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완

閔甲完, 1897년 양력 9월 16일(음력 8월 20일) ~ 1968년 양력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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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 이은의 약혼녀.

명성황후의 일족인 여흥 민씨의 민영돈의 딸로 태어났다.[1][2] '갑완'이란 이름은 민갑완의 할머니가 진갑을 맞은 해에 태어난 손주라는 의미라고 한다. 순종황제의 2번째[3] 황후인 순정효황후 윤씨와도 인척 간이었다고 하며, 그녀가 영친왕의 약혼녀로 선택된 것에는 이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1907년 10세에 영친왕의 약혼자로 간택되어 날을 잡아 혼례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일본은 '유학'이란 구실을 붙여 영친왕을 볼모로 끌고 갔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영친왕일본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이후 민갑완은 1917년까지 10년간 영친왕의 귀국과 혼례만을 기다리며 지냈으나, 영친왕일본 황실의 황녀인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梨本宮方子) 여왕(이방자)과 정략결혼하게 되면서 파혼당했다.

3개월 후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는데, 이 때에 부친 민영돈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4]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인이었던 김규식의 후원으로 미국인이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한동안 신학문을 배웠다. 그러나 일본 영사가 학교에 찾아와 민갑완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고 압력을 행사하여, 교장은 결국 민갑완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김규식은 민갑완에게 독립운동에 투신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그녀는 "나 하나의 희생으로 만사가 평온하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거절했다. 이후 독서와 뜨개질로 세월을 보냈고, 여러 번 혼담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 함께 귀국하였지만, 가난에 시달리며 불우한 만년을 보냈다.

1963년 영친왕박정희 정부의 주선으로 귀국하였으나 뇌연화증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귀국하였고, 그나마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1968년 2월 19일, 후두암으로 71세의 생을 마감하고 부산천주교 공동묘지에 묻혔다.

민갑완이 쓴 회고록 <백년한(百年恨)>에는 간택 당시 상황이 적혀 있어 영친왕의 간택 행사에 대한 사료 중 하나로 뽑히지만, 문제는 어렸을 적 일을 몇십년 뒤에야 회상한 것인데다, <백년한> 자체는 본인이 직접 쓴 게 아니다. 그녀의 수기를 몇년 후 친척이 다시 정리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록과 비교해 봤을 때 오류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거짓말을 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백년한>에선 민갑완이 재간택에 뽑힌 3명의 규수들 중 1명이라 적혀 있지만, 다른 기록에 따르면 민갑완은 재간택 대상으로 뽑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민갑완이 갑자기 영친왕의 약혼녀가 된 것은, 당시 일본영친왕을 유학 보내려는 것 때문에 궁지에 몰린 영친왕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가 아들의 결혼을 서두르려고 민 씨 집안에 약혼 예물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친왕의 약혼녀란 이유로 일제강점기 때 박해를 받았고, 민갑완 본인이 '영친왕의 약혼녀'란 이유로 평생 결혼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재간택 대상자가 아닌데 결혼 상대가 된 비정상적인 경우였다는 걸 후대에 숨기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높은 듯. 혹은 민갑완은 수기에 사실대로 썼는데, 친척이 숨기려고 거짓으로 쓴 것일 수도 있을 듯하다.

여담으로, 영친왕의 회고록엔 이름 대신 거의 '민 규수(閔閨秀)'라는 호칭으로 통용된다.
  1. 민갑완이 태어난 날은 음력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날로부터 2주기 되던 날이다. 그러나 이전판에는 영친왕도 같은 날 태어났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는 완벽히 잘못된 서술이다. 민갑완은 1897년 음력 8월 20일(양력 9월 16일)생이고, 영친왕은 1897년 음력 9월 25일(양력 10월 20일)생이다. 명성황후는 1895년 음력 8월 20일(양력 10월 8일)에 시해당하였다.
  2. 두 사람이 한날 한시 태어났다는 기록의 출처는 다름 아닌 본 항목에서 후술된 민갑완의 회고록 <백년한(百年恨)>이다.
  3. 첫 부인인 여흥 민씨는 황태자비 시절 죽었고, 이후 순명효황후(純明孝皇后)라는 시호가 붙여졌다.
  4. 이 부분에 대해 이방자 문서에서 부친 민영돈이 독살당했다고 쓰여있으므로 확인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