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쥐

EBS 영미 문학관 #1 #2 #3 #4

1 소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코즈믹 호러 단편으로, 크툴루 신화 작품 중 하나이다.
다른 작품들도 다 그렇지만 이 작품도 끝 간 데 없는 공포를 보여준다. 특이점은 가문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일까. 줄거리는 대충 아래와 같다. 그리고 추상적인 줄거리가 많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작품 중에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를 가진 작품 중 하나다. 사실 기존의 공포 소설들과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라....[1]

주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틀 아래의 내용은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직,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내용 누설을 원치 않으시면 이하 내용을 읽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문서를 닫아주세요.
주인공의 집안은 본래 영국의 귀족가문이었으나 어느날 모든 집안 사람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유일한 생존자-겸 용의자-인 후손이 미국으로 추방되다시피 이주한 집안이다.

본래 가문의 역사가 담긴 봉서를 집안의 장남에게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지만 남북전쟁 때 봉서가 소실되어 주인공은 자기 가문의 역사를 모르고 평생을 살아오게 된다. 사업가로 성공하나 세계대전에 참전한 외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아들의 전우이자 주인공 가문의 옛 영지를 대신 차지한 노리스 가문의 청년과 친분을 쌓는다.

옛 영지에서 가문에 대한 영 좋지 않은 소문이 자자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여생을 가문의 명예를 복원하는 데에 바치겠다고 생각하고 노리스 가문에서 영지를 다시 사들여 가문의 옛 저택을 복원하는데, 복원한 저택에서 밤을 보낼 때마다 벽 속에서 쥐떼의 소리가 들려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2] 탐색 끝에 지하 납골당 아래에 또다른 공간이 있음을 알아챈 주인공은 제대로 된 탐사를 위해 노리스 청년과 함께 런던에서 학자들을 초빙한다. 탐사 결과 저택 아래에는 광대한 천연동굴이 있었고,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계속된 인신공양의 잔해가 잔뜩 널려 있었다.

즉, 주인공의 가문은 선사시대부터[3] 계속해서 인신공양과 식인을 벌여온 주술사 가계였던 것. 주인공의 가문이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사드 후작이나 질 드 레는 애송이 수준이었다. 가문을 몰살시킨 건 바로 그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그는 자신의 가족들이 벌인 끔찍한 만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그런 짓을 벌였던 것이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혼란해하던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광기는 그만 주인공을 미치게 만들어[4] 노리스를 절반쯤 뜯어먹게 만든다.[5]
결국 주인공은 학자들 중 탐색결과를 견디지 못했던 사람인 손튼과 함께 정신병원에 갇히고 저택 건물은 폭파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최후반부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나오는 독백이다. 아들의 전우이면서도 살아있는 노리스 청년에 대한 억눌린 적의가 있었음[6]을 표현하는 유일한 부분인데다 이 독백에는 고대 영어, 중세 영어, 라틴어, 게일어가 혼합되어 있어서 주인공의 가문이 어떤 일을 해왔나를 암시하는 부분. 덧붙여 이 때 "손튼, 이 빌어먹을 놈! 내 가족(조상)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해서 기절시켜 주마!"는 나름의 명대사...[7]

이 작품에 언급되는 신은 니알라토텝. 아자토스 주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아우터 갓둘과 나타나 주인공을 향해 미친 듯이 웃어대는 모습으로 잠깐 나온다. 여기에서 니알라토텝이 사람을 파먹는 쥐떼를 보내는 건지 아니면 쥐떼 자체인 건지는 확실치 않으나, 인신공양을 요구한 것이 이 신임은 확실하다.

2 기타

  • 로그라이크 RPG다키스트 던전의 배경 스토리가 이 소설과 매우 유사하다. 땅 속에 묻혀있던 어떤 것과 연관되어 가문이 몰락하고, 외지에 살던 플레이어가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그곳을 찾아가며, 땅 속에 묻힌 그 무언가를 파헤치러 간 용사들은 점차 미쳐서 파멸해가는 등.
  • 코난 사가의 작가인 로버트 E. 하워드가 10대 중반때 이 작품에 나오는 고대어의 고증이 잘못되었다고 팬메일을 보냈는데, 러브크래프트는 이에 대해 직접 답신을 해주었고, 그 둘의 친분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1. 내용 자체도 에드거 엘런 포의 검은 고양이어셔 가의 몰락을 오마주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2. 이 소리는 주인공과 그가 키우는 9마리의 고양이만이 들을 수 있었다. 콜 오브 크툴루 TRPG에서 무려 Cat Love 90%를 자랑한다. 집사
  3. 발견된 골격 중 아무리 봐도 현생 인류가 아닌 것이 있는 걸로 볼 때 적어도 크로마뇽인이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고대인들이 거행한 의식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 고대의 의식은 인도유럽어족 계통의 민족들이 유입된 후에도 이어져서 켈트족 부족국가 시대와 로만 브리튼, 7왕국, 노르만족 정복기(이 때 유적이 좀 훼손 되었다고 한다)에도 유적은 파괴되지 않았으며 풍속 자체도 사라지지 않았다.(초반부의 묘사를 볼 때 유입된 이주민들도 이 의식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중세 수도원 때 지금의 저택 형태가 완성되어 주인공 가문 1대 조상이 해당 영지를 상속 받았다.
  4. 주인공의 혈통에 잠재된 뭔가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걸로 보인다. 주인공이 배운적 없는 온갖 외국어를 떠들어 대는가 하면, 고대에 벌어진 일이나 본 적도 없는 살인방법을 언급하는 등.
  5. 아니면 진짜 쥐떼가 파먹은 것일 수도 있다.
  6. 노리스 가문은 주인공 가문의 땅을 차지한데다, "같은 전쟁에 참전했는데 왜 내 아들은 죽고 너만 살아 돌아왔느냐!"라는 감정. 본래 이러한 감정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왔으나 결국 기어이 뒤틀린 형태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7. 손튼이 결국 미쳐서 정신병원에 간 걸로 보아 진짜로 저 와중에 다 말했나보다. 손튼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