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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2일 둘째 딸의 사망으로 밝혀진 연쇄살인 사건.
1 개요
2003년 10월 12일, 안모 씨(36, 이하 A씨)는 자신의 두 딸과, 세 명의 사촌 동생을 데리고 구리시의 동네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에서 A는 둘째 딸에게 음료수를 주면서, '이거 너만 혼자 몰래 먹어야 해'라고 말을 한다. 둘째 딸 오모 양(9, 이하 B양)은 음료수를 마시고, 5분 후에 수영장에서 축 처진 채로 떠오른다.
당시 안전요원은 아이의 맥박이 없었고, 호흡도 안 되고 있었다고 한다. 즉시 인공호흡을 바로 실시했고, 아이가 의식이 돌아오며 자신의 말귀를 알아들었다고 증언했다.
2 쟁점
수영장에서는 익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났다. 따라서 A씨는 자신의 딸이 사망한 이유가 수영장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수영장측은 B양이 죽은 정황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로 ① 익사체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코나 입에서 물이 나와야 하나 그러한 정황이 없으며, ② 익사하는 경우는 대개 큰 소리를 지르나, B양은 너무나 조용히 죽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 경찰들은 단순 익사로 처리하려고 하였다. 구리시는 1년에 50여구의 익사체를 부검하였던 바, 수상 사고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에 관심을 갖던 당시의 초임검사가 적극적으로 부검을 추진하면서 사건이 반전된다.
3 부검 결과
부검 결과 B양의 근육은 선홍색(鮮紅色)이었다. 보통 사람이 죽었을 때 부검을 하면 근육은 붉은 회색을 띤다. 선홍색 피는 동사(凍死)체, CO중독, 청산염 중독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소견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수영장에서 얼어 죽거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거나, 청산염 중독으로 죽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 B양의 혈액을 추출하여 국과수에 보낸 결과, 혈액에서 16.2㎍/㎖의 청산염이 발견된다. 이는 청산염의 성인 치사량(致死量) 2.5~5.0㎍/㎖의 3배가 넘는다.
이에 함께 수영장에 갔던 B양의 언니(당시 11)와 고종사촌 언니(당시 12)를 조사한다. 첫째 딸과 B양의 사촌언니는 B양이 자신들에게 와서 '나 맛있는 거 먹고 왔다'고 자랑했다고 증언했다. 엄마가 B양한테만 맛있는 걸 줘서 자기들은 약이 올랐다는 것이다. 반면 A는 자신이 그런 적 없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당시 수영장 안전요원은 A씨가 아마 B양으로 생각되는 아이를 여자 탈의실 앞에서 손짓해 부르는 걸 보았다. 그리고 온 아이의 어깨에 A씨가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둘 다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음료수를 줬었다'고 말을 번복한다. 음료수가 수상하기는 하였으나, A씨는 딸을 떠나보낸 엄마를 의심하느냐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유감이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A씨가 시안화칼륨, 속칭 청산가리를 구입한 흔적과, B양에게 먹인 음식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사건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차차 드러나는 수상한 점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A씨는 사건 하루 전날인 2003년 10월 11일에, 보험료가 없어서 보험 설계사에게 보험료를 대납하게 하면서까지 딸의 사망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딸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람은 분명히 A씨였다.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수영장도 신체상해 1인당 최고 1억원 배상보험에 들어 있었는데, A씨는 이듬해 1월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려 했다.
4 여죄의 발견
경찰은 A씨의 통화내역을 확인한다. 통화 내역을 감청하는 중, 어떤 남성(내연남)이 '너 또 약 먹였지?'라는 말을 한 것을 발견한다. 여기에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은 내사를 시작한다. 이후 그녀가 일으킨 두 건의 사건이 추가로 발견된다.
4.1 남편의 살해
A씨는 1992년, 남편 오 씨(이하 C)와 결혼하였으나, 1998년, 내연남을 만나면서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이후 2001년 12월 1일, 옆집에서 한 김장을 남편에게 먹인다. 김장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C는 가슴통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1시에 사망한다.
김장에 굴이 들어갔다는 A씨의 증언에 의존하여, 의사는 사인을 마비성 패류독소(paralytic shellfish poison) 혹은 비브리오 폐혈증(vibrio vulnificus sepsis)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었다. 마비성 패류독소가 나올 수 있는 상한 굴에서는 심한 악취가 나므로, 먹기 전에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며,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이 고온인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그리고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른 이후의 일이지만,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병원 응급실에 가서는 남편이 김장을 먹고 쓰러졌다고 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의사 역시 마비성의 자가중독 등을 언급하며 독극물 중독일 수도 있다는 소견을 남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A씨가 남편의 시신을 화장해버렸기에, 수사 등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A씨는 3,7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는다.
4.2 친구의 살해
A씨의 남편이 죽고 약 7개월 후, K씨는 자신의 남편과 같이 나가서 케이크를 사온다. 그리고 케이크를 잘라서 자신과 친한 친구인 A씨에게 갖다 주겠다며 나갔는데, 다녀온 후 K씨가 쓰러진 것이다.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K씨가 오자마자, ‘어, 여보, 나 좀 봐’ 이러더니 앞으로 그냥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A씨를 만나고 온 지 10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이때 사인은 원인불명의 대사성산증(Metabolic Acidosis)이었다. 이때 피해자의 증세는 시안화칼륨, 속칭 청산가리를 먹었을 때의 경과와 일치한다. 이 경우 중독사가 합리적인 사인으로 의심되나, 의사는 중독사를 의심하면서도 다른 사인(死因)을 기록하였다고 하는데, 이후의 수사결과, 당시 부검은 이루어졌고, 부검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의사는 안면부 청색증과 경련으로 쓰러진 점 등 독극물 중독의 증세를 기록했고, 중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분명히 기록해 두었다.
난데없는 아내의 죽음에 K씨의 남편은 망연자실했지만, 아내의 장례 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알고 보니 K씨는 자신의 사망 시 수익자가 A씨로 된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청약서에는 ‘(A는) 나의 모든 걸 뒷받침되고 믿을 수가 있다’라고 적혀있었다. 보험금은 최고 1억원이었다.
청약서만 보면, K씨가 생존 당시 절친한 친구 A씨에게 주는 선물로 보험을 가입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 보험이 계약되고 3개월 후, K씨는 사망한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의 의심을 산다. 당시 피해자 K씨의 남편은 K씨의 보험 가입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A씨가 K씨 행세를 하며 그 보험을 가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A씨는 K씨의 유족 몰래, 직접 K씨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직접 보험금을 청구했던 것이다.
A씨의 둘째 딸이 죽은 이후 주목을 받게 된 A씨에 대한 자세한 수사 과정에서 조금씩 밝혀졌다고 하는데, 이것이 A씨의 범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는 사문서 위조∙행사와 사기 미수에 해당되기에 기소가 가능했다. 즉 구속 수사가 가능해진 것. 그러나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A씨는 울고불고 하는 등 완강한 태도로 일관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던 탓에, 재판은 거의 2년을 끌었다.
5 진술 분석(陳述分析 Statement Analysis)
이상현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의 말을 인용하여 요약해보면, 실제 자기가 겪었던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진술과, 그걸 상상 속에서 꾸며낸 사람의 진술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차이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진술서를 바탕으로 하여 거짓을 찾아내고 용의자가 감추려하는 것이 있는지 분석하는 과학적인 방법이 진술분석이다.
2013년 8월 3일자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이 사건에는 진술분석기법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에서 A씨는 둘째 딸이 죽었을 때 자필로 2장의 진술서를 썼다.
당시 A씨의 진술서 일부
| 10월 11일 두세 시경 조카 〇〇〇가 집에 도착. 10월 12일 8시 30분쯤 일어나서 빨래를 해놓고. 9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하고 10시 30분 경에 집을 나섰다. 20분 정도를 걸어서 수영장에 도착. 11시쯤에 풀장 안에서 노는 것을 확인하고. 카운터 앞에서 젖은 양말을 벗고 있는데. 우리 〇〇〇를 안고 안전요원이 왔고, 바닥에 〇〇〇를 눕힌후 심장을 누르다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으로 와서 계속. 응급조치를 취하였고. 병원 응급실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조카와 〇〇〇를 찾아서 데리고 와달라는 저의 부탁을. 수영장쪽 아저씨가 확인을 해서 데려나와 〇〇〇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〇〇〇가 "사고를 당해 위급하다. 도와달라"는 전화를 하고. 오빠에게 연락을 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뒤. 〇〇〇의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하 후략) |
이 진술서에 대해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조은경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한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진술서 전체를 놓고 보면, 사건 전의 내용에 대해 A씨가 쓴 내용은 5문장이다. 그리고 사건 시간대에는 2문장, 사건 후에는 18문장이다.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 시간대에는 또박또박 시간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술을 하고 있다. 풀장 안에서 놀 때부터 시작해서 안전요원이 와서 사망한 피해자를 건져내는 그 시간대가 사건이죠. 이 많은 진술내용 중에 딱 두 줄 정도 외에는 그 사건을 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건 시점에 오면 너무 자세하게 쓸 수 없는 거죠. 너무 자세하게 쓰면 안 되니까. 본인의 범죄행위가 들어있는, 내포되어 있는 그런 부분들은 생략을 하거나, 짧게 쓰거나, 아니면 그 시간대를 뛰어넘는 거죠.
A씨의 진술에서 사라진 시간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A씨가 딸을 불러 얘기를 나눴다는 그 시간대이다. A씨가 뭔가 숨기려고 한 부분들은 더 있다.
썼다가 지운 부분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의미한다. 자신이 딸의 사망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마치 보여주는 것 같은 그런 심리, 그런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독극물과 관련이 있다. (A씨의 진술서에서) ‘위독’이라는 표현을 지웠다는 건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독이라는 단어를 몹시 불편해하고 있고, 독과 연결된 말도 꺼리고 있다는 심리가 보인다. 이는 자신이 독과 관련이 있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많은 걸 숨기고 경계하다 보니, 정작 드러나 있어야 하는 것들이 진술서에서 빠져 있다고 한다.
사건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수영장에서 사망했으니까. 정말로 이 사건이 자기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우연히 일어났고, 우연히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감정의 흔적들이 좀 더 강하게 많이 있어야겠죠.
진술서를 통해 본 A씨의 심리는,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아닌, 청산가리로 독살을 저지른 범죄자의 심리라는 것이다.
6 판결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당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데다 수익자를 자신으로 한 점까지 미뤄볼 때 친구 K씨를 위해 가입했다는 A씨의 말은 믿을 수 없다. K씨가 숨진 뒤 보험금 청구도 유족 몰래, 사망 진단서 발급도 직접 몰래 하기도 했다. 최 모라는 보험설계사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김 모라는 보험설계사에게 친구 K씨 종신 보험을 계약했다. 2002년 8월, K씨가 A씨를 만난 지 5~10분 만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면서 쓰러진 점도 사실로 본다. K씨는 손발이 뒤틀리고 입에서 쉰 냄새가 나다가 이틀 만에 숨졌는데 당시 부검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부검의는 ‘중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냈다. 그런데도 A씨는 자기 앞으로 5,000만원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이 간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재판과정에서 당시 김해경찰서가 A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자, 검찰의 지휘를 받아 대검찰청 과학수사팀에게 뇌파분석 기법 수사를 의뢰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등 뇌파 분석 기법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A는 친구의 살해, 딸의 살해 2건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남편의 살해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현재도 청주 여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7 기타
법무연수원 진술증거분석연구센터장인 김종률 검사에 따르면, (여러 정황들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지만, ‘아, 이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 하는 걸 명백하게 이해하는 순간,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심증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