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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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helm Tell.
영어로는 William Tell.
프랑스어로는 Guillaume Tell.

1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폰 실러가 지은 희곡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 있던 스위스를 배경으로, 스위스의 사냥꾼 빌헬름 텔이 잔인한 영주인 헤르만 게슬러의 음모를 이겨내고 복수하여 헤르만 게슬러를 죽인다는 이야기와, 스위스 귀족 루덴트와 오스트리아귀족 베르타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오스트리아 황제가 탐욕 때문에 조카의 재산을 빼앗았다가 그 조카에게 암살되는 틈을 타 마침내 스위스가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품의 주제는 스위스의 자유 독립 정신을 기리는 내용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텔이 아들 머리 위에 올려진 사과를 맞추는 장면밖에 모르며(…), 심지어 빌헬름 텔이 왜 아들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맞춰야 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심지어 이걸 로빈 후드가 한거 아니냐는 사람도 흔하다.

빌헬름 텔이 아들의 머리에 놓인 사과를 쏘는 장면에서, 사격 거리는 작중에서 80보로 제시된다. 텔의 아들 발터가 "우리 아버지는 나무에 달린 사과를 100보 밖에서도 맞추어요"라고 하자, 게슬러가 "그러면 80보"라고 거리를 정해 준다. 어쨌든 아들의 머리에 사과를 얹고 80보 밖에서 쏘는 장면이 무대에서 상연되지는 않는다. 다른 등장인물과 게슬러가 말다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가 "맞췄다!!"고 하고 맞추고 난 장면으로 초점을 바꾸는 식.

서양에서는 궁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로빈 후드와 윌리엄 텔로 양분되는 만큼, 로빈 후드의 장궁에 대비되어 빌헬름 텔은 주로 쇠뇌를 쓰는 것으로 묘사된다. 시대에 따른 최적화? 하지만 아동용 책에는 대놓고 그냥 활로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

2 1의 희곡의 주인공

스위스가 합스부르크 가의 지배를 받을 당시에, 영주인 헤르만 게슬러는 합스부르크에 대한 충성의 표시로 저자거리에 나무 장대를 세우고 자신의 모자를 걸어 오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례를 하게 하였다. 텔이 모자에 경례를 하지 않자[1] 헤르만 게슬러는 그를 체포해 죽이려고 하였지만 그의 명성과 그 자신이 잡힌 약점[2] 때문에 함부로 죽일 수 없었기에, 빌헬름 텔의 아들 발터의 머리에 사과를 얹어놓고 화살로 사과를 맞추면 풀어준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빌헬름 텔은 그 시련을 이겨내고 사과를 명중시킨다.

게슬러는 텔이 숨겨놓았던 두 번째 화살이 자신을 노렸던 것이라는 이유로 다시 체포하지만, 텔은 감옥으로 압송되는 중 탈출하고 마침내 게슬러를 두 번째 화살로 쏴 죽인다. 스위스의 농민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영주들의 폭정에 반항하여 스위스 귀족 루덴트와 주민 대표들의 지휘 아래 들고 일어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황제가 조카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하여 합스부르크 왕가를 물리치고 스위스는 독립에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빌헬름 텔을 실존인물로 알고 있지만 가상인물이다. 다만 전설의 내용이 상당히 디테일해서, 그가 사과를 쏜 날짜가 1307년 11월 18일이라는 것까지 알려져 있다. # 원전이 상세한 영향인지 이후 등장한 희곡이나 가곡 버전도 장소와 시대, 배경묘사 등에 충실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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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텔을 묘사한 1500년대의 판화.

여담으로, KOEI의 징기스칸 4에도 등장한다. 시나리오 2에서만 등장하며 시작한 지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면 랜덤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재야 장수로 등록된다. 다른 능력치는 안습이지만 전투 능력치는 85로 상당히 높은 편. 병과적성도 다른 병과는 전부 E이지만 궁병 적성은 S다. 시나리오 1에서 등장하는 로빈 후드의 하위호환 비슷한 존재.

3 1의 희곡의 원형이 되는 설화의 주인공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의 명인이 있었다. 그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지배자가 꼬투리를 잡아, 그에게 가족(형제나 아들)의 머리에 얹은 물건을 과녁으로 화살을 쏘게 했다. 활의 명인은 시련을 이겨내고 과녁을 맞추지만, 미리 두 번째 화살(첫째 화살이 빗나가 가족이 다칠 경우 지배자를 쏘기 위한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훗날 그 지배자는 아마 활의 명인이 쏜 것으로 여겨지는 의문의 화살을 맞고 최후를 맞는다.

위와 같은 화소를 갖는 설화는, 설화 연구자 세이바인 베어링 구드에 의하면 페르시아에서 북유럽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고 한다. 이 설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빌헬름 텔 설화이고, 프리드리히 폰 실러는 이 설화를 모티프로 삼아 1의 희곡을 썼다.

자세한 내용은 이쪽으로.

4 사족

윌리엄 텔 설화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프리드리히 실러 이후로 "석궁으로 사과 맞추기"를 흉내내다가 다치거나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타는 인간이 전 세계에서 끝도 없이 나온다고 한다.(...) 여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속 그냥 마네킹이나 두상, 돌 위에 세워놓으면 될 것을 좋다고 사람 머리 위에 세워놓다가 이런 꼴을 당한다.

굳이 석궁 뿐만 아니라 일반 활, 총, 나이프 던지기, 심지어 짱돌(...)로도 설화 속의 상황을 재현해보려 하다가 사고를 낸다. 구글에서 Wilhelm Tell에 accident 혹은 injury 라는 단어를 붙여 검색해보면 줄줄이 나오는데 몇개만 골라 읽어봐도 그 멍청함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 뭐 이런 다윈상 후보들이 다 있나 싶다. 정 하고 싶은 위키러가 있다면 농구를 연습하는 등의 건전한 방향을 향하도록 하자.그리고 못 넣으면 사형

또한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가 그의 마지막 오페라를 윌리엄 텔 설화를 바탕으로 작곡하기도 하였으며, 로시니 이후 200년 뒤에 등장한 론 레인저 시리즈도 수록 가곡 중 하나인 윌리엄 텔 서곡 (Wilhelm tell overture)을 메인 테마로 차용했다. 뜬금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부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게 함정.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영화판에서는 멋들어진 리믹스 테마를 들어 볼 수 있다.

  1. 작중에 제시된 내용에 따르면 텔은 게슬러의 명령을 몰랐다. 광장을 지나가다가 아들 발터가 모자가 걸려 있다고 말하지만 텔은 "모자가 뭐 어쨌는데?" 하면서 지나가고, 게슬러가 등장하여 항명의 이유를 묻자 "모르고 그랬습니다, 알았더라면 따랐을 것입니다" 하고 고분고분하게 나온다. 요컨데 지나가는 애먼 놈 하나 족치려다가 집안 말아먹은 이야기
  2. 한겨울 비좁은 절벽길에서 빌헬름 텔과 게슬러가 딱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전에도 게슬러는 빌헬름 텔을 무시하고 모욕을 준 적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 텔이 작정하고 절벽으로 떨어뜨리면 꼼짝없이 죽을 판이라 덜덜 떨고 있었는데, 오히려 빌헬름 텔은 게슬러가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거들어 주었다. 일단은 은혜를 입은데다가 자신의 비굴한 모습을 발설할지도 모른다는 사실때문에 이 사건은 게슬러가 텔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약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