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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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이 2006년부터 1년 7개월간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역사 만화. 단행본 책으로도 출간되었으며 아직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역사의 일화를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현대문명진단과 유사한 속성도 있으나, 과거와 달리 정치색이 확 묻어나오는 자신의 감상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1]. 사실 시리즈 전체에서 묻어나오는 정치색은 그다지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욕은 많이 먹었다. 특히 초반부보다는 후반부에 갈수록 병맛이 넘쳐난다.[2]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원복 작품 중 최악의 불쏘시개라고 혹평하고 있다. 근데 가로세로 세계사 4권에서는 일본 비판하는 거 보면 오락가락 하는 듯?

먼저 예순여섯 번째 만화인 여왕 편에서는 영국의 첫번째 여왕이 9일 밖에 여왕 자리에 못 오른 제인 그레이라고 넣어놨는데 뭐 이 처자가 권력기반도 약해 9일밖에 못해먹고 급조된 상태에서 왕위에 오르는 등 실제 영국 정식 여왕이었는지는 그렇다쳐도 제인 그레이가 튜더왕가 왕실 핏줄이 아닌 헨리 8세의 부하의 딸로 묘사해 왕실 핏줄이 아닌 탓에 정통성 문제에 발목 잡혀 폐위되어 사형당해 목숨을 잃은것으로 그려놨다.그렇지만 사실 제인 그레이도 왕족 출신이 맞다.어머니가 헨리 8세의 조카였다.

방글라데시가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상한 떡밥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오히려 방글라데시는 '체념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해야한다! 2010년 기준으로 방글라데시의 자살률은 무려 인구 10만명당 128.8명. 자세한 정보는 방글라데시 항목의 '사회' 참조.

게다가, 베트남의 호찌민과 터키의 아타튀르크가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고 설명해놨는데, 호찌민 같은 경우 토지개혁 당시 애국지주까지 처벌하는 병크를 저지른 적이 있는데다, 남베트남 출신의 보트피플들이나 해외로 망명한 구 남베트남 기득권층 인사들은 호찌민에 대해서 증오를 느낀다. 아타튀르크의 경우,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인물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호찌민 항목과 아타튀르크 항목 참조.
내용을 전체적으로 봐도 이원복의 역사 관련 지식이 서서히 바닥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더 이상 남의 의견이나 반론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정치 이야기만 없으면 훨씬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테지만 어쩌랴, 정치 이야기가 목적인데.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가끔 괜찮은 내용도 있다.

보는 건 공짜이니 각자 읽고 판단하자. 출판본에는 연재되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다만 출판본에 새로 실린 내용은 인터넷 연재본보다 노골적인걸 감안해서 봐야 한다. 특히 한국의 진보와 보수에 대해 평가해 놓은 파트를 보면 사람이 정말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해 준다.[3] 다만 연재본에서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나라는 상고 출신이 석/박사 출신보다 더 큰 일을 하니까 '상농공사' 사회이다." 라고 한 부분. 그것 말고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꿔 부르는 걸 지지하면서 지칭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하는 말이 "친일파 출신들이 세운 정부." 운운에서 "일본의 도움으로 근대적 국가가 수립." 운운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대사가 바뀌면서 만화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맞지 않게 되어 버렸다. 거기에 다른 파트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

이명박이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2008년 2월 25일자 만화에서 과거사 진상 규명 문제를 까면서 마지막 컷에 '새 시대가 열렸다!'는 글과 함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오너캐를 그렸다.[4]

이 만화는 대체적으로 민족주의에 대한 반대와 반외국 정서를 비판하면서도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성이 중요하다는 둥 전체적인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기 더러우니 머리를 깎아야 하지만 땡볕에는 머리가 뜨거워질 수 있으므로 머리를 길러야 합니다. 뭐 어쩌라고?? 그나마 일관적인 건 반북과 반운동권 정서(이건 그렇다 쳐도), 아일랜드 경제를 본받자![5] 유교와 기독교는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종교, 기업만세, 정치인에 대한 혐오 정도. 특히 기업인에 대한 찬양은 보는 사람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정도다(...).

이 책 출간이 2008년인데 그 당시는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에서 그렇게 찬양하던 아일랜드와 유로존은 금융위기로 시망테크를 타고 있다. 그래서인지 2013년에 개정된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이 책에서 보이던 기업제일주의와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찬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유럽연합은 부정적인 면에 대해 여전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함정.
  1. 대략 매 화마다 말미에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하는 이야기가 왔다갔다한다.
  2. 예로, 64화에서는 이제 일본 컴플렉스를 벗어던질 때도 되었다면서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언제는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며? 1980년대 나온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에서 일본을 북한과 거의 동급의 가상적국처럼 묘사한 것과 비교하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이 연상될 정도다...(wiki:"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 이야기)
  3.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 특성상 좌파=친북파, 우파=반북파로 구분할 수 있다고 단정지어 서술해놨다(...) 사실 북한 비판 문제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분당한걸 보면...한쪽에선 우리가 욕한다고 바뀌진 않으니 일단 넘어가자(민주노동당 NL주류) VS 그래도 깔껀 가루가 되도록 까야한다(진보신당 PD주류)
  4. 이 연재분에 따르면, 프랑스인을 만나서 비시 정부 얘기를 하거나, 독일인을 만나서 나치 얘기를 하면 실례인 만큼 과거의 친일 역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초딩논리를 구사한다.
  5. 시기는 좀 다르지만 근세기 한국 경제의 성장 역시 아일랜드 경제에 버금가는 속도의 성장이었다. 지배자였던 일본이 워낙 개사기여서 못 넘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