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세계

1908년 발표된 이인직신소설.냄비받침 같은 해에 나온 철세계와는 무관하다.

원작은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구전되던 '최병두 타령'이라는 탐관오리를 비판하는 내용의 판소리인데, 이인직에 의해서 제대로 망쳐졌다.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젊은 시절 김옥균의 식객이었던 강릉의 천석꾼 최병두는 강원도 감사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가 고문을 당해 황천길로 간다. 이 후 병두의 부인 본평댁은 유복자 옥남을 낳다가 난산 후유증으로 정신병자가 되고, 옥남과 그의 누나 옥순은 병두의 친구 김정수의 밑에서 양자로 있다가 미국 유학을 간다.

그러나 김정수도 강원도 감사의 수탈로 파산해 세상을 떠났고, 이 후 옥순 남매는 모진 고생 끝에 대학을 졸업한 뒤 신문 외신의 '조선대개혁'[1]이라는 기사를 읽고서 귀국해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죽인 강원도 감사가 쫓겨났다는 사실을 보고한다. 이에 희망을 얻은 어머니 본평댁이 정신이 돌아오면서 해피엔드로 끝나는 듯 했지만,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찾아간 절에서 의병들과 마주친 옥남이 강원도 의병들에게 "이 배은망덕하고 무식한 수구꼴통 새끼들"이라고 개소리를 시전했다가 분노한 의병들에게 납치당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미완성해피엔딩인채로 소설이 끝난다.

탐관오리들의 실정(失政)을 구실로 일본의 국권침탈을 합리화시킨 망작.이자 강원도 감사와 일빠 아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가련한 구한말 여성 본평댁의 수난기를 다뤘다

낫놓고 L자도 모르는 옥남,옥순이 미국 유학을 가자마자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는 설정이나, 한양에도 전보우편이 개통된 것이 대한제국 건국 이 후인데 조선시대였던 1890년대에 무려 강릉에서 워싱턴까지 국제우편이 도착했다고 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신소설의 특징이다. 신소설의 서사적 요소는 상황을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단편적이며 구조 자체에 집중된다. 기존의 구문학과 근대소설의 과도기 형태에 있는 신소설은 대부분 계몽을 위해 집필되었기에 줄거리의 개연성을 추구하지 않고, 작가의 주장을 극중인물의 대사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 은세계만 아니라 이 시기의 신소설 대다수에 해당된다.
  1. 실상은 고종의 일제의 압박에 의한 억지 양위, 조선의 외교권 박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