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Default

1 기본 설정

컴퓨터, 게임계 등에서는 옵션의 '기본 설정' 상태라는 뜻으로 잘 쓰인다. 혹은 '초기화'.

예) 게임 주인공디폴트 네임

어쩐지 컴퓨터 공학 관련자들은 실생활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

예 ) 이 식당은 디폴트가 좋아(밑반찬).

2 경제 용어

채무불이행을 말한다.

공/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한 원리금 지급을 아예 못 하게 되는 것. 즉 '부도' 라고 보면 된다. 공/사채나 은행융자는 원리금 지급일이 정해져 있어서 원리금 지급일이 되었는데 빚을 못 갚게 된 것.

쉽게 풀이하자면 국가, 국가 정부가 '아몰랑 나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님들 채권 못 갚아요. 배째!(...)'라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 막장 테크의 단계 중의 하나.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채무자는 채무에 대해 모든 의무가 없어지지만 자신의 재산통제력도 상실되는데 채권자의 경우 담보가 있으면 담보를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하고 담보가 없으면 채권액에 상응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할 수 있다. 단, 채무자의 재산이 채권자가 소송을 걸 수 있는 국가의 사법력이 미치는 영역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Chase 은행 계좌에 있던 수천억 원의 예금을 포함하여 미국이란 자산을 동결시켰다. 이 동결로 이란 중앙 은행은 이자 지급을 위한 계좌간 이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이자 미지급을 이유로 Chase 은행은 이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이를 빌미로 이란 정부의 미국 내 현금성 자산을 압류하였다.[1][2][3] 이란 국내의 이란 정부 자산은 이란 사법부가 당연히 압류를 허가할 리가 없으므로 미국 은행은 손을 댈 수 없다. 물론 미국 외의 지역에 있는 해외자산 역시 그대로 이란 정부의 자산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리스 역시 2015년 7월 1일부터 디폴트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알거지를 면할 길이 없게 되었다.

이 말이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은 2010년 국채만기로 인한 유럽연합 금융위기의 중심인 PIIGGS에 이어서 미국까지 디폴트 위기에 빠진 것 때문. 모라토리엄은 일시적인 채무지불유예지만 디폴트는 아예 빚에 손도 못 대는 상황이라는 것.

채무자가 디폴트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것을 디폴트 선언이라고 하며 한 융자계약에서 디폴트 선언을 당하면 다른 채무에 대해서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할 수 있는데[4] 이것을 '크로스디폴트'라고 한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빡친다.

참고로 북한소련이 건재하던 시절에 이미 공산권 유일의 모라토리엄 국가로 악명이 높았으며 현재는 채무상환을 거부하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놓여있다. 자세한 것은 북한의 국채 문서 참조. 그나마 이 북한도 정식 디폴트 상태가 아니다. 물론 통일 후 남한이 갚아줄 거라 생각해서 채권자들이 크로스디폴트 선언을 굳이 하지 않는 것도 있다.

위 내용에서는 국가의 디폴트가 주류였지만 사실은 기업이나 가계의 디폴트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사태로 인한 파급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 전국구세계구를 대입시켜 보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참고로 유럽연합이 그토록 큰 돈을 들이고 열과 성을 낸 것도, IMF 주도하에 두 나라를 지원한 것도 싹수가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스페인이탈리아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서였다.

2.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디폴트의 미국식 옵션화(化)

  • 참고 자료 : Fundamentals of Futures and Options Markets (8th Edition), John C. Hull

위의 설명대로 디폴트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일 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빚을 얻을 때 내건 담보를 뺏기게 되는데 만약 갚을 빚보다 내건 담보가 싸졌다면?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현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엄청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는 기본적으로 대출이 발생할 때 이자를 미리 계산하여 갚을 돈이 다 정해진다[5]. 즉, 외부 요인이 뭐가 됐든 간에 내가 낼 돈은 대출 시점에서 이미 다 정해지며 바뀌지 않는다. 당시 미국 은행들에게 있어 모기지는 다년간, 큰 액수의(집이 한두 푼일 리가 없으므로) 안정적인 이자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가 디폴트를 행사해도 이미 값이 치솟고 있는 집을 담보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상품이었다[6]. 즉, 어떻게든 주택담보대출만 만들어내면 은행은 큰 이익을 볼 수 있었고 자기 집을 마련하게 도와준다는데 마다할 사람도 없으므로 너도나도 집을 사게 되었다. 세계금융위기 항목에도 나오듯이 주요 은행이 집값의 70% 대출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모기지는 은행들에게 있어 이상향이었지만 문제는 그 집값이 거품이었다는 것.

거품이 낀 집값은 조금씩 거품이 꺼지면서 점점 낮아지다가 대출한 돈보다도 낮아지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 담보인 집이 빌린 빚보다도 커지는 상황이 되자 결국 집주인(채무자)들은 디폴트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가령, 10억짜리 집을 7억 대출을 받아서 산다고 하자. 위에서 말한 미국 모기지의 특성대로 그 시점에서 낼 돈은 원금 7억과 그 이자로 이미 고정된다. 만약 그 다음날 바로 집값이 대폭락하여 5억이 되었다면? 5억짜리(더군다나 폭락 중인) 집 때문에 7억+α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호구가 아니라면 이런 거래를 두고 볼 리가 없으므로 그냥 디폴트를 선언하고 은행에게 집을 줘버리는 것이 더 이득이 되어버린다.

이 예시를 다시 보면 집주인은 집값을 대출받은 시점의 가격으로 팔 수 있는 풋옵션[7]을 디폴트를 선언함으로써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설령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집값 폭락의 손실을 채권자인 은행에게 넘겨버리고 빚을 안 갚아버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셈. 결국 은행들은 거품이 다 꺼진 깡통집들을 디폴트로 인해 떠안게 되었고, 하나둘씩 이를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가속화되었다.

2.2 관련 항목

  1. "1979년 미국의 상업 은행들이 이란에 대해 디폴트 선언을 했을 때 미국 은행에 맡겨진 이란 예금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융자를 회수한 적이 있다." 링크.
  2. "디폴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79년 가을 미국의 상업은행이 이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사례이다. 당시 미국은 자국 은행에 맡겨진 이란의 예금을 자국이 빌려준 돈과 상쇄시킴으로써 채권을 회수했다." 링크.
  3. "Carter froze Iranian assets in the United States, including the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in Chase accounts. The freeze enabled Chase to declare Iran in default on its loans since the Iranian central bank was no longer able to move money between accounts to make interest payments. Chase then seized Iran’s cash reserves in the amount of the outstanding loans and walked away clean from the disaster." 링크.
  4. 이 경우의 디폴트 선언은 '나중에 갚겠다고? 아 꺼져. 어떻게 믿어? 너 지금 갖고 있는 거나 닥치고 내놔'란 뜻이 된다. 이 계약에서 갚을 돈은 없고 다른 계약에서 갚을 돈은 있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5. 이론적으로 매월 내는 비용이 같고,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만 원금과 이자의 비율은 다르다. 갚은 원금에 대해선 이자가 없으므로 처음에는 이자가 대부분이다가 마지막에는 원금을 내고 끝나는 형태를 띤다.
  6. 그렇다고 모기지가 완전한 무위험 상품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기지는 Prepayment risk(조기상환위험)를 안고 있고 이로 인해 은행들은 MBS(Mortgage-backed security)라는 모기지의 증권상품화를 통해 리스크를 쪼개려고 했다.
  7. 옵션에는 미국식과 유럽식이 있다. 유럽식은 만기에만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미국식은 만기 이전이라면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