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영화. 1969년의 소설 '소년과 개'가 원작. 작가는 할란 엘리슨으로 터미네이터의 원안을 제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아무 관련없는 사람이지만 할란 엘리슨이 소송을 걸어서 그렇다(...) 영화 감독은 L.Q 존스다. 샘 페킨파 감독과 인연이 있는데, 페킨파의 영화에 굉장히 많이 출연했다. (그런데 조연... 참고로 와일드 번치에서는 T.C 역으로 나왔다.)
세계관 자체는 대체역사다. (원작에서는 묘사가 잘 안나오지만) 존 F. 케네디는 암살에서 살아남는다. 케네디와 그 뒤의 케네디 가 출신의 대통령들은 우주계획을 취소하고, 그것을 최첨단 기술에 쏟아붓는다. 그래서 60년대말에는 안드로이드가 실용화되고, 70년대에는 초감각과 텔레파시와 동물의 지능도 향상된다.[1]
동서 냉전은 3차대전을 유발하고 1983년 3월 바티칸 종전으로 끝나지만, 25년간의 냉전은 경제를 안좋게 만든다. 그리고 또 4차 대전이 일어나는데, 5일동안 계속된다. 그리고 2024년, 지구는 대충 망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본 영화의 스토리와 직접관련은 없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소년 빅(Vic)과 초능력 개 블러드(영화에서는 애완용 삽살개)는 콤비로, 천하의 개쌍놈짓을 하고 다닌다.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막장종자다. 그들은 성욕을 채울 여자들을 찾아다닌다. 이 세계관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 흔히 등장하는 무법자 집단이 있지만 무작정 약탈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함으로서 대가를 받아 사는 일종의 직업조합 비슷하게 생활한다. 어떤 놈들은 우물을 파고 어떤 놈들은 발전기를 돌리고, 어떤 놈들은 방사능 찌꺼기를 청소하고...심지어 잔해에서 영화 필름을 발굴해서 상영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패거리도 있다(..)[2] 주인공은 지능견 블러드에 의해 키워지고[3] 글도 배운다. 작중 세계관에서 여자들이 희귀한 이유가 남자들은 전쟁터에 끌려가서 핵공격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4]
거기서 주인공 빅은 영화를 보면서 지하세계 출신의 여자 퀼라 준(퀼라 준 홈즈 Quilla June Holmes)을 만나서 따라간다. 오히려 사람보다 영리한 블러드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말리지만 성욕에 진 빅은 블러드의 의견을 무시하고 퀼라를 쫓아간다.
결국 퀼라는 일종의 함정으로, 지상의 남자를 유인해 지하세계로 데려오기 위한 임무를 맡고 나간 미끼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지하에는 인공 선라이트와 물과 과학기술로 문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설에 따르면 중산층이나 근본주의자 등이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대를 유지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내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여자아이만만 태어나자 지상의 남자들을 잡아다가 임신을 시키기 위해서 지상의 남자를 유인한 것이었다. 평소에 밝히던 빅은 신나지만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섹스가 아니라 정자 채취여서 불만이던 중에[5] 여자친구 퀼라 덕에 총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살인하고, 안드로이드를 부수고[6] 지상으로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퀼라도 살인을 즐기는 막장이 된다.[7] 이후 빅은 자신을 기다리면서 죽어가는 블러드를 발견한다.
참고로 본작에 등장하는 개인 블러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게임인 폴아웃 시리즈의 도그밋에 영향을 준 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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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빅은 여자친구 퀼라 준을 죽여서, 개 블러드에게 먹인다
굉장히 충격적인 결말인데, 소설에서는 대단히 은유적으로 묘사되었다.[8] 영화에서도 대충 묘사된다. 찢어져서 널부러진 옷들로. 할란 엘리슨은 페미니즘을 좋아해서 가능하면 은유적으로 결말을 짓고자 했는데 영화의 결말은 좀더 노골적이라고 싫어했다고 한다. 무슨 차이냐![9] 물론 애초에 페미니즘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 상관 없는 내용 같지만(...).
물론 굳이 그래도 좋은 해석을 하고 싶은 분들은 퀼라만 혼자 떠나고 빅과 블러드는 먹을 것을 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도 생략이 되어있기에, 그렇게 해도 말이 되게 소설이 되어있으니 죄책감을 안 느껴도 된다. 소설판이라면 더 쉽다. 오컴의 면도날 따위는 무시해주자. (여하간, 이래서 한국판 번역에서는 40세 이하와 임산부는 읽지 말라는 친절한 머릿말이 붙어있다.) 원서에 좀더 확실한 설명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1. 블러드를 구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또 퀼라를 선택했을 경우에는 둘다 생존할 수 없다.
2. 평범한 소년에 불과한 주인공이 이제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블러드 덕분이었다. 블러드는 주인공을 키운 부모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상황은 부모 + 은인 + 우정 + 더 높은 생존 가능성과 여자친구를 저울질한 셈이다. 블러드가 단순한 개가 아닌 인격체라는 사실도 주목하자. 대상이 개였을 뿐, 결국 빅은 부모가 애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부모를 위해 애인을 죽인 것이라고 봐도 좋다.
물론 빅에게 있어서 퀼라가 단순한 성욕의 대상은 아니었다. 퀼라에 대한 빅의 감정이 사랑, 이는 정확히는 성욕 이상이었고, 이는 소설판에서 빅 스스로도 언급한바 있다. 퀼라도 빅을 사랑했음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빅 스스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빅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퀼라 준을 잊지는 못한다.) 은혜 + 생존과 사랑에서 생존을 선택해야하는 현실의 철학적 의미. 퀼라 준 식인 결말을 이해하게 되는 이유는 이런 쇼킹하면서도 잔잔하게 서술되는 결말의 여운이 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말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내 머릿속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녀는 내 머릿 속에서 계속 묻는다. "정말 '사랑한다'는 의미가 뭔지 알아?" 물론 알지.("Sure I know.) 소년은 자신의 개를 '사랑'하거든. (A boy loves his dog.") |
- ↑ 원작에서는 고래 척수액을 개에게 주사한다. 당시에는 고래가 똑똑한 생물로 받아들여졌다.
- ↑ 원작 소설에서는 가장 편한 일을 하는 놈들이라고 묘사된다.
- ↑ 정글북? 초능력개다. 그런데 지하인들은 이런 개와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퀼라가 빅을 보고, 지상인들은 개와 대화를 할 수 있다며 놀라워한다.
- ↑ 원작에서는 3차 세계대전 때 여자들만 일부러 골라 없앴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 ↑ 이 부분은 영화 한정. 소설에서는 퀼라 준과 검열삭제를 하기 위해 퀼라의 집에 간다.
- ↑ 소설판에는 안드로이드가 없다. 다만 높이 약 120cm 정도밖에 안 되고 케이블이 달린 다기능 로봇이 나온다. 처음 빅이 다운언더로 들어갔을 때 빅을 사로잡은 도구도 이 로봇이었다.
- ↑ 소설판에서는 지하세계 몇 사람을 죽이고는 어머니까지 죽이려고 하길래 빅이 빗나가게 하자 살기 넘치게 너 때문에 못 죽였다고 화를 낸다.
- ↑ 일단 퀼라 준이 죽었거나 죽였다는 이야기 한 마디도 안나온다. 다만 먹을 것은 퀼라를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고, 빅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 그 이전에 먹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 ↑ 차이가 없지는 않다. 영화판에는 블러드가 "Well, I'd certainly say she had marvelous judgment, Albert, if not particularly good taste."라고 말한다. 이는 taste 가 취향이라는 의미와 맛이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임을 이용한 말장난이다. 번역하자면 "확실한 건 퀼라가 훌륭한 식견을 가졌긴 했지만 취향(맛)은 별로였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