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게돈(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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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고품격 애니메이션



주제곡 김신우 - 마리 주제곡만 고품격

1 개요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열풍이 한창이던 1996년에 개봉한 한국극장판 애니메이션. 이현세의 만화 아마게돈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자인 이현세가 작품의 총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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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이뤄져 성공한 건 OST 하나 뿐이었다...

1994년 6월호 게임챔프 지로 소개된 기획 제작 소식 이후, 2년의 제작 기간과 25억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했으며 이병헌, 최불암 등 톱배우들을 성우로 기용했다. 여기에 이현세의 네임밸류까지 더해지며 언론의 주목과 설레발을 한 몸에 받았으나 깔끔하게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결국 전설의 블루 시걸 못지 않게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하나의 흑역사가 되었다.

2 상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한국 애니메이션 부흥의 시발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이 작품의 실패는 도약하려던 대한민국 애니메이션계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같은 해에 개봉한 아기공룡 둘리의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 같은 성공작도 있었지만 아마게돈의 실패 후폭풍을 홀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0년 이후에는 본전 회수를 위해서인지 TV에서 심심찮게 틀어주기도 했다.

이 작품의 실패 이유는 무엇보다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 당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당최 무슨 내용인지 못 알아먹겠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감마 육, 육, 육, 육 물론 원작 만화의 방대한 스토리를 제한된 시간 안에 재현하기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쓰잘 데 없는 씬(대표적으로 판도라의 목욕 장면이나 오혜성의 회상에서 나타나는 판도라의 서비스신 등)은 기다랗게 늘어놓는 등 기본적인 진행 구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이상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원작을 모르고 보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고 원작을 알고 보면 허파가 뒤집어질 정도로 왜곡해 놓았으니... 굳이 비슷한 케이스를 찾자면 역시 원작을 과도하게 압축하여 비판이 일었던 AKIRA 극장판인데, 이쪽은 그나마 볼거리는 풍부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그 부분으로 장사가 되었지만 아마게돈은 그것마저 힘든 결과물이었던 것.

또한 이 영화 이전에 개봉한 돌아온 영웅 홍길동이 (합작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원작의 고유색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과 동시에 발성훈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배우들을 성우로 기용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흥행에 성공했어도 지금도 욕먹고 있다면, 아마게돈은 덜하지만 이와 같은 맥락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작화 등의 그래픽 부분도 비판을 받았다. 당시로서는 최초로 디지털 색지정 작업을 했지만, 정작 원화 작업에 들어가서 실제 사용 물감에 대응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비슷한 색으로 바꾸는 등(애니메이션 물감은 종류도 많을 뿐더러 같은 공장에서 같은 물감이라고 구입해도 생산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작업 전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고 하니, 제작진의 경험 미숙이 작품에 얼마나 큰 타격이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예고편이나 언론매체에 공개한 몇 장의 샘플 사진 등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이 부럽잖은 그럴싸한 그림이 나왔는데 정작 본편 내에 쓰여진 대부분의 원화나 배경미술 등은 (당시 기준으로)고액 제작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질이 낮았던지라 한동안 고위 스태프들의 제작비 유용/횡령설 떡밥이 돌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제작비의 90% 가까이가 애니메이션 제작진 식비 및 월급 등으로 사라진 데다 몇몇 증언에 따르면 '이대로는 작업 못한다' 라고 반 파업 상태에 들어간 애니메이션 스탭들 기분을 풀어주러 단란주점에도 자주 갔는데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 어치라고. 그래서 '제작비로 단란주점 갔다 왔다!' 라는 악명까지 떨쳤다. 사실상 '제작비=회식비' 영화의 시초. 그런 주제에 뉴욕까지 가서 녹화해온 사운드와 효과음 부분은 중간에 필름 손상으로 아예 삭제되어 버렸다.

쥬라기 공원에 사용되었던 실리콘 그래픽스의 '인디고' 같은 컴퓨터 장비들과 소프트웨어 '웨이브 프론트' 등 당시로서는 첨단으로 불리는 기술을 차용했지만, 스태프들의 소프트웨어 숙련도 부족에 작화의 색감이 저열하게 보이는 문제까지 겹쳐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지금이라면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라 더 아쉽다.

더구나 하기와라 카즈시의 판타지 만화 바스타드에 등장하는 '용전사' 의 메카닉 디자인과 매우 흡사한 메카닉이 최종보스로 등장해서 그 당시 PC통신 커뮤니티에서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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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김신우가 불렀던 주제가인 "마리" 는 상당히 좋았다.[1] 애니는 망했어도 되려 OST가 더 좋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솔직히 전체 OST보다 "마리" 하나가 지배적으로 좋았다는 평가[2]지만) 애니 OST로 드물게 당시 15만 장이 넘는 엄청난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OST 역사상 판매기록 10만 장을 넘긴 경우가 좀처럼 없던 걸 생각하면 작품이 개판으로 망하는 판국에 이런 성과는 대단한 것이며, 서브컬처가 꾀죄죄하기 그지없던 20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시도였다는 점만큼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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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총감독인 이현세가 제작비 내역과 여러 가지 제작 이야기, 실패 원인 등을 분석하여 '아마게돈 제작과정' 이라는 책을 하늘소에서 출판했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이현세는 자신의 실패를 깔끔히 인정하고 차기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당부한 대인배의 이미지로 남았겠지만 실은 이후 TV 방송에 출연해서 이런 결과는 자신의 무능 탓이 아니라 운이 안 따라 줬다는 졸렬한 자기 합리화를 늘어놓으면서 '(다른 작품으로) 복수해야죠' 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뭐, 아직까지 새로운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그냥 허세였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책 팔려는 것이었을지도

3 기타

  • 이 작품의 프로듀서였던 김혁은 1999년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철인사천왕의 총 감독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철인사천왕 역시 깔끔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김혁은 나중에 회고하길 이 때 달라는 대로 돈 주고 회식도 하면서 기분 풀어주고자 대우했건만 애니메이터들은 투잡스로 해외 애니 하청까지 하면서 이거 만드느라 이 애니 원화가 그 모양이 되었다고 이를 갈았던 바 있다.
  • 이 작품에는 원래 이병헌이 아닌 한석규가 출연하기로 하였으나 당시 영화 은행나무 침대 촬영일정과 겹쳐 막판에 고사하여 이병헌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사실 한석규는 성우 출신의 배우여서 그 당시 성우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겨우 끊어냈는데 또다시 성우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한다.
  • 사족이지만 당시 거리엔 극장개봉 영화를 위한 포스터 게시판이 존재했다. 수많은 수입외화와 실사영화 포스터들 사이에서 이 아마게돈의 포스터는 단연 눈에 띄었었다. 포스터에 나온 글귀가 가관인데 맨위 이미지를 봐도 알겠지만 바로 고품격 애니메이션, 그리고 "출구는 하나... 그는 가고 나는 남는다" 라는 헤드카피도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그 헤드카피가 스토리 진행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대사였다는 것.[3]
  1. "마리"는 1999년에 발표한 김신우의 4집 "귀거래사"에 재편곡해서 수록하였다. 1996년에 나온 김신우의 3집 수록곡인 "태양"은 "마리"와 멜로디만 같고 가사는 다르다.
  2. 게이머즈같은 잡지에서도 2000년 초반에 한국 애니 관련 기사를 쓰며 아마게돈을 보고나니 남은 건 주제가 마리 하나 뿐이었다...라는 글이 나올 정도였다.
  3. 원작의 분량으로 따지자면 엘리시온에서 빠져나올 때, 즉 초반부를 겨우 벗어날 때의 시점이다. 중요도가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