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쉬

판타지 소설드래곤 라자》의 등장인물. 드래곤 라자 작중 유일하게 이름이 밝혀진 오크로, 제 11부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에서 첫등장한다.

특이하게 덩치가 크고 용맹한 오크로,[1]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초반에는 복장에 따라 "검은 투구를 쓴 오크" 정도로 칭해졌다. 칸 아디움에서 아프나이델이 환상으로 만들어낸 지골레이드에 의해서 오크들은 물론, 심지어는 아군인 인간 병사들조차 패닉 상태에 빠지는 와중에 당당하게 나타나 지골레이드가 드래곤이 아니라며 고함을 지르곤 글레이브를 던져서 뚫어버리는[2] 인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골레이드가 들통난 직후에는 어차피 지골레이드의 환영은 주요 전력도 아니고 그냥 불필요한 싸움을 최소화해보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기에 그냥 허탈해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으나[3] 직후 또 다른 발언으로 일행을 경악하게 만든다.

"취잇취이이익! 화렌차와! 오크의 친구인 성자 핸드레이크가 나를 돌보신다! 취익! 지저분한 속임수 따위, 치워랏! 취이이익! 내려와서 칼과 칼로써, 피와 피로써 싸우자앗! 취이이익!"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9클래스를 마스터한 대마법사이자 루트에리노 대왕과 함께 드래곤 로드를 물리친 인간의 영웅 핸드레이크를 오크의 친구인 성자로 칭함으로서, 직전에 일스 공국에서도 떡밥을 뿌린 바 있는 핸드레이크의 행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심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직후 운차이와 서로간에 고함을 지르며 1200큐빗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공성전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후치 네드발을 비롯한 일행이 넥슨 휴리첼 일행을 구출하기 위해 오크들에게 뛰어들었을 때 나타나 다시 한번 핸드레이크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다른 오크에게서 빼앗은 글레이브를 던져 제미니를 맞춰서[4][5] 후치를 낙마시키고 다른 오크들과 함께 구타한 후 오크들의 야영지로 붙잡아 간다.

이후 오크들의 야영지에서 다시 등장해 처음으로 후치와 제대로 대화를 하게 되면서 아그쉬라는 이름을 비롯, 좀 더 많은 설정이 밝혀진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무식하고 폭력적이지만, 후치를 조롱하기 위해 토하는 시늉같은 것을 하고있는 다른 오크들에게 더러운 짓 그만 두라고 일갈하거나 뜻을 한참 잘못 이해하긴 했어도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6]는 말을 인용하는 등 다른 오크들에 비해 어느정도 학식이 있는 의외의 모습과 후치가 헬턴트식 오크라고 표현할 정도로 삶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꽁꽁 묶이고 수많은 오크에게 둘러싸여 완벽하게 불리한 상황에 빠졌음에도 굴복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도발하는 후치를 두고 오크들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꼬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후 후치가 다시 기절했다가 깨었을 때는 다른 오크들과 함께 야습을 가서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야습이 처참하게 역관광당한 와중에도 살아남았는지 최후반부에 다시 등장, 다른 오크들과 함께 후치를 기습하려다 글레이브의 반사광 때문에 발각된 후 후치는 오크들에게 북부 목동들의 소를 사주는 대신 오크들은 헬턴트 사절단에 대한 복수를 그만 둔다는 거래를 한다. 여기서 후치가 굳이 거래를 하지 않아도 소떼를 공짜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혼잣말하듯이 귀띔해줌에도 이해하지 못 하고 그냥 거래에 응해버리면서 결국 학식이 있어봤자 오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작중 행보를 보면 오크들에게 돌격을 명하거나 후치, 리츄와 헬턴트 사절단에 대한 복수를 그만 둔다는 중요한 거래[7]를 하는 등, 오크들의 우두머리이거나 적어도 대표급의 높은 위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에 비해 다른 오크들이 딱히 아그쉬에게 충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드워프들이 노커, 즉 드워프의 최고 권위자인 엑셀핸드 아인델프를 그냥 친구처럼 대하는 것처럼 오크도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상관을 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흑역사인 코믹스판에서는 제레인트나 레니같은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잘린 것과 달리 단 한 장면이지만 무사히 등장, 12인의 다리에서 돌아온 투사 우르크 일행의 거절 통보를 듣고 그럼 자기가 직접 쫓겠다고 하는 것으로 모습을 비춘다. 그 장면 이후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지만(...). 등장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1. "그 잘난 목을 잘라내면 오크들과 키가 비슷해지지 않겠느냐"는 후치의 도발을 보면 보통 오크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듯 하다.
  2. 물론 지골레이드는 그저 환영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그쉬의 투창 공격도 헛수고였지만, 어찌 되었든 모사된 것이라고 해도 드래곤의 존재감을 씹어버리고 지골레이드가 정상적인 드래곤이 아님을 단숨에 간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글레이브를 드래곤의 몸통 높이까지 날아갈 정도로 던진 것에서 아그쉬가 단순한 잡오크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심지어 제레인트 침버는 오크들이 기분좋으니 자기도 기분좋다는 듯이 웃기까지 했다.
  4. 이 때의 부상 때문에 제미니가 오크에 의해 잡아먹히게 되고, 후치는 이 일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육두마차를 얻은 후에도 굳이 마차 지붕 위에 올라가 말들을 보고있게 된다. 작중에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후치 본인이 화자였기에 딱히 부각되지 않았지만 평소 무감정하게 행동하던 운차이가 그런 후치를 걱정해 나무로 제미니를 조각해주며 위로하려 했을 정도.
  5. 훗날 후치는 말을 깎아준 운차이를 생각하며 '당신은 제미니(말)를 깎아줬지. 뒤(과거)를 돌아보며' 따위로 거칠게 회상하는걸 보면 그냥 별 생각 없었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춘기력이 발발해 속내를 부정한 걸지도 모르고.
  6. 이후 칼과 후치의 대화에서 나오는 원문은 "바보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범부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현자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정도의 문답으로, 말로 바보든 범부든 과거를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 아그쉬는 "앞을 보지만 뒤를 본다면, 뒤에 있는 것도 알 수 있다"며 핸드레이크를 옹호하는 데 사용했다.
  7. 오크들이 섬기는 신부터가 오크와 복수의 화렌차인 것처럼, 원한을 품은 일에 대해 복수를 하는 것은 오크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중요한, 그것도 거의 바이서스 전역에 그 명성이 알려진 괴물 초장이에 대한 복수를 그만 둔다는 중대한 거래를 다른 오크들의 참여없이 아그쉬 혼자서 결정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