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무녀

일본 만화 / 목록일본 애니메이션 / 목록
· · · · · · · · · · · · ·
숫자 · 라틴 문자
· · · · · · · · · · · · ·
숫자 · 라틴 문자


海の御先

1 스토리

도쿄에서 살던 소년 고토 나기는 어머니의 고향인 오키즈 섬으로 이사온 첫날 아름답고 활기찬 소녀 시즈쿠와 만나 시즈쿠와 오키즈 섬에 끌리게 되나, 학교에서 재회한 시즈쿠는 나기를 외면하고 만다. 나기는 조금 마음에 상처를 입었으나 이웃집 소녀인 카린과 툭닥대고 소요기와 얼굴을 마주하고 하며 나기는 섬에 적응하려 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용신의 후예라는 황당한 말을 듣고야 말고, 이후 용신을 섬기는 무녀인 시즈쿠, 카린, 소요기와 나기는 알콩달콩에로한 생활을 이어가는데...

2 개요

작가는 후미즈키 코우. 연재 잡지는 영 애니멀. 일본에서는 14년 5월 하순에 15권을 끝으로 완결되었다. 국내 발매처는 대원씨아이로 12권까지 정발되고 한참동안 안 나오다가 2015년 12월 14일에서야 13권이 발매되고 이후 발매가 되지 않고 있다.

작가의 전작 천생연분에서 기른 하렘 만들기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작품이다. 큰 위기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하렘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작가의 화력도 천생연분 시절에 비하면 괄목상대 수준으로 늘었다. 하렘물이라도 무턱대고 들이대는 경박함은 적고 비교적 가벼운 내용이 중심인 러브 코메디류와는 달리 자연 환경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섬의 생활상에 대한 묘사가 꽤 진지하다. 섬의 디테일한 배경묘사도 그렇고, 작가가 사전 자료조사에 엄청난 공을 들인 모습. 다만 인물 그림은 연재가 진행 될수록 그림체가 크게 변한다. 초반에는 반극화체였으나 점차 작화의 선이 간단해지고 7,8등신이던 캐릭터들이 6등신으로 변하며 얼굴도 로리화 된다.

청년만화치고는 상대적으로 수위가 약하던 전작에 비해 유두와 누드 노출 빈도가 훨씬 늘어나고 검열삭제 시도까지 등장할 정도로[1] 수위가 올라갔다. 작중 성행위의 등장 자체야 전작인 천생연분에도 해당하는 일이긴 하나, 그럼에도 여러 모로 묘사가 강하다. 결국 단행본 12권 한국 정발본은 19금 딱지를 붙이고 발매되었다.

섬으로 대표되는 닫힌 사회의 폐쇄성을 배경에 깔고 있고 이것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에 호오가 좀 갈리기도 한다. 1권 중반까지는 외지인을 배척하는 닫힌 사회, 비밀 종교 축제, 일상에선 발랄했던 소녀들의 엄숙한 모습등등 미스터리 물로 이어질 듯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나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급격하게 하렘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덕분에 1권만 봤다가 허물어진 사람도 있는 모양. 그리고 그냥 묻히는 줄 알았는데... 린네가 기억을 찾고 최후의 진 히로인 결정전을 벌이는 14권 이후 전개의 핵심요소가 되면서 작품분위기가 급격히 심각해진다. 완결까지 단 2권을 남기고 더이상 발매가 되지 않는 데는 이런 사정도 있을지도.

2.1 닫힌 사회의 묘사 문제

이 작품에 대해 '닫힌 사회의 폐쇄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기에 호오가 갈린다' 는 평이 있으나, 사실 이 작품은 (밝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작가의 특성 때문인지) 섬 사회의 폐쇄성 묘사에 진지하게 공을 들였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섬 사회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기성세대의 경우, 주인공인 나기에게 호의적인 카린의 할머니 이외에는 딱히 비중있는 등장인물이 없고, 주인공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섬 사람은 주로 젊은 세대인 같은 학교 학생이다.(그나마도 주인공과 이미 특별한 관계인 세 무녀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본문에서도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서 아이들이 별로 없는 섬이라고 묘사된 점을 보면 사실 좀 현실성이 아쉬운 부분.)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외부인(주인공)에 대한 경계심 자체가 섬의 풍습을 잘 모르고 금기를 어기는 행동에 대한 반발이나 어차피 곧 떠날게 뻔하니 정을 주고 싶지 않다는 방어적인 태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섬의 사회가 21세기에도 현인신 신앙이 남아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고립성이 강한 작은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 놀라운 개방성이다.

당장 한국의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언론에서 이슈화되었던 섬노예 관련 사건이나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 섬도 아닌 덜 폐쇄된 사회에서 벌어졌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그리고 위의 사건들보다는 덜 충격적이어서 덜 이슈화 되었지만 폐쇄된 사회 내부에서 벌어진 정치적 부패가 수년간이나 외부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청도군수 부정선거 사건 등의 사건등 작고 폐쇄된 사회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가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쳐 기존의 지역사회가 상당 부분 해체된 한국과는 달리 토호를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이런 문제가 더하면 더하지 덜하다고 보기는 어렵고[2], 이 때문에 이런 폐쇄적인 지역 공동체 내부의 어두운 면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 작품들 역시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일본 만화 민속탐정 야쿠모 같은 작품은 바다의 무녀와 유사하게 근대 이전부터 내려온 민속학적 특이성을 가진 오지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바다의 무녀와는 달리 오지의 닫힌 사회 특유의 배타성과 어두운 면을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런 배경을 다룬다고 꼭 오지 사회를 딥↘다크↘한 막장으로 그려내야 한다는 법은 없고, 위에 예로 든 민속탐정 야쿠모 같은 작품에 대해서도 오지의 작은 사회를 너무 자극적인 막장으로만 묘사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으로, 이 작품 '바다의 무녀' 역시 닫힌 사회의 폐쇄성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에는 그러한 사회를 지나치게 이상화했다고 봐야 한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충돌은 기본적으로 현대 문명의 침범으로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공동체에 대한 아쉬움으로 표현되고, 이 공동체는 전통주의에 대한 현대인의 애매한 이상화의 전형처럼 '지혜로운 노인과 자연에 대한 존중, 이웃간에 서로 돕고 의지하는 평온한 공동체'로 묘사되면서 이런 닫힌 사회가 흔히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인습성이나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보수성과 같은 '불편한' 요소들은 아예 거론되지 않는 것. 이런 면에서 볼 때 작가는 밝고 신비로운 이야기에 필요한 만큼만 닫힌 사회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여담이지만, 이런 작품의 특성에 빗대어 '마을 사람이고 나기고 죄다 착하니 이게 코믹한 연애물로 남아있는거지, 조금만 삐끗했으면 미스테리나 스릴러, 느와르가 되든지 아차하고 얇은책이 되었을 것이라거나, 장르를 추리만화로 옮겨놓으면 사망 확률 1위는 키사라기 타마에일 것[3]이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단 위의 논의는 13권까지 해당되는 내용. 마지막 2권부의 전개에서는 용신와 무녀의 의미, 그리고 용신제의 진정한 모습에 얽힌 섬의 어두운 모습이 드러난다. 자세한 것은 나루미 시즈쿠 항목 참고.

3 제목에 얽힌 사정

제목에 있는 御先이라는 단어에 여러 의미가 있는데 작 중에서도 곶, 신의 사자(무녀), 성역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실제로 정식 발매 전에 이 작품을 번역하던 사람도 적당한 번역명을 찾지 못해 원제나 음역으로 올렸을 정도. 무녀로 번역한 이유는 작품의 주제가 인물들 간의 사랑에 대해 다뤘기 때문인듯. 메인 히로인은 바다의 무녀인 시즈쿠이기 때문에 오역은 아니다. 사실 작가의 전작 천생연분의 원제도 꽤 말장난인지라...(쪽빛보다 푸르게) 작가가 역자의 적이군!

4 등장인물

  1. 실패 이유가 시도를 하다가 목적지(?)를 제대로 못찾고 결국 힘(?)이 빠져 실패(…) 게다가 결국 하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해냈다 해냈어 작가가 해냈어
  2. 일본의 경우 나가사키 현 고토 섬의 카쿠레키리시탄이 1991년에야 발견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오지 공동체가 많은 나라다.
  3. 사실 타마에는 진지한 민속학 연구자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만화적으로 과장된 인물이다. 대책없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깊고 음흉한 인물로 나오기는 하지만 오키츠섬을 덮어놓고 '이 아름다운 섬' 이라고 보는 점에서는 민속학자로써 필요한 학자적 중립성이 부족하다거나, 학자로써 용신제와 같은 행사에 큰 흥미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다 섬에 놀러 온 다른 사람에게(물론 사토미 케이코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겠지만) 나기가 용신이라는 것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등, 조심성이 심하게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