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소설)


오감도 소설판
마도서

1 소개

Ulysses

오디세우스의 라틴어 이름 Ulysses를 제목으로 한 아일랜드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 영문학계 레전드급 작품 중 하나로, 1차 대전 때 뭘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썼소. 당신은 뭘 했소?"라고 답한 일화가 유명하다. 하지만 20세기의 영문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이 책을 접해 보거나 읽어 본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2 생각하기를 멈추게 만드는 책

난해하다.. 그냥 난해한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난해하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며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가 대학 교수들을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엿먹일 책이라고 공언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이 출시된 이후, 수많은 영어권 문학 교수들은 이 책을 연구하는 데 인생을 바쳤다.

연구자를 엿먹인 대표적인 사례로, 마지막 장의 마침표 에러가 매우 유명하다. 마지막 챕터에는 마침표를 포함하여 어떠한 문장부호도 적혀 있지 않은데,[1] 초판에서는 마지막 챕터 마지막 문장에 아주 큰 점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수많은 학자들이 덤볐고 많은 수의 논문도 발표되었으나, 정작 작가 자신이 '나 마침표 찍은 적 없거든. 인쇄오류라능...'이라 밝히고 꽤 많은 연구자들을 엿먹인 적이 있다.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의식의 흐름[2] 기법이라는 극악무도한 것을 사용했다. 18장의 챕터 모두가 오디세우스 신화에 나오는 모험에 모두 대입되며, 이런 난해한 심볼과 의미들이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을 따라 마구 흘러나온다. 음향과 분노에서 이런 테크닉이 읽기 좀 난해하다 싶은 정도로 나온다면 이 책에서는 충격과 공포급이다.

작품 구조는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몇 겹에 걸쳐 은유와 비유로 오디세이아를 따라간다.[3] 그렇기 때문에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들이 패러디되거나[4] 모티브를 따 왔기 때문에 일리아스오디세이아매우 잘 이해한다면 재밌을지도 모른다. 사실 기본구조는 오디세이아에서 뽑아 왔지만, 등장하는 상징물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 웬만한 율리시스 책은 방대한 서평이 실려 있거나 아예 학생용으로 뒤에 엄청난 양의 해설이 담겨 있는 것도 많다. 번역이 아예 불가능하다고까지 불려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다른 작품인 피네간의 경야[5]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단어, 구조, 문체까지 모두 함축된 깊은 뜻이 있다.

아무 사전지식 없이 현대 한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난해하다 못해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에 가까운 문장만 잔뜩 보게 될 것이다.[6] 번역본도 난해한데, 원문을 읽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이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른 것도 아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영어사전에 없는 단어가 마구 튀어나오며(그 중 상당수는 조이스 자신이 만든 단어이다),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이 난무한다. 심지어 아이의 출산과정을 다룬 챕터에서는 고대 영어로 챕터를 시작하여 서서히 문체를 바꿔 가다 20세기 미국 흑인 영어로 마무리한다. 이러니 영국인이나 미국인이라고 해서 이 책을 술술 읽어나갈 리가 없다.

시간이 널널하다면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읽어도 이해는 안 된다. 좀 재미 있게 읽으려면 일단 성경, 셰익스피어(특히 햄릿), 신곡, 조이스의 전작 '더블린 사람들'(율리시스에 재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율리시스의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여기서도 주인공),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이 책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서, 온갖 인문학적 알레고리와 사회과학적 함의를 담아 책을 읽으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의 영문과에서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 영문학계도 예외는 아니라서, 심지어 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까지 있다. 한국의 모든 조이스 전공자가 가입되어 있는 이 학회에서는 매년 심심하면 독회를 하는데, 12년간 매달 4시간씩 읽어 완독을 했고, 단편을 훑고 나서 이제는 마지막 소설인 피네간의 경야를 읽고 있다고 한다.

일반 독자들 가운데에서도 상당수의 자부심 쩌는 팬들이 있으며, 더블린의 거리에서 소설의 주인공인 블룸이 걸었던 길을 작중과 같은 시간에 단체로 걷는 성지순례 관광코스까지 있다고 한다.

디시인사이드 도서 갤러리의 한 근성남은 이 책을 완독했다. 덧붙여 율리시스보다 더 악명높은 피네간의 경야도 완독했다. 그리고 판타지 갤러리에서 악명높은 라이트 노벨지뢰작들을 리뷰하고 있다 오오 근성남 오오

초등학생용 도서로도 나왔다고 한다(...). 뭐?!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지 초등학생용은 그냥 오디세이 읽는 느낌이다

3 트리비아

  • 출판 당시 외설혐의로 재판에 기소되었으며, 오랫동안 미국 등지에서는 출판되지 않았다. 그런데 읽어 보면 하나도 야하지 않다. 분명 야한 장면을 묘사하고 평범한 소설이라면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도 야해야 정상인데, 정말로 야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적절했는지 아니면 책이 난해해서 그런지, 조이스의 숙모가 책을 읽은 뒤 읽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조이스의 답변이 가관이다.
"율리시스가 읽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인생은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겁니다."

"If Ulysses is not fit to read, life isn't fit to live."

  • 에픽하이백야란 곡이 이 책을 읽고 만든 노래이다. 타블로는 이 미친소설을 다 읽은건가! 참고로, 타블로는 스탠포드 영문학 학/석사다.
  • SCP 재단SCP-423은 모든 문서나 이야기에 난입해 Fred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내용을 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런 그(?)도 이 책 앞에서는 포기했다(...). SCP-423의 실험 기록
  1. 한국어도 마찬가지지만, 영어의 문장부호는 잘못하면 뜻 자체를 바꿀 수도 있어 문장부호를 틀리면 문장 자체가 틀린 문장이 된다.
  2. 윌리엄 포크너의 작들에서도 사용된 기법인데, 예를 들면 음향과 분노.
  3. 그렇다고 100% 같은 건 아니고... 작중 "텔레마키"-텔레마코스의 이야기 부분의 주인공 스티븐 다이달로스와 오디세우스에 해당되는 레오폴드 블룸은 혈육관계가 아니다.
  4. 키클롭스는 열렬한 아일랜드 내셔널리스트로 패러디된다.
  5. 그런데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바 있다. 번역자도 작가의 미칠 듯한 센스를 유지하며 번역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6.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