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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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0년 4월 ~ 2002년 13년간 주간조선에서 연재된 이원복의 시사 교양만화와 그 단행본.

냉전이 끝나던 1989년 소련에 허가를 받은 여행을 한 이원복이 1990년 2월 여행기를 쓴 것이 시초로, 그 해 4월부터 연재되었다. 1회 ‘너무 많은 것=없는 것, 정보’ 편을 시작으로 마지막회 ‘고정관념 파괴는 21세기의 무기'(2002년 12월 26일) 편까지 총 627회가 연재되었다.

이 연재분들을 모아서 5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일부 연재 분량은 수록되지 않았으며 2000년 3월까지의 연재분만 단행본에 들어있다. 이후의 연재분은 일부만 뒤에서 언급하는 125회분 엄선본에 들어있을 뿐이다. 일부 데이터는 2002년 연재본 일부가 주간조선에 남아있다. 단행본은 기본적으로 주간조선 연재분 그대로 싣되 연재 당시와 단행본 출간시의 시점이 상이한 부분을 일부 수정하였다. 2011년에 기존의 컴퓨터 조판본 대신 연재 당시의 손 글씨체로 바꾸어 재간행되었다. 기존의 1~5권 단행본은 이미 절판된 지 오래이며 현재로서는 2011년본을 그나마 시중에서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단 일부 대학 도서관에서는 초판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원복의 작품 리스트에서 유독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오류논쟁에서도 자유롭고 말이지[1] 스스로도 "내가 그린 작품들 중에서 ‘현대문명진단’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열성을 쏟아부어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부터 2002년까지 세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일들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담고 있으며 1, 2권에는 서양 철학 고전에 대한 소개도 있다.[2] 리스트도 후덜덜하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敵),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등등...

90년대 해외 이슈를 정리한 정도의 별 것 아닌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어차피 그 해외 이슈란게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나타내기 때문.[3] 또한 당시의 사회상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 그리고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외국의 다양한 화제를 접할만한 매체는 별로 없었다. 세계화나 인터넷이란 단어도 생소했을 정도. 인터넷이 서비스 되지 않던 시절부터[4]부터 매주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아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외국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등, 작가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햇수로 만 13년 가까이 연재되었다는 것 역시 기념비적인 위치.

전체적으로 저자 자신의 정치색이 덜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본지의 성향에 맞게(...) 반공적인 요소가 있는 에피소드가 일부 있기도 하며[5][6]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연재분 중 일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까기로 마무리되는 경향을 보인다.[7]

개정판의 경우에는 2000년대에도 통할만한 이야기만 남겨두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모두 보고 싶다면 구판을 구하는게 좋다.

의외로 성적 소재가 상당하다. 말초적인 소재가 많긴 해도 최소한의 기본 교양은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주로 성인들이 읽는 주간 잡지에서 연재하다보니 이렇게 된것같다. 여성의 가슴이 그냥 나오는건 기본. 어떤 책 표지에서는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근육질의 여성이 예쁘장한 남성에 대해 힘을 과시하는 그림도 있다. 4권의 표지 또한 흑백이긴 했지만, 루치아노 베네통(사실은 마리떼 프랑스와 저버)의 문제광고인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외설(...)사진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만 보고 이원복을 그냥 아동 학습만화가라고 생각해 찾아본 아이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다(...) 뭐 이것도 교양만화지 뭐

완결을 기념하여 주간조선에서 600여편의 전 시리즈를 한장의 CD에 담아 부록으로 제공한 적이 있었다. 고작 3천원의 가격에 저런 CD를 팔았다니 10년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참 아까운 노릇이다. 다만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고,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서 생각만큼 좋은 아이템은 아님.

2016년 현재 구판이 정독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대여도 가능하다. 구판이므로 위에서 말한 고전 만해(漫解) 시리즈도 권말에 수록되어 있다. 소싯적 수능논술 치던 시절 고삼들이 한번 슥 읽고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카더라

2 문제점

  • 프로작을 약간만 기분 나쁘면 무슨 과자처럼 슈퍼에서 사다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약처럼 표현했다. 당연히 실제로는 이런 약빠는 짓은 못한다.
  • 은근히 학벌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다. 영국 명문 고등학생들이 일반 청소년들에게 당하는 테러를 비난하며 영국의 여러 문제점에 이런 게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단지 테러가 아니라 학력을 이렇게 무시하니 영국이 안된 것이라고 한다...
  • 각주에도 언급되었지만 프랑스의 정치에 대해 심하게 편향적으로 서술한 감이 있다. 프랑스에서 사회당이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게 신기하다라는 투로 까대는 장면이 있는데 정작 작가가 유학한 독일에선 이미 1966년부터 1982년까지 16년간 사회민주당이 집권했었고, 동시대에 스페인 사회당처럼 유럽에서 사민주의 정당이 멀쩡하게 집권한 곳도 있었다.(...)
  • 1990년대 유럽의 포르노 위성채널 확장을 이야기하면서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CANAL+)라는 유명 위성방송 채널을 포르노 방송 목록에 넣기도 했다(...). 참고로 카날 플뤼스는 포르노하고 상관없는 종합 위성 방송채널이다.
  1. ↑ 다만 원출처에 오류가 있을 경우 같이 오류가 나는 경우는 있다.(...)
  2. ↑ 이는 주간조선이 아닌 월간중앙에서 연재했던 내용이다.
  3. ↑ 살펴보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Y2K 문제, 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이라든가, 워크맨 소송, 베네통의 문제광고, 디즈니의 흑역사, 프로작과 피임약 문제 등. 초반부에 '일본에서 가라오케가 유행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라는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후반부에 한국에서도 노래방이 늘고있다는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
  4. ↑ 이미 1980년대부터 한국에 인터넷이라는게 있었긴 했지만 관련 전문가와 연구원들이나 썼던 수준이고, 일반인들에게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된건 1994년의 일이다.
  5. ↑ 이를테면 프랑스의 천주교 인구비율이 통계상으로는 80%를 넘나든다면서 사회당 정권이 10년 넘게 집권한다는게 신기하다, 모순적이다라는 투로 은근히 까는(?) 부분이 있다. 물론 당시 사회당이 공산당하고 연립정권을 구성해서 집권하고 있을때이기는 했지만(...) 이탈리아 군대 폐지 관련 에피소드에서도 이와 맨 앞부분에 화염병을 들고있는 학생을 총기를 들어 대응하고있는 신이 나오기도 했고 아니면 네덜란드에선 노동불용률이 높다거나 영국의 셔머힐이 알고보니 엉망이었다고 까는 에피소드도 있다. 90년대 초반 동구권관련 에피소드들에서는 이보다 수위(?)가 높아져서 반공교육하는 분위기가 날 정도(...)
  6. ↑ 다만 무턱대고 그쪽(?)까지는 아니고 동독의 상황을 다루면서 통일후에 후유증으로 동독주민들이 서독에 대한 반감으로 자국(?)제품을 널리쓴다거나 하는 에피소드도 있으며 청소년 임신 관련 에피소드들에서는 서구권에서 10대 임신율이 높아져가고 있는 추세인데 꼬장 꼬장한 어른들이 청소년들이 문란해져서가 아니라 성교육이 늦게 이루워진 탓이 크며 우리나라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닐텐데 성교육을 일찍시켜 가정의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일으키지 말자는 식의 멘트를 넣는다든지 아니면 (정확하게는 미국내의) 청소년 임신문제에 대해 답이 없다면서 미국을 까댄다던지 그 뒤에 나온 에피소드에서는 미국내의 성교육이 보수적인 인사들때문에 성교육에서 실전상황(?) 얘기는 잘 안나오고 오로지 NO 섹스(...) 그러니까 혼전순결 방지위주로 되어있는 바람에 진보적 교육자들이 이를 한탄하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있기도 한다. 그리고 서구권의 20대들이 불경기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식의 에피소드도 나와있다.
  7. ↑ 물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버전에는 매번 이런 식으로 일관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