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피어 2

Biospher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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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1 개요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 정확히는 투싼 근처에서 행해진 프로젝트. 외부와 단절된 독립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실험 스케일과 돈낭비스러움이 심히 애퍼처 사이언스같다.

바이오스피어 1이 아니라 2가 된 이유는 바이오스피어 1은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태계 그 자체를 의미하고, 바이오스피어 2는 지구의 생태계와는 독립된 '제2의 생태계'를 의미해서 지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2 실험

2.1 의도는 좋았으나

실험의 주체는 당장 NASA가 떠오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심심해서 실험해보기로 결심한 바이오스피어 연구집단이다.[1]

콘크리트유리 등으로 외부와 차단하여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의 내부는 5개의 서로 다른 환경 구역으로 나눠졌고, 각각의 구역은 지구의 여러 환경을 미니어처화해 구현했다. 그에 따라 아마존 등 각종 지방에 있는 식물과, 300종에 이르는 동물을 골고루 넣어서 그야말로 생태계를 축소시킨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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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100년간, 내부 인원을 2년 주기로 교대하여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야심찬 프로젝트였으나...

2.2 현실은 시궁창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실패.

우선 밀폐하자마자 토양에 섞여 있던 호기성 미생물이 막대한 양의 산소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산대로라면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식물이 번성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생태계와 같은 순환을 이루어야 정상인데…

어째서인지 이산화탄소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가 없어지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전혀 아니다. 순환 체계에서 한 고리가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라, 모든 생태계 균형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복잡하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할 것도 없이,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가 필요한데 이산화탄소가 사라지니 산소가 모자라게 되고, 산소가 부족하니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되고, 그 때문에 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가 더 줄어들고... 산소가 줄어드니 내부의 실험자들은 닥치는 대로 나팔꽃을 심었는데 나팔꽃이 이상증식해서 Fail...

바이오스피어 2 연구진들은 이산화탄소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확해둔 식물을 구워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상 대책도 세웠지만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산소 농도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도 같이 곤두박질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그냥 공기가 희박해져서 모두 고산병에 걸렸다.

게다가 대기 조성이 이상해지면서 곤충들이 차례차례 죽어 식물의 수정이 불가능해지고, 그 대신 천적이 없어진 개미가 대량 번식하면서 식물 괴사가 가속화, 물론 동물들도 버틸 리 없고 식량 부족으로 집단 폐사하고 말았다. 대기가 무너지고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렇다보니 멀쩡히 자라서 인간이 식량으로 섭취 가능한 음식은 고구마바나나가 전부이고, 적은 양이지만 커피 재배가 가능해 그나마 기호식품으로 쓰는 안습한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이산화탄소가 사라지는 문제는 실험이 끝나기 얼마 전에야 원인이 발견되었다. 바이오스피어 대원과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하던 한 대학원생이 자기 아버지와 통화를 하다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대학의 호흡생리학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

"그거 콘크리트가 흡수하는 거 아니냐?"

바이오스피어에는 콘크리트 산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의 석회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Ca(OH)2+CO2 → CaCO3+H2O) 알고 보면 너무나 간단한 문제인데 1년이 지나도록 여기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것. 결국 콘크리트를 삶아서 이산화탄소를 빼내고, 재흡수를 막기 위해서 콘크리트 위를 페인트로 칠해서 겨우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미 최악으로 떨어진 돔 안의 상황을 어느 정도 타개하기 위해서 외부의 공기를 돔으로 넣는 작업을 한 차례 한 뒤라 실험의 의의가 크게 퇴색되었다.

또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는데 바로 일조량. 유리 돔은 햇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유리에 반사되어 그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식물의 성장 속도는 느려졌다. 일조량이 풍부한 애리조나 사막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문제가 컸다. 특히 겨울과 엘니뇨 때 일조량에 의한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실험자들은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렸고 산소 부족으로 심리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이나 공격성 증가 등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2년이 다 되어서 나올 때쯤 되니 파벌까지 생겨 있더라는 안습한 상황이었다.[2]

결국 100년을 계획했던 이 계획은 첫 실험자들이 실험을 끝낸 2년으로 종료되었다. 2차 실험대가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 뒤에 운영 그룹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서 2차 실험대는 보름도 못 버티고 종결.

3 실패 원인

  • 바이오스피어 2 계획은 처음부터 실험 주체와 목표가 확고하게 세워져 있지 않았다.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고 건설된 탓에 실험 시설의 이용 방안도 합리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험의 성과가 지지부진해지자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고 장기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 애초에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2는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폐쇄 생태계의 '완성'을 목표로 했다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고, 폐쇄 생태계의 '연구'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 실험자들은 바이어스피어 2를 건설하면서 '폐쇄 생태계를 창조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이 때문에 편집광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실험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자본이 들어간 경향이 있다.
  • 온대, 열대, 사막, 해양 기후를 모두 돔 안에 재현하려 했다. 다양한 생태 환경은 로망이지만, 바이오스피어 2는 이 로망에 집착해서 불필요할 정도로 광범위한 생태계와 생물군을 갖추었다. 물론 내부 전체가 목초지라면 시시하기 짝이 없겠지만, 열대나 사막 같은 기후까지 필요 이상으로 갖출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스럽다.
  • 바이오스피어 2가 2년 동안 외부와 교류를 완벽히 차단하지 않았다. 실험 중 공기 공급, 실험 초기의 응급 상황으로 대원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그리고 외부로부터 맥주도 몰래 들여갔다고 한다. 실험자들도 사람인데 술도 먹고 살아야지.

4 성과와 교훈

  • 상당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편집광적으로 폐쇄적인 극소규모 생태계도 만들기에 따라서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학적인 측면과 구현적인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고 앞으로 우주에 생태 식민지가 건설된다면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은 훌륭한 전례로 남게 될 것이다. 폐쇄 순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하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 이러한 폐쇄 환경에서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간단히 말해 실험자들에게는 군대(강제적인 규칙 생활)+감옥(나갈 수 없음)+집단농장(농사만 계속 지음) 같은 환경이었다. 한국군과 동일한 환경. 하필 기간도 비슷하게 2년이다.
  • 폐쇄된 환경에서는 콘크리트를 대량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인간의 힘으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지랄맞게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5 그 뒤의 바이오스피어

바이오스피어 연구회는 엄청난 분쟁을 겪었으며,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하늘로 날았고 투자자들은 쪽박을 찼다. 그 뒤 실험 시설은 여러 대학 연구실의 소유를 거쳤고 나름 실험이나 관광지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애리조나 대학교가 소유하고 있으며 관광용으로 사용중이다.

2009년부터는 외부와의 차단 실험은 중지된 상태이며, 대신 공기를 제외한 독립 생태계는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다. 사막 한가운데 물을 재활용할 능력이 있는 열대 우림이 떡하니 들어서 있는 걸 보면 기술력과 쇼미더머니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다. 방문하면 투어도 가능하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피닉스나 투싼을 방문하게 된다면 한 번은 들러볼 만한 장소.

바이오스피어 2에서 직접 생활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여기로. 같은 사람이 쓴 책도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바이오스피어로 검색해보자. 2008년 "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2, 220분"콩라인?!이란 제목으로 번역출판되었다.

참고로 같은 곳에 인류 최초의 아르콜로지인 '아르코 산티'가 있다.

NASA하와이에서 비슷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참으로 NASA답게 HI-SEAS라는 골때리는 명칭. 다만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다는 바이오스피어 2 프로그램과 달리 화성에서의 장기 생존을 연구한다는 취지로 바이오스피어보다 오히려 더 구체적인 미션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6년 7월 현재는 2015년 8월 투입된 4기 팀이 365일에 달하는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8월 말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한다.

6 매체에서의 등장

보통 화성 등 외계 행성에 이주하는 내용의 SF의 경우 대부분 바이오스피어 2를 참고해 만들어진 듯한 인공생태계형 돔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온다.

  • 이터널시티2 - 바이오스피어: 이름부터가 바이오스피어. 이쪽은 좀비 사태로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자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동부의 한 섬에 바이오스피어 2에서의 경험을 살려 완전 자급자족 가능한 도시를 건설하고 인류 문명을 보존해낸다는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다. 바이오스피어 지역 자체는 업데이트되지 않았는데, 이터널시티3로 인력이 쏠리면서 사실상 중단되었다.
  1. 심지어 이들은 과학자 집단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굉장한 스케일의 덕질이 되겠다. 여담으로 돈 끌어들이는 게 꽤 어려웠다고 한다. 2,000억 원 가까이 들어서 억만장자인 후원자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프로젝트를 지원해줬다고 한다.
  2.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두고 경영진 간의 불화가 생겼을 때 어느 쪽을 지지하냐를 두고 4:4로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