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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축산물의 도축을 담당하는 업종으로 고기를 만들어 내는 첫 단계를 하는 사람들이다. 관련 국가 자격이 95년부터 시행하는 식육처리기능사인데, 엄연히 전문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직종이며, 10여년 전 정도 기준으로는 여성 중 이 자격이 있는 분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 분 뿐이었다.
이 자격이란 게 단순히 소나 돼지를 죽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몸통을 부위별로 세세하게 나눠야 하니깐 해부학적 지식과 숙달된 기술, 근력과 체력이 모두 필요하다. 물론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 도축 인원보다 발골, 정형에 종사하는 인원이 훨씬 많다. 즉 이 항목은 도축에 직접 종사하는 인원과 발골/정형기술자 모두를 포함한다.
2 국내에서의 인식
과거 백정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쪽 업계종사자들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다. 도살자도 같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이쪽도 어감이 매우 부정적이니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식객 도축/정형 에피소드 내용을 보면 지금도 어느정도 천대받는 모양. 물론 이런 시각은 과거 1980~90년대보다 지금은 당연히 많이 줄어들었고, 지금도 줄어드는 추세긴 하다.
굉장히 힘들고 거친 일이기 때문에 일을 배울 때도 구타와 욕설이 난무할 것 같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사용하는 칼의 위험성도 무시무시하거니와[1], 스승도 제자도 칼을 들고 다니고 고된 일로 단련된 각자의 신체적 능력도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한 순간이라도 극단적인 감정을 가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인생이 끝장날수도 있다. 허구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조폭이 함부로 설쳤다가 도축 업자들에게 역으로 도축당하고, 지금도 발을 못 붙인다는 얘기가 돌 정도니...[2] 따라서 가혹 행위가 있는 경우는 정말로 보기 드물며, 같은 이유로 조직문화는 상당히 수평적이다. 요리학원에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도축인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영만 화백이 취재를 허가받은 사례가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다. 이 경우는 예전처럼 신분을 만들어 차별하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직업에 대한 차별이다. 물론 이것도 당연히 이 우주에서조차 흔적도 안 남기고 사라져야 할 나쁜 짓이다. 사기꾼 같은 악질적인것이 아닌 이상[3]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중노동인 도축, 육가공업에 종사하는 도축업자들의 노고가 없이는 맛있는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이 분들이 없었다면 푸른 초원이 무성한 밥상만을 볼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김진수의 입을 빌려 "도축 업자들을 천시하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다."고 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육체노동이 주가 되다 보니 몸이 힘든 건 피할 수 없겠지만, 수입은 괜찮은 편이다. 백정이라고 천대받던 시절에도 능력껏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직업이고, 2016년 현재 베테랑 도축업자들은 식육식당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마장동 점주들은 상당수가 자산가 및 건물주이다. 옛날에야 백정 집에시집장가 간다고 천대받았지, 2016년 현대에는 아이구 우리 자식이 사장님 집안으로 시집 장가 간다는 소리가 나온다. 농담이 아닌 것이, 정형 기술자는 대부분 고기 유통업이나 식당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고기를 파는 요식업은 다른 업종과는 수입에 있어 그 차원을 달리한다. 이제는 식객 에피소드와 다르게 평범한 개룡 검사는 마장동 고깃집에 장가 못간다는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 결국 금수저 미만 잡 사회가 발전하고 3D업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수록 이런 천대 현상은 사라질 듯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이 일은 100% 기계화를 할수가 없고, 우리 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즉 성장 가능한 유망 직종이며, 마찬가지로 기계화가 안 되고 소비 증가로 각광받고 있는 조리사의 연장선(전단계)에 있는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조리사보다는 경쟁률이 덜하다. 작업 현장이 미끄러우며 피와 내장 냄새가 심하게 나고, 무거운 도체를 들고 움직여야 하며, 칼을 쓰는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는 제약이 있어 여성이 진출하기 어렵긴 하나 엄연히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국가 기능사 자격이기 때문에 연령과 성별에 따른 진입 제한은 없다.
3 서양에서의 인식
현대의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인식이 다르다.
지금도 도살이 가지는 특유의 진득하고 고어한 이미지 탓에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이미지는 있을지언정, 천하지는 않다.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도축업자는 엄연한 스페셜리스트 대우받는다.
일례로 유튜브 가서 butchery까지만 쳐도 연관 검색어로 줄줄이 뜬다.[4] 아예 요리 학원 수업에서 선생이 돼지 한마리를 통째로 발골 정형 해 버리는 영상이 HD 화질로 올라와 있다. 민간에까지 사냥 문화가 발달해 있고 사냥한 동물을 해체하거나 요리한 뒤 나누어주는 일을 집단의 우두머리가 맡았던 전통이 있어 거부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곳의 이분이 직접 칼들고 써는건가?[5]
고기를 통째로 쓰는 일이 많은 바비큐의 경우, 고기를 원하는 모양과 크기로 다듬는 정형과 발골 기술은 필수이다. 즉 절간 조리사거나 채식만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축과 발골, 정형은 요리사의 기본기라고 할수 있다. 바비큐 쪽의 유명 조리사인 스티븐 라이클렌의 "바비큐 바이블"이란 베스트 셀러에서도 발골, 정형 기술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낙타, 양, 소, 염소 등 여러 동물을 기르는 유목민들은 고기를 다루는 일이 기본이라, 어린이들도 새끼양 한 마리 잡아 요리하는 것을 라면 끓이듯 간단하게 한다고 한다.
4 채식주의자들의 인식
고기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특히 비건)들의 인식이 어떨지는 추가바람
5 마장동 축산물시장[6]
서울특별시 성동구 마장동에는 과거에 소,돼지 도축장이 있어서 그 주변에 정육점이 많이 생겼다.[7] 도축하자마자 바로 먹기 때문에 냉동 → 해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돼지나 소의 특수부위나 곱창 등이 싸고 신선하고 맛있다.
그곳 종사자들 전원은 말 그대로 '정형사(칼잡이)'인데다가 비록 연장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소나 돼지같은 거대한 동물들을 일격에 보내야 하는 요구능력에 엄청난 무게의 고깃덩어리들을 상대하다 보니 힘도 엄청나게 세다. 난다긴다 하는 조폭들도 마장동은 절대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한다. 1982년 마장동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보호비 내놓으라며 12cm 칼을 들고 날뛰다 담금질 당했다는 조폭의 이야기가 도시전설마냥 퍼져있다. 상인(=발골/정형기술자)이 "돼지 멱따는 소리 들어봤나?" 하고 말한 다음 바로 배를 칼로 찔러버렸다고 한다. [8]
게다가 도축업자들이 다루는 칼은 검도에서 쓰는 길지만 가느다란 진검이나 나이프 수준이 아니라 크고 아름다운 발골용 칼로 용도 자체도 긋거나 찌르고마는 무기의 용도가 아니라 인간보다 두꺼운 근육을 지닌 짐승들의 살과 뼈를 한꺼번에 썰어서 분리시키는 용도의 칼이다. (인터넷에서 "소머리칼"로 검색해 보자. 도축업용 칼 중에서는 중간 정도 크기 칼인데, 날 길이만 27cm를 넘는다.) 조폭이 소총만 들고 다닌다면 우시장 사람들은 소총은 물론 대포까지 같이 들고 다니는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황소와 돼지를 밥먹듯 황천골로 보내는 도축업자들에게 조폭 나부랭이 따위는 그저 애송이일 뿐.[9]
하지만 이곳도 시대의 변화상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선 많이 쇠락했다고 한다. 특히 2010~2011년에 일어난 대규모 구제역 파동 때문에 거의 분위기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고.
6 기타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축업자와 친하게 지내 호감도를 올리면 간혹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득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주로 많이 나누어 주는 부위는 천엽이라고 한다. 보기보다 가장 양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 지역 도축업자와 연락을 터서 직접 식육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직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명함을 준비하는데, 대개 이 명함에는 도축업자와 곧 잡아먹힐 황소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식육처리기능사 직함과 E메일 주소, 전화번호가 들어간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소, 돼지 같은 굇수들과 매일같이 힘겨루기를 해야만 하고 그래서 도축업자들은 싸움을 장난 아니게 잘한다.
또한 생명을 죽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PTSD가 유행하는 직종이라고도 한다고.- ↑ 도축 및 정형에 쓰이는 칼의 날카로움은 여타 주방용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칼이 안 들면 작업이 안 되기 때문.
- ↑ 국내 독립영화에서도 비리비리한 청년이 폭력배들에게 처맞다가, 칼을 잡더니 죄 썰어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알고 보니 정형 기술자. 그 때 치는 대사가 "내 칼이 아니라서 어렵네?" ㅎㄷㄷ
- ↑ 애초에 사기꾼은 범죄자이지 직업이 아니다.
- ↑ 국내에서는 도살장 도축 과정은 대통령에게도 안 보여준다고까지 한다.
- ↑ 한국에서 고기를 구울 땐 그 무리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사람이 고기를 굽는 게 보통이다.
물론 지지리도 못굽는다거나 고기굽기에 자부심이 있는 분이 있다면 집게를 뺏고 직접 굽기도(...) - ↑ 엄격히 따지면 도축업자가 아니라 정형기술자들이 모인곳이라 이 카테고리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 ↑ 도축장 자체는 도시개발 때문에 1998년 이전했다.
- ↑ 만화 식객에서도 등장하는 대사다. 흠좀무. 신문기사에서 소개하였으나, 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 ↑ 이 내용은 약간 과장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기사로도 났고...물론 그렇다고 이분들을 만만하게 봐도 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애초에 힘이 세고, 칼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 함부로 개기는 게 과연 현명한 짓일지 잘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