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머리

(완전국민경선제에서 넘어옴)

1 소개

Open Primary

오픈 프라이머리란 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당에 속하는 당원들의 지지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 속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후보자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당의 후보자를 결정하게 되는 예비선거(Primary)를 일반 대중에 개방토록 한 제도에서 비롯되어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오랜 제도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통령 후보들은 각 주를 순회하며 예비선거를 하게 된다.[1] 우리말로는 완전국민경선제 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2015년 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의 공천으로만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여당야당 모두에서 공천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전략공천 비율을 낮추고 당원들이 선출하는 후보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하였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바로 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코자 하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 후보로 유망한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단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대통령 후보에 적용되는 것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입이 의논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국회의원 후보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것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2 장점

우선 장점으로는 모든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보다 반영하기 쉽고, 기존의 공천제의 경우 국민들은 정해진 정책 패키지 내에서만의 선택을 강요받았는데 반해 스스로 정책 패키지를 제안하고 가장 부합하는 후보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생겨난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도 밀실 공천이니 돈 공천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경우가 그다지 오랜 일도 아니었고,[2] 제왕적 총재 체제에서는 총재 마음대로 아무나 공천하면 그만이었다. 정당에 바치는 정치 헌금에 따라 비례대표(당시의 전국구) 의원 순번이 왔다갔다 하기도 했던 게 90년대까지는 여야 막론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3] 전국구 당선권 번호를 얻기 위해 내는 헌금은 수십 억대를 호가했다.[4]

또한 각 당의 후보자들을 국민들에게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참여를 제고시킬 수 있다. 또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경선 과정을 '온 국민의 잔치'로 바꾸어 경선 흥행을 가져올 수 있다.[5]

추가 바람

3 단점

반면에 단점으로는 이 제도가 미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양당제에 최적화되어 있어 소규모 정당의 경우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년마다 연방의원 선거, 4년마다 대통령 선거로 선거가 딱 떨어지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각 선거일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선거를 한 번 더 늘리는 것은 당에 더욱 많은 비용의 지출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6] 이에 따라 되레 금품 선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제도는 후보의 인지도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기존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유리하고, 인지도가 다소 부족한 새로이 정계에 진출하려는 새내기 정치인들에게는 불리하게 되어 국회의원 세대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후보의 공약 또는 자질을 보고 선택하는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거가 아니라 단순 인기투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의도대로 작동하겠느냐는 것이다. 지지세력이 뚜렷한 유권자의 경우 상대 세력의 경선 때 자기가 지지하는 세력의 후보가 가장 상대하기 쉬운 후보에 지지를 표시하는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당 간의 세력 균형이 맞지 않아 한 쪽 당의 지지세력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상대 당의 경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어떤 당의 사람이 당선되더라도 최대 다수의 국민이 선호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도록 하자는 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7] [8]

또한 정당 민주정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대의제의 핵심 기구인 정당을 약화시키고, 특히 정당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고 신뢰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궁극적으로 대의제 역시 역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중요한 점은 과연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우리나라에 꼭 도입해야 하는 제도냐는 것이다. 이에 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 제도 도입을 왜 강력하게 주장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사실 진정성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를 개선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명목상에 불과하고, 제도 도입 주장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앞으로 있을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근세력인 친박에게 공천 즉, 당내 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일 것으로 보는게 적절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원래의 제도인 '전략 공천제'로 선거를 실시하게 되면 공천싸움에서 '친박계'가 유리할 것이고,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한 후 선거를 하게 되면 '비박계'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상기 설명은 다소 러프한 면이 많아 추가 설명을 요한다. 일단 새누리당의 기존 공천 방식은 전략공천제가 아니다. 현재 당규상 공천 방식은 국민선거인단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단, 대의원,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를 따로 하고, 여론조사도 한 뒤 각 결과를 일정 비율에 따라 재구조화해서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까지 시행하던 실질적인 공천 방식인 공심위 심의 후 공천하는 방식 역시 전략공천처럼 하향식 공천 방식이기는 하나, 전략공천처럼 전국 어느 지역구에든 공천이 가능한 방식은 아니다. 게다가 전략 공천을 비롯한 하향식 공천이 현재 비박에 불리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어찌되었든 간에 공천권을 가진 것은 김무성 대표를 위시한 비박이고, 친박은 대통령을 뒤에 두고 있다는 점을 빼면 소수에 비주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과 직접 맞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의 명분인 '국민의 의사'를 방패로 삼아 피를 덜 보고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지명도가 있고 정계 입문 의사가 있으나, 당원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정치인 지망생들에게 오픈 프라이머리는 자신을 본선으로 보내 줄 제도이므로, 오픈 프라이머리 추진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힘우로서 이들을 김무성 대표 자신의 잠재적 지지 세력으로 유입시켜 당내 세 불리기가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선거제도 개편'이라기보다는 권력자들의 '세력싸움'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에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국민의 70퍼센트가 찬성하고 있다면서 도입을 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와 야당이 추진 중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여기에 헌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된 선거구 획정을 한꺼번에 논의하자며 이른바 빅딜을 역으로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당의 경선제도와 선거제도를 연계시킬 수는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일단 오픈 프라이머리는 여당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야당에 유리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1. 다만 미국은 주마다 선거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주도 있고, 도입하지 않은 주도 있다. 실제 국내에서 쓰이는 순수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주는 50개 주 중에서 11개 주뿐이고, 오픈 프라이머리로 분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주를 모두 합하면 20개 주다.
  2. 당장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 1번이었던 양정례 의원이 공천 헌금을 낸 것이 들통나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3. 지금은 이런 류의 헌금이 정치자금법상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합법이었다.
  4. 이와 관련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92년 총선 당시 민주당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전국구 순번까지는 헌금을 받고, 그 뒤로는 받지 않았는데 해당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 그 바람에 당선 가능권 밖으로도 배지가 돌아갔고, 공짜로 전국구 의원이 되었다. 관련 기사
  5. 보통 경선 흥행은 컨벤션 효과의 증폭을 불러와 지지율 상승폭을 늘려준다고 여겨진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경선 흥행을 외고 다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6대 대선 당시의 새천년민주당 후보 경선.
  6. 이건 단순히 정당의 돈이 더 나간다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 정당들이 국고에서 운영비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가 되든 세금이 더 나가게 되는 것.
  7.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유권자에게 지지 정당을 등록하게 하거나, 지지 정당 및 후보자에 얼마가 되든 기부금을 내게 한 뒤에 경선에 참여하도록 하는 역선택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8.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국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이 선관위가 주관하여 (군소정당까지 포함한) 모든 정당의 프라이머리를 같은 날 치르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투표소에 입장하여 특정 정당 프라이머리의 투표지 한 장만을 받게 되므로 역선택의 문제는 거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