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향(태조 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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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양길의 셋째 딸로 궁예의 첫 부인이라는 설정이다.양길의 딸이며 극중 가상인물.
배우는 유민주.

극중 이름은 '미향'이며, 15화에 궁예가 양길에게 투항했을 때 궁예를 맘에 들어한 양길이 그에게 셋째 딸을 시집 보내는 것으로 처음 등장한다. 극중 묘사되는 바에 따르면 첫째와 둘째도 다른 장수들에게 시집을 보낸 듯. 이 드라마에서 왕건이나 견훤의 입장에서 호족들과의 혼인정책을 설명할 때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이 난세에서 가장 강력하게 신뢰관계를 맺는 방법은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종종 설명되는데, 미향의 케이스를 보면 가족이 되었든 어쨌든 결국 배신할 사람은 배신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신뢰관계로 묶어두고자 하는 양길의 의도에 따라 미향은 궁예의 아내가 되었으나, 승려 신분인데다 그때까지 세속적인 삶을 살아 본 적이 없었던 궁예는 철저히 그녀를 지나가는 '보살'로 대했고 기껏 첫날밤을 지새라고 마련해 준 신방에서 수계식을 하는 만행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후로도 궁예는 보살로서 공부를 하라며 불경 등을 주는데, 결국 부인으로서 할 일은 없고 그래도 몇 자라도 읽었는지 어느 정도는 궁예 앞에서 그 내용을 인용할 정도까지 된다. 속담 그대로 '노느니 염불'.

이후 백성들과 숙식을 함께 하는 남편을 따라 보살인 자신도 예외없이 비단옷 대신 다 해어진 소박한 옷을 입는 처지가 되어서 처음에는 물론 당황하고 내키지 않아 했다. 그래도 나중에 친정 아버지인 양길이 찾아와서 딸의 몰골에 경악하자 "이곳에는 아무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으며 장군에서 백성까지 모두가 예외없이 일하는 대로 밥을 먹는 곳"이라며 남편을 힘써 변호한다. 양길도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사위인 궁예를 마음에 들어했으므로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16회).[1]

궁예를 따라 낮은 위치로 내려오는 데에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하더라도 미향은 남편의 사랑을 갈망하는 그저 평범한 여자였기 때문에 암만 해도 궁예가 요구하는 보살은 될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 양길이 "남편은 부인이 하기 나름"이라고 조언한 바를 되새겨 궁예에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랑을 줄 것'을 간청한다. 목숨까지 걸고 나오자 할 수 없이 궁예는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나 이 일로 인해 커다란 번뇌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 예언을 한다.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합방을 한 결과 미향은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 참고로 바로 다음 화가 미향의 꿈으로 시작되는데[2] 깨어 보니 남편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주변에 물어보니 어젯밤 자신과 함께 잔 남편이란 사람은 새벽참선을 마치고 평소처럼 밭을 갈러 나갔다고 한다(...). 멘탈이 붕괴된 표정으로 "참선...? 밭에...?"를 되뇌이는 안습한 모습이 참(...)

궁예가 양길을 배반하고 수도를 정해 왕으로 등극한 뒤에는 고향의 지명을 따 '북원부인'이라 불리게 된다. 궁예의 측근인 종간은 적의 딸이 황후가 될 수 없다 하여 새로 강비를 정식 황후로 들이게 하였는데, 워낙 강비의 성품이 강건하고 곱기도 한 데다 이미 미향 본인은 남편으로서의 궁예를 포기한지 오래이며 오히려 똑같이 무정한 남편에게서 진짜 지옥을 보게 될 그녀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한지라 금방 친밀한 사이가 된다. 좋든 싫든 남편이 된 사람은 사랑을 주지 않고, 자기 아들은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빼앗겨 어미의 손을 떠나 절로 넘겨져 양육하게 되고 조정 모든 신료들이 적의 딸인 자신을 대놓고 따돌리고[3] 자기 아버지 양길은 사위에게 배신당한 끝에 처형당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그런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이때부터 슬슬 세상사에 지칠 대로 지쳐 해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순행길에 오르기 직전에는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계속해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거나 천배를 해댄다. 이 때 죽은 아버지와 숙부님들이 보인다 운운 하는거 봐서는 헛것이 보일 정도로 정신이 나간 모양.

순행길에 동행하면서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염불을 외우면서 은부의 말대로 진짜 보살이 다 되어간다.

자기 고향이자 아버지, 형제자매가 몰살당한 북원에 이르러서는 연회를 벌인 궁예[4] 앞에서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로 나타나 최초로 "폐하는 미륵이 아니다"라며 폭언을 쏟아붓는 위업(?)을 달성한다. 이 미향이라는 캐릭터가 처음 양길의 딸로서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인상이었는데 이때 최후까지 본격적으로 발성이며 연기며 독기 어린 열연의 표본을 보여준다.특히 연회장에서 핏기 없는 얼굴로 은부를 향해 비웃음과 함께 쏘아보는 눈빛은 섬뜩할 정도. 이렇게 정신이 피폐해져 가던 미향에게 궁예에게 도륙을 당한 자기 혈육들과 북원 백성들의 혼령 소리가 들린다며 환각에 환청 증세까지 더 심해지게 된다.

북원 다음으로 당도한 곳은 명주(지금의 강릉)였는데 이곳에 자신의 아들이 양육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성주 김순식에게 간청하여 아들을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빌었지만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지는 걸 피하려고 김순식은 밖으로 내보냈으며 은부가 이전과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억지로 숙소에 감금하기에 이른다.어쨌든 김순식은 왕건의 설득과 자기 아버지 허월의 충고에 따라 결국 아이를 데려오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자기 아들의 환청을 듣고 착란에 빠져 온 방안을 헤매던 북원부인이 스스로 낸 불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이다. 화재 현장에 달려온 궁예도 강비도 허탈해하는 왕건도 김순식도 모두 충격을 받아 멍하니 서 있는 와중에 김순식의 부하와 그 아들이 뒤늦게 도착한다.

김순식: 폐하... 신의 아버님 절에서 맡고 있었던 그... 아기씨옵니다.

궁예: 이 아이가... 그 아이란 말인가...?
허월: 어서 인사를 드리세요. 대왕 폐하이십니다.
궁예: ....법명이 무엇인고?
동자승: '효선'이라 하옵니다.
궁예: 효선이라... 효선... 네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동자승: 예. 주지스님께서 일러 주셨사옵니다. 어머님은 관세음보살님이시고 아버님은 미륵부처님이시라 하셨사옵니다.
궁예: (눈물이 고인다) 그래... 그랬구먼... 미륵과 관세음보살이라...[5]

누군가: 시신이 한 구 있사옵니다. 북원부인 마님 같사옵니다.

은부: 폐하, 황후마마와 함께 어서 이 곳을 떠나시오소서... 보실 일이 아니옵니다.
궁예: (돌아보지 못하고) 아이부터 여기를 떠나게 하게...
동자승: 누가 죽었나보옵니다. 대사님... 누가 죽었나 보옵니다...?
궁예: 어서 데리고 가지 않고 무엇 하고 있는가!
(제41회 중)

궁예도 북원부인이 오래 살지 못할거라는 걸[6] 알고 있었으나, 어쨌든 궁예가 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건 궁예 자신도 인지하고 있는지라, 미향의 사망한 다음날 궁예는 하루종일 술만마시며 고뇌한다. 인간을 초월한 미륵을 지향하고 있는데, 인간의 감정 때문에 고통스럽자 고뇌를 하게 된것. 술에 취한데다, 남편 노릇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인간과 미륵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 등으로 인해 마음이 약하진 궁예인 그날 밤 강비와 합방을 한다.

이 북원부인의 최후를 황도에서 접한 종간은 대미륵을 자처하는 궁예가 미륵 기믹에 맞지 않게 인간의 정이라는 약점을 내보이게 될 것을 우려하였으나 동시에 어차피 어떻게든 처리할 적의 딸이었기 때문에 안도하기도 한다.[7]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강비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자신과 그 부인의 최후를 심각하게 동일시하면서 비관에 빠지게 된다. 궁예와 합방한 이후 임신을 하는데, 이후 출산을 할때까지 강비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우울증 말기의 환자 수준이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은 이후 북원부인의 최후보다도 훨씬 더 끔찍한 형태로 실체화되기에 이른다. 강비 문서 참조

훗날 궁예가 독화살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궁예는 경문왕, 양길, 미향이 등장하여 같이 저승에 가자고 하는 악몽을 꾼다(72화). 궁예가 이 들에 대해 트라우마 또는 죄책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위에 언급한대로 궁예가 독립한 이후로 미향에게 대놓고 우호적인 인물은 복지겸, 강비외에는 딱히 없었으며(그나마 허월이나 왕건은 미향을 불쌍한 인물로 여겼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미향을 언제 죽일까 벼르고 있는 중이었다. 훗날 기침한 신하나 석총을 죽이는 건 머뭇거리다 결국 하지 않은 염상이 여기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미향을 죽이려 한 것으로 보아 대다수에겐 '미향=죽는게 이 나라를 위해선 더 좋은 사람'으로 인식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향의 아들은 어느날 어느 늙은 고승이 데려가버린뒤 소식이 끊겨 생사가 묘연해졌다는 식으로 언급된다. 물론 이 것 외에는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에, 종간등이 후환을 없애기 위해 미향의 아들을 없애버린건지, 아니면 미향을 동정하는 이(가령 복지겸이라던가 허월이라던가)들이 미향의 아들을 세상에서 숨겨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1. 게다가 궁예도 "모두가 이를 장군의 덕이라고 칭송하는데 그만두오리까?" 하니 양길은 더더욱 화를 낼 수가 없었다.
  2.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궁예가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이후 소름끼치는 행적들을 익히 알고 있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심히 어색함과 오글거림을 참을 수 없는 닭살 분위기를 연출한다.해당 화 대본에서까지 지시문에 명백히 미향의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하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자.(제19화. 맨 첫 장면부터 시작)
  3. 복지겸외에는 신료들 중에 우호적인 사람이 없었고 아예 따돌리는 것을 넘어서 죽임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종간과 은부가 모의해 당시 내군 소속이었던 염상에게 은부가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고 비단줄로 목이 매여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가 때마침 강비가 찾아와 간신히 살아남았었다.
  4. 그러나 북원을 쑥대밭으로 만들라는 지시는 은부와 종간의 독단으로 내려진 거싀었고 궁예 또한 이 시점에서는 아직 정신이 멀쩡했었는지라 이런 데서 연회를 연 자신이 경솔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5. 일찍이 궁예가 그토록 자기 부인에게 '보살'이 되기를 강권했던 것과 갈수록 정신이 망가져 가며 불교에 의존하던 북원부인의 최후를 보면 심히 의미심장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6. 41화에서 왕건과 궁예가 함께 술을 마실 때 궁예가 많은 사람들이 북원부인이 죽길 원한다고 언급한다.
  7. 내군의 부장 염상으로부터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던 종간은 "일부러 그리한 것은 아니고?" 하고 캐물었으나 부장이 답하길 내군 측에서도 순행 중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서는 곤란하지 않느냐며 발뺌했다. 그러나 실제 직접적인 원인은 북원부인의 실화(失火)라 하지만 적어도 은부의 내군이 감금하여 그런 상황을 방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