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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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s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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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소드는 17세기경의 군용 한손 도검을 넓게 일컫는다.

중국(刀, Dao)를 영어로 번역할 때 브로드소드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기서는 유럽의 브로드소드만을 다룬다.

1 브로드소드의 성립

브로드소드(Broadsword)라는 용어는 1570년대에서 1630년대 간의 영국 군사문건과 1630년대의 도검 분류 기록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으며, 1619년에서 1630년 사이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세 도검을 '브로드소드'라고 부르는 것은 후대인이 제멋대로 붙인 잘못된 명칭이다. 중세식 한손 장검은 아밍 소드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16세기에 아밍 소드가 경량화되고 가드가 손을 보호하기 좋게 복잡해진 사이드 소드(Spada di lato)는 민간검술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점차 베기에 좋은 넓고 짧은 날보다는 찌르기에 적합한 좁고 긴 칼날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평균 날길이가 80cm전후였던 아밍 소드에 비해, 사이드소드 중 긴 것은 끝부분이 뾰족하고 날길이가 95cm에 달할 정도로 길어졌다. 좁은 도시 환경에서는 베기보다는 공간을 좁게 차지하는 찌르기가 유리하고, 멀리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칼날이 찌르기에 적합하게 바뀐 것이다.

16세기 후반에는 용도에 따라 사이드소드의 특성이 분화되어 레이피어와 브로드소드로 분화된다. 사이드소드 중 군용은 베기에 적합하게 날길이를 85cm이하로 줄이고 칼날을 넓게 만들었다. 레이피어는 날길이를 1m이상으로 늘리고 칼날을 극단적으로 좁고 얇게 만들었으며, 17세기에는 심하게는 1.5m의 레이피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렇게 사이드소드가 민수용과 군용으로 분화되면서 군용이 후대의 브로드소드로 발전한다.

브로드소드가 사용되던 17세기에는 갑옷 특히 건틀렛의 사용 비율이 퍽 줄어들었기 때문에 군용과 민수용을 가리지 않고 도검에는 방어에 도움되는 너클보우, 사이드링, 사이드바, 핑거링, 너클가드, 카운터가드, 셸가드, 컵가드, 바스켓힐트 등등의 복잡한 양식의 힐트를 다는 것이 유행했다.

2 브로드소드의 종류

브로드소드는 시대와 군용이라는 조건이 맞으면 양날이든 외날이든 대충 다 브로드소드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큐레이터들은 힐트 디자인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 싱클레어 힐트(Sinclair Hilt)는 독일에서 기인한 측면으로 휘어 있는 리커브형 크로스가드와 너클보우를 가진 형태. 컴파운드 힐트라고 하기도 한다.
  • 월룬 소드(Walloon sword)는 30년 전쟁에서 사용된 북유럽 지역에서 사용한 셸가드와 너클보우를 가진 형태로, 파펜하이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 스키아보냐(Schiavona)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사용한 복잡하게 뻗어있는 바스켓힐트와 고양이머리처럼 귀가 쫑긋 튀어나온 듯한 폼멜을 가진 형태.
  • 바스켓힐트 클레이모어(Basket-hilted Claymore)는 스코틀랜드인들이 사용한 바스켓힐트 브로드소드로, 종종 바스켓 안쪽에 벨벳을 깔아두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팔라쉬(Pallasch)는 대개 직선형에 외날인 가진, 독일과 동유럽에서 주로 사용된 형태.
  • 모튜어리 소드(Mortuary sword)는 영국 청교도 혁명 시기에 사용된, 독특한 하프 바스켓 힐트를 가진 형태.

이외에도 스패드룬, 커틀러스, 세이버백소드 류도 브로드소드로 분류하기도 한다.

3 브로드소드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중세 도검을 브로드소드라고 부른 것은 19세기 도검 수집가들이 제멋대로 분류하고 붙여 버린 명칭에 기인하는 것이다. 중세의 검을 브로드소드라고 부르는 악습이 판타지 장르계로 전파되었고, 특히 일본에서는 아밍 소드에 해당하는 중세의 한손검을 끈질기게 브로드소드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양식 있는 도검 병장구 전문가들은 시대가 걸맞는 진짜 브로드소드에만 이 명칭을 사용하는 편이다. 도검 큐레이터들은 17세기 후반 쯤에 군용으로 사용된 클로즈드/컴파운드/바스켓 힐트를 가진 군용 도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편적으로는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사용된 군용 도검을 통칭하는 편이다.

브로드소드가 중세 도검이 아니라는 점 외에 흔히 사람들이 이 검에 대해 착각하는 것이(또한 몇몇 장르에서 언급한 것이) 이렇게 불리는 검은 일반적인 검보다 날이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로드소드라는 도검이 사용된 시대에는 신사들이 가느다란 스몰소드를 휴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군용으로 사용하던 아밍 소드 류의 튼튼한 검은 '일상용 도검(레이피어, 스몰소드)보다 날이 넓은' 검이라는 뜻으로 브로드소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브로드소드는 결코 중검(重劍)이 아니며, 크기와 무게 모두 일반적인 한손검 아밍 소드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스코틀랜드 한정으로 그 동네에서는 옛날부터 좀 크고 잉글랜드인들 모가지 썰기 좋게(...) 큼지막하게 날이 선 검은 클레이모어라 부르는 전통이 있어서 중세에 사용하던 양손검과 전혀 다른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위의 사진 처럼 원형 바구니 모양의 손잡이가 있는 브로드소드도 클레이모어라 부르며 양쪽의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4 브로드소드의 특징과 검술

브로드소드 검술 참고. 해당 항목은 스코틀랜드의 검술이지만 17세기에는 검술이 교류를 통해 유럽 내부에서만큼은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므로 대체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검술적인 측면에서 후대의 세이버와 비슷하고, 브로드소드 검술은 영국식 군용검술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다만 바스켓힐트가 제법 무게가 있기 때문에 중량이 앞쪽으로 많이 쏠리는 세이버와는 달리 운용 축이 손잡이 쪽에 있다. 세이버가 방향을 바꿀 때 칼날의 무게중심 쪽을 축으로 회전한다면 브로드소드는 손잡이 쪽이 가장 무거우므로 손목을 돌리는 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또 힐트에 상대의 칼날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이드링이 2개씩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