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농담을 나누고 있는 데이비드 윌슨.
David Wilson.
캐나다의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이며 현재는 안무가로 활동 중.
1 소개
선수 생활을 비교적 일찍 마감하고 안무가 생활을 시작했으며 캐나다 선수들에게는 일찍부터 인정받는 안무가였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은메달 리스트 사샤 코헨, 남자 싱글 동메달 리스트 제프리 버틀 등의 프로그램의 안무를 맡았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페어 은메달리스트(프리 1위) 팡칭/통지엔 조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싱글 금메달 리스트 하뉴 유즈루, 은메달 리스트 패트릭 챈, 4위 하비에르 페르난데즈가 그의 안무를 받았으며 페어 동메달 리스트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 조의 공동 안무를 맡았다.
하지만 한국 피겨팬들에게, 아니 피겨계 전반에서 그를 대표하는 말은...
2 김연아의 안무가
김연아의 안무가로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김연아의 시니어 선수 생활 전반을 통틀어 쇼트/프리/갈라에 걸친 그녀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혼자 맡아 안무하다시피 했다. 김연아를 단숨에 세계 최정상권에 올려놓은 시니어 데뷔 시즌 쇼트 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탐 딕슨 안무)' 같은 예외가 있으나[1] 그 예외들을 제외하면 모든 프로그램을 윌슨이 맡아서 안무했다. 선수가 특정 안무가에게서 안무를 많이 받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으나 김연아와 윌슨처럼 시니어 선수 활동의 거의 모든 기간의 안무를 혼자 하다시피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
안무 스타일은 선수의 편안함과 관중의 해석의 용이함보다는 안무의 음악 표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며 점프 전후로도 안무를 빼곡하게 배치하는 편. 게다가 이른바 '사골곡'[2] 사용도 다른 안무가에 비하면 많지가 않다. 이 때문에 선수의 안무 소화 능력이 따라와야만 프로그램의 질이 보장된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김연아와 윌슨이 찰떡궁합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하다.
브라이언 오서와 함께 캐나다의 크리켓 클럽[3]에서 활동 중이다. 그래서 오서의 제자들이 안무를 받는 경우가 많다. 김연아가 오서의 코치를 받을 때는 코치와 안무가가 모두 게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결별 사건 때 윌슨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윌슨은 오서의 행동에 난감함을 표시하면서 김연아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김연아의 자서전에 따르면, 2004년 토론토 마리포사에서 김연아는 윌슨과 처음 만났다. 당시 윌슨은 오다 노부나리와 제프리 버틀의 프로그램 안무를 맡았는데, 이 때 오다 노부나리가 윌슨에게 받은 프로그램이 공전절후의 피겨계 명작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였다. 당시 김연아는 윌슨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깊은 인상을 받을만도 하다 그로부터 2년 뒤 2006년 5월, 김연아는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를 받기 위해 그가 상주하는 클럽인 토론토 크리켓 클럽으로 왔다. 그리고 윌슨에게 안무를 받느라 클럽에 머무르는 동안, 클럽 코치였던 오서에게 단기적으로 기술적 지도를 받으면서 오서와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 즉 김연아는 오서 이전에 윌슨을 먼저 만났고, 오서의 코칭은 계획에 없던 셈.
코치가 아닌 안무가가 선수와, 스승과 제자 관계를 맺는 건 피겨계에서도 드문 편인데, 이는 김연아의 전 코치였던 김세열 코치와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가 처음 캐나다로 떠날 때 당시 코치였던 김세열 코치는 "연아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주세요" 라는 편지를 데이비드 윌슨에게로 보냈고, 윌슨은 김세열 코치의 부탁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늘 재미있는 농담과 표정으로 김연아를 웃게 만들었고, 주말에는 함께 공연을 보는 등 김연아에게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고. 본래 김연아는 내성적이고 표정이 없었는데 윌슨과 함께 하면서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 이 편지는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오랫동안 수신자가 브라이언 오서로 알려졌었으나(...)결별 사건 이후 사실은 편지의 진짜 주인이 데이비드 윌슨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2013년 세계선수권 해설 중 캐나다의 해설가 트레이시 윌슨은 "김연아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데이비드 윌슨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친한 관계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아이스쇼 이후 김연아의 은퇴 기자회견 때 김연아의 눈물샘을 터뜨린 것은 다름아닌 문서에 있는 데이비드 윌슨의 말이었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김연아 뺨에 살짝 뽀뽀하기도. 이쯤이면 거의 정신적 지주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의 은퇴 후에도 그녀의 갈라 안무를 맡았으며 박소연, 김해진등 다른 국내 선수들의 안무를 짜주기도 했다.
3 안무 프로그램
윌슨 안무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프리 프로그램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 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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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김연아 이전의 데이비드 윌슨의 뮤즈였다고 알려진 캐나다 선수 제프리 버틀[4][5]의 08년도 세계선수권 프리 프로그램 '아라라트'[6]이다. 귀에 낯선 음악임에도 스토리성 있게 안무를 짠 윌슨의 천재성과 그걸 소화한 버틀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프로그램. 아르메니안 전통 악기 소리에 맞춰 춤추는 후반부 스텝시퀀스 부분(3:33)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버틀은 이 대회에서 쿼드 없이 프랑스의 브라이언 쥬베르를 누르고 월드챔피언이 됐다. [7]
(아래)2007월드 당시 제프리 버틀의 아디오스 노니노이다. 여기서도 현란하고 정교한 그의 스텝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때 당시 제프리 버틀의 프로그램에 감명받은[8] 김연아가 소치올림픽 시즌에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선정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힌 바 있다.
패트릭 챈의 2013~2014 시즌 프리 프로그램.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 프리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을 때의 영상.
- ↑ 그 외에도 같은 시즌 갈라 프로그램 '리플렉션(브라이언 오서 안무)' 과 2009~2010 시즌 첫 번째 갈라 프로그램 'Don't Stop the Music(산드라 베직 안무)' 이 윌슨 안무가 아닌 작품들이다.
- ↑ 피겨 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편인 곡들. 카르멘이 대표적이다.
- ↑ 잘 알려졌듯이 김연아가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 그녀의 훈련 클럽이기도 했다.
- ↑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08세계선수권 우승자. 현역시절 스케이팅 스킬, 스핀, 스텝과 더불어 예술성이 뛰어났다고 평가받았고 시니어 시절부터 윌슨과 안무작업을 해 왔다. 본인이 윌슨과 합작해서 만든 안무가 많았고 현재는 하뉴 유즈루의 안무를 짜주기도 하는 등 안무가로 잘 활동하고 있다.
- ↑ 참고로 김연아 주니어 시절 돈이 없어 비싼 안무비용을 지불하지 못했을 때 현역 선수이자 아마추어 안무가로 알바(...)를 하고 있었던 제프리 버틀이 단돈 700달러로 싸게 만들어준 안무가 바로 Papa, can you hear me?이다. 버틀은 '그때도 연아는 다듬어지지만 않았을 뿐, 재능이 뛰어난 소녀였으며 그녀의 팔동작은 최면을 거는 듯 매혹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즉 김연아 선수의 주니어 시절부터 잠재된 표현력을 알아봤다는 얘기.
- ↑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다룬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영화 아라라트의 배경음악
- ↑ 남싱이 쿼드 없이 정상에 오르기란 옛날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김연아가 트리플악셀 없이도 정상에 숱하게 올랐던 이유는 다른 3-3점프의 환상적인 비거리와 정석적인 엣지를 쓰는 탁월한 점프실력을 갖췄기 때문도 있지만, 여싱에서 트악을 제대로 성공하는 선수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있었다면 이토 미도리 정도.) 반면에 그 당시 남싱은 예브게니 플루셴코와 알렉세이 야구딘의 쿼드 팡팡 전성시대였다는걸 감안하면 고난도점프를 구사하지 못했던 다른 남싱의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다는걸 보여준다.
옛날 구채점제 시절에는 쿼드부터 안뛰면 점수가 깎였는데 뭘. 참고로 02월드때 버틀의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엄청 짠 점수가 발표되자 관객들이 야유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선수시절 내내 점프 이외에도 비점프 기술(스핀, 스텝)과 음악적 해석, 쉴틈없는 안무의 완성도를 높여온 버틀의 승리가 의미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연아가 탁월한 점프실력 뿐만이 아니라 곡해석력과 연기력을 갖췄기 때문에 최정상에 오른 것과 같은 이치.즉 윌슨의 승리다그러나 제프리버틀은 선수시절 엣지는 정확했으나 점프 컨시가 그리 좋지 않은 선수였다. 들쭉날쭉한 점프컨시는 캐나다남싱의 종특 - ↑ 또한 김연아가 다른 선수의 경기를 보고 감동을 받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작품이 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