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평역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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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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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1 개요

소설가 이문열 씨가 평역한 삼국지연의.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90년대에 불티나게 팔리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1위를 기록했다. 18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출처 리즈시절에는 이문열에 들어오는 인세가 그 당시 돈으로 한달에 20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인세 중 대부분이 이 삼국지로부터 나온 것.

전 10권이며, 입문서로는 좋다. 일단 읽어보고 만약 삼국지가 잘 맞는다면 보다 더 정확한 판본을 구매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 그러나 입문서라는 게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고, 같은 분야의 다른 책들로 잘 전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디까지나 흥미위주의 접근으로만 좋은 것일 뿐, 삼국지를 진지하게 고찰할만한 책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특징

기존의 유명 작가들의 역본과 달리 현대소설의 문체로 번역을 했고, 중간 중간에 작가의 생각을 많이 덧붙여서 만들어졌다. 문체가 매끄러워서 현대소설을 읽는 감각으로 미려한 표현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문체면에서만큼은 평역 삼국지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문열 자체가 맛깔나게 글을 잘 쓰는데다가, 특유의 호흡과 문체가 이런 류의 군담소설 내지는 역사소설과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황제를 위하여"가 삼국지와 가장 호흡이 비슷하다. 따라서 굳이 원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만족해서 본래의 삼국지연의도 읽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이문열 삼국지를 가지고 정사 공부를 하겠다는 것도 넌센스다. 애초에 역사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소설이 아니라 역사서를 봐야 한다.

공식 출판된 번역본이 있기는 하나 문제가 참으로 많다. 김원중 문서 참조. 이외에도 파성넷에서 정사 번역을 올려 놓았고, 실제 한국 삼국지 팬덤에서도 이 번역본을 중심으로 기타 부수자료(자치통감 등)와 함께 정사를 얘기한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김원중 번역본을 기본으로 수정보완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한학을 어느 정도 배운 팬들의 경우 본인이 직접 원문을 번역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원문을 보는 것이야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번역본을 만드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즉, 기본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번역에 신중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한문 번역이니만큼, 박사급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번역한 것은 기본적으로 신뢰도의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문열이 이 작품을 연재할 때만 해도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중국 방문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2000년대와 달리 삼국지 팬덤도 두텁지 않았으며 자치통감등도 일역본이거나 한문 원본을 대만을 통해서 구해야 했다. 모종강본 연의를 직접 번역했던 과거 문단 선배들이나 일어중역을 참고한 이들과 이문열은 중화권의 자료를 섭렵하려고 했던 노력은 가상했던 것.

그러나 이문열이 한문이 아닌 중국어로 된 대만의 2차연구자료를 해독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안되었을 것이고, 80년대라면 중국에 갔어도 어차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가도 있다. 중국에선 "황건기의"등 민중주의적 스타일의 해석이 농후했고, 유비대신 조조 덕질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레닌 사관때문에, 구체제를 존속시키려고 한 유비가 상당히 비판받았다. 문화대혁명 시절 비림비공(공자와 린뱌오비판하는 운동) 시절 이 경향은 더욱 심해졌고, 사인방이 몰락한 후 이런 경향은 조금 사그라들지만, 조조는 확실히 재평가되었다.

작품 내용이야 작가가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조조를 띄우고 유비를 까기 위해 정사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저지르거나 심지어는 연의와 정사를 뒤섞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점에 있어서는 이문열 삼국지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니만큼 더더욱 그러하기도 하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2.1 조조빠

서문에 쓰기를, 이문열 본인은 조조를 주인공으로 삼국지를 쓸 구상을 처음에는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차 대만에 방문했을 때 대만의 교수가 "조조 재평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관우와 제갈량을 깎아내리면 그건 삼국지연의가 아니라 삼국지를 베이스로 한 다른 소설일 뿐이다" 라고 말한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아 기본적으로는 촉한정통론에 기초한 삼국지연의로 노선을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촉, 위, 오에 각각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는 하지만 유독 조조에 대한 찬양이 강하다. 이 책이 나오던 시점에서 조조는 전형적인 간웅, 악당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왔는데, 이는 나름 굉장한 혁신으로서 한국에서 "조조 재평가"을 널리 알린 공헌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위빠, 혹은 조조빠가 많은 것에도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역할이 적지 않은 편으로 어느 정도의 중립성은 지키고 싶었는지 유비에 대해서도 대놓고 나쁘게 쓰지는 않지만 조조의 과오는 생략하거나 옹호하는 한 편으로 유비에 대해서 효웅으로써의 측면을 강조했다.

조조의 대표적인 악업인 예형 살해를 생략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거나, 위대한 인물인 조조에게 반항한 썩은 유학자가 나쁘다는 식으로 옹호하거나 왜곡한 부분도 존재한다. 반면에 유비에 대해서는 인덕이 있으나 내심 야심을 품고 있는 다소 비열한 효웅으로 묘사하며, 실제로 한조를 뒤엎다시피한 조조에 대해서는 젊은 날에는 충의를 가졌으나 한조에 실망해서 허자장의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이란 평가를 듣고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옹호가 작중에서 몇 번인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 이는 이문열이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문열이 체제를 조금 개혁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자였던 조조를 옹호하는 조빠라는 사실은 딱히 이상한게 아니고 자연스러운게 사실. 그래서 조조가 이 작품에서 상당히 복권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 작품의 문제점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 이것 역시도 작가의 하나의 관점으로 볼 수 있으니깐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어려 번역이 존재하는 작품은 번역자의 성향이 강하게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만약에 박종화본처럼 이문열이 그냥 대역수준으로 번역했다면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그렇게 히트를 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촉까는 아니었는지 촉측의 중요인물에 대해서는 표현이 나쁘지 않다. 촉한의 인물들은 소위 '닥치고 충성'하는 보수주의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적 성향의 작가가 이들을 나쁘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목표는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조조에 대한 정통성 확보이지, 보수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2 심리묘사 문제

문체가 현대소설화 되었는데, 그래서 본래 고대소설인 삼국지연의의 의도를 크게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물의 심리묘사가 그러한데 삼국지연의는 고대소설인 만큼 심리묘사라고 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데 비해 이 소설은 상당히 심리묘사가 풍부하다.

이것은 원전에는 없는 심리묘사를 작가 자신이 붙여놓은 것인데 이 부분에서 원작이 의도한 것과 묘사 자체가 달라져버린 것이 많다. 사실 정사 운운보다는 이 부분이 더 큰 문제다. 운을 끊는 부분이야 독자가 보고 다른 자료를 찾아서 보충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버리면 연의와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개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전혀 다르게 풀어냈거나, 잘못된 방향의 해석을 고정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삼국지연의 인물들은 본질적으로 무심(無心)이며 언행이 완전하게 일치되어 있는 영웅호걸이다. 생각보다 마음이 먼저 나가며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하나같이 신념이 뼈와 하나가 되어 있어 무쇠처럼 굳은 사나이들이다. 뒤에서 꿍꿍이를 꾸미는 것은 원술 같은 잡스러운 소인배들 뿐이다.

예를 들어서 "세 영웅이 여포와 싸우다."라는 대목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유비가 유비, 관우, 장비 세명중 가장 약하다."는 묘사를 넣었지만, 본래 삼국지연의에서는 이 장면에서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묘사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왜곡으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뭐 그래도 이 상황에서의 묘사는 정황상 대부분의 독자들이 보기에 유비가 제일 약한 게 맞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되긴 한다.

사실 삼국지연의 자체가 사서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니만큼 소설을 표방하는 한 연의 원전에 지나치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삼국지연의 원전의 고수를 걸고 넘어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의 삼국지 관련 매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3 문제점

위의 '조조 중심 서술'이나 '심리묘사 문제' 같은 항목은 이전 버전에서는 항목 제목이 '문제점'이라고 적혀 있었으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이문열 삼국지의 특징으로 볼 수 있어 현재의 항목명으로 변경 되었다. 그러나 다음의 지적사항이야 말로 진짜 문제점이다.

일단 이문열의 삼국지만의 고유한 특징인 '조조 중심 서술'이나 '심리묘사'등인데 이문열의 삼국지만 읽어본 팬들은, 삼국지란 원래 이런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문열과 황석영의 삼국지에 대한 질문 답변글의 댓글을 보면 가관이다. 답변 글쓴 이가 이문열의 삼국지 서문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달았는데, 댓글을 보면 '나의 이문열은 그럴리 없어' 하며 기상천외한 악플을 달아 놓았다.

대표적으로 이문열이 삼국지를 재창작 했고, 일부시를 자신의 시로 대체 했다는 것을 믿을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책 서문에 스스로 평역을 하고 일부 삼국지의 시를 자신의 시로 대체해 놓았다고 분명히 써 놓았다. 평역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것이 틀림 없다

이문열은 서문에서 직접 제갈량 사후를 3분의 1로 줄여 놓았다고 명시 해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위 글의 댓글들을 보면 삼국지는 원래 제갈량이 죽으면서 끝난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읽어본 삼국지가 이문열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해서 다시 말하자면 이문열의 삼국지는 이문열이 초반에는 의욕적으로 조조 중심으로 재창작 해볼려고 건드렸다가, 후반에는 시간 부족인지 그냥 닥치고 모종강본 번역 모드로 들어간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전반부는 다른 삼국지와 내용이 좀 틀리다. 그런데 이문열의 삼국지만 보고 삼국지는 원래 이런 책이라고 알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3.1 용두사미

삼국지 개역이 거의 그렇듯이, 1권 초반에는 작가가 창작한 스토리(상산초옹, 장독목 등)가 많이 있지만 후반에는 별로 없다. 이를테면 우리가 아는 도원결의 대신 나무를 보면서 새로운 시대를 구상하는 유비나 스승과 함께 나오는 조운이나, 거의 유협격으로 등장하는 유관장 형제들의 모습, 조조가 지방관으로 돌아온 원소, 원술과 만나서 백성들의 참상를 논하는 일화. 이 부분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데 특히 나무를 보고 새로운 시대를 다짐하는 유비의 모습은 유비의 야망과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1] 그런데 뒤로 갈수록 알려진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니 용두사미가 된다. 아마도 처음에는 이문열 자신이 삼국지를 완전히 재창작을 하려했으나, 귀찮아서인지 혹은 시간상 재구상이 어려웠는지[2] 무성의하게 느껴지기조차 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삼국지에 다른 중국고사를 슬쩍 치환해 넣기도 한다. 가령 "글은 이름 석자만 쓸줄 알면 됩니다."는 손견과 손책의 일화에는 항우의 일화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의 일화를 알면 갑자기 김새는 장면이라고 할까.

3.2 내용 오류 문제

소설 사이사이에 붙여둔 작가의 독자적인 해설은 대체로 자료가 없던 시절에 작가가 통밥으로 때려맞춘 것이 대부분이므로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사 삼국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당시 정사 번역이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인지 지금 보면 오류가 수두룩하다. 당시 중국과 수교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만에 가서 각 판본을 섭렵하는등 자료를 찾아본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나 각 판본의 차이는 나관중 원저의 마이너 체인지에 불과하므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문열 자신도 그렇게 말한다.) 그가 가끔 인용하는 정사 삼국지는 전문 연구자도 읽는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다가, 인기 작가인 이문열이 꼼꼼히 찾아볼만큼 한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박의 겉핥기 식으로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에 씌여진 2차 연구의 경우는 일본어 자료라면 집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문열이 현대 중국어로 씌여진 대만측 2차자료의 해독이 가능한지는 의문이기 때문에, 이문열의 대만행은 그다지 도움이 안되었을 것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노력했다" 정도. 나관중의 연의 원문은 "맹자"정도를 원문으로 공부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정사 삼국지는 문장의 난이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연의와 기사를 대조하는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요즘처럼 간편하게 시간이나 표제어로 원문을 검색해 볼 수 있던 시절이 아니다..(..)

후반부에 가면 작가의 무성의가 두드러지는데, 허유를 죽인게 허저가 아니라 장료라고 하지 않나, 나이가 더 많은 장포관흥에게 형이라고 하지 않나.[3] 제환공과 진문공을 혼동하기도 한다. 또한 마초가 조조를 급습했을때 허저가 안장을 들어 화살을 막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정사에서는 허저가 아닌 장합이라고 써놓았는데 정사에서도 허저가 맞다. 그리고 관구검과 무구검 두 가지 표기가 다 나오지 않나... 이걸 보면 후반부는 작가 본인이 썼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류투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부분은 관우와 제갈량의 관계를 표현한 부분인데 6권 적벽대전 이후 화용도에서 관우가 조조를 놓아준 일은 정사에 나오지 않으므로 이것으로 둘의 관계가 나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지다라고 평해놓고 8권에서 관우가 사망하는 장면에서 화용도 사건 이후 관우와 공명 둘 모두 응어리가 남아 있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억지라고 말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비가 배신의 명수임을 말하면서 여포와 비교하는 서술을 하기도 하는데[4], 유비는 유장을 팽한 것을 제외하곤 딱히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 데다, 여포는 정원, 동탁을 연달아 죽이고 몰래 유비의 세력을 송두리째 뺏는 등 확실한 배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무리한 비교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원소와 반목하고 원술의 통수를 여러 번 쳤고[5] 장양의 휘하에서도 원소가 편지를 보내자 스스로 의심하여 도망쳤다.[6]

또한 서량 전쟁의 결과를 서술하면서 마등을 드는데 마등이 조조에게 살해되었다는 건 정사에 없다고 서술하고 중앙에 입조하여 편하게 일생을 보낸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며 마등 일가는 조조에게 참살된다. 조조가 마등을 멸족한 것은 후한서 헌제기 등 다른 정사에 나온다. 다만 시기는 연의와 달리 서량전쟁 이후이다.

이 이문열판 삼국지의 많은 오류들로 인해, 보다 못한 삼국지 마니아 중 하나인 본 삼국지의 저자 리동혁이 이런 오류들을 까는 삼국지가 울고있네란 책을 쓰기도 했다.

3.3 서술 기법 문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독자의 흥을 깨겠지만, 잠시 언급할 게 있다. 여기서 ~란 인물은 ~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이라고 부른다. 이 ~에 대해 후대 역사가들은 이것을 ~라고 해서..." 같은 식으로 글의 흐름을 갑자기 끊어버리는 기법을 자주 구사하여 몇몇 삼국지팬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독자들에게 교양주의를 자극하기 때문에 이문열 특유의 능수능란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보여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런 류의 서술의 원조 격은 일본 역사소설계의 신기원을 이룬 시바 료타로인데, 이문열도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법은 《삼국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구사하였다.

허나 문제는 내용 흐름은 흐름대로 망쳐놓고서 고증마저도 굉장히 엉망이라는 것이다. 정사를 끌어다 붙이지만 정작 그 정사 내용과도 틀린 부분이 너무나 많다.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가 관우의 수술 장면. 이문열은 관우전은 물론 화타전에도 이런 기록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화타가 집도의가 아닐 뿐 수술기록 자체는 관우전(배주도 아니다. 본전이다.)에 떡하니 나와있다.

3.4 작가가 좋을 대로 가져다쓴 정사와 연의

소설 전반적으로 조조에 대해서는 정사를 근거로 쉴드치면서 유비에 대해서는 연의를 근거로 비난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인다. 가령 유비의 자주 우는 모습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정사의 유비는 울보에 유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카리스마가 있는 군주였다.

이런 경향은 제갈량에 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정사가 아닌 소설상에서만 등장하는 제갈량의 활약에 대해서는 "정사에는 없는 이야기고, 제갈량은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다."고 폄훼하면서, 정작 정사가 아닌 소설상에서만 나타나는 제갈량에 대한 '의혹'[7]에 대해서는 "역시나 제갈량은 그렇고 그런 인물이었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 해석.

웃긴 점은 관우가 죽는 부분의 묘사를 하면서, 제갈량의 지략이 그렇게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우를 죽게 만든 것은 제갈량의 2인자에 대한 질투다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나중에 제갈량이 뛰어나게 묘사되는 장면이 나오면 이건 허구다. 라고 단정을 짓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이다.

악의적으로 해석할 때는 유능한 인물로 묘사하고, 깎아내릴 때는 소설의 과장으로 치부해버리는 이중적인 잣대가 너무 흔하게 나온다.

4 만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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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문열판을 기초로 만화가 이희재가 아동용 만화 삼국지를 그리기도 했다. 펜선까지는 이희재, 채색은 다른 어시스턴트들이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 만화체에 가까운 화풍이지만 주요 전투씬이나 인물들의 사망씬에서는 그야말로 극화체 뺨치는 진중한 화력을 자랑한다. 리얼리스트 만화가답게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이라 참수되는 장면도 그대로 나온다. 의상 면에서는 84부작 삼국지의 의상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장면도 제법 있다. 대표적으로 하후무의 관복이라든가... 좀 묘한 점이라면 중반부 이후로 거의 공명이라고만 불리는 제갈량이나 조운이란 이름은 딱 한 번 나오는 조자룡, 조조 정도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의 자를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여타 삼국지들이 제갈량 사후를 대강 넘기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그 시대의 일은 챕터 하나로 압축되어 줄거리 식으로 대강 지나간다. 비록 작화력은 마지막까지 죽지 않았지만...

보통 원작가인 이문열이 보수주의자로, 그림 작가인 이희재는 진보주의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을 접한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내용 면에서는 어린이 대상 만화답게 정치색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분량 상 삭제된 부분 외에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묘사된 인물상과 줄거리를 거의 변형 없이 만화화했다.

여담으로 군데군데 웃긴 장면이 좀 있다. 예를 들면 2권에서 유표군이 손견에게 화살을 듬뿍 쳐날려대는데 그 중 하나가 손견군 쫄병의 항문(..)에 맞는 거라든지. 으악 내 똥꼬![8] 조금 잘못했으면 심영처럼 고자될 뻔했다. 손부인과 결혼에서 고구려 호피, 아이스께끼교국로에게 선물로 준다든지.[9] 또 6권 후반부에 마초와 조조가 싸울 때 마초의 부하 장수가 조조에게 "환관 집안의 후레자식 놈아!"라고 패드립을 시전하고 이를 들은 조조가 "뭣이?"라고 발끈하자 조조의 부하 장수가 "이놈! 승상께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다니!"라 하면서 달려나오고, 서량군 병사가 조조군 병사를 창으로 찌르면서 "이 졸개들, 알맹이를 따서 조조 할애비처럼 만들어 주마!"라고 한다(...) 진짜 고자가 되었다 가장 압권은 "군사들의 멀미를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소?"라는 조조의 질문에 "멀미약을 사먹이면 됩죠"라고 말하고 다음 장면에서 태연히 연환계 설파로 넘어가는 방통이 아닐까(...) 너무 자연스러운 개그 연환계를 멀미약이라고 비유해서 내뱉은 대사일지도 모른다

4.1 만화판 제목

  • 1권 : 도원에 피는 의
  • 2권 : 구름처럼 이는 영웅
  • 3권 : 헝클어진 천하
  • 4권 :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리를 닫다
  • 5권 : 세 번 천하를 돌아봄이여
  • 6권 : 적벽대전
  • 7권 : 가자 서촉으로!
  • 8권 : 솥발처럼 갈라선 천하
  • 9권 : 출사표, 드높아라 충신의 매운 얼이여
  • 10권 : 오장원에 지는 별
  1. 다만 역시 도원결의는 원작의 고전소설 포스를 따라가지 못한다.
  2. 일간지의 연재소설이었다.
  3. 이 두 장면은 모두 이희재의 만화 판에서는 바르게 고쳐진다.
  4. 사실 현대에 들어와서 "유비는 여러 군웅들의 휘하에 지냈었으니 여포보다도 더 심하게 배신을 밥먹듯이 했다." 이런식으로 유비를 까는 언론은 자주 보인다. 이미 연의 원작에서 채모도 비슷한 발언이 있기도 했고.
  5. 원술과의 동맹이 이래저래 타당성에서 문제가 제기되긴 하지만 그럴거면 아예 처음부터 승낙하지 않는게 옳았다. 여포는 원술에게서 단물만 빨아먹고 약속은 하나도 지키지 않아서 문제. 원술의 꿀물은 여포가 전부 빨아먹었나 보다
  6. 훗날 장양이 여포를 구하려 하다가 부하 양추한테 살해 당한 걸 생각하면 장양은 여포에 대해 나쁜 마음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7. 예를 들면 위에 언급된 화용도 사건, 정사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8. 그 똥꼬맞은 병사가 내지른 비명(?)이다(..)
  9. 그러나 중국이 위촉오 삼국시대였을 당시 같은 시기 한국에서도 고구려와 백제,신라가 대치하던 삼국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