배우이며 그 외 1993년 영화 패왕별희의 주연으로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