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가미 료이치

池上遼一.
(1944년 5월 29일 ~ )

크라잉 프리맨 시절의 그림체최근작 히트의 그림체[1]

일본극화 만화가. 후쿠이현 태생.

중학교를 졸업한 후, 오사카로 가서 간판집에서 일하면서 만화를 그리다, 1962년 대본소 만화 출판사 히노마루 문고의 단편집 <마상(魔像)>에 단편이 실리고 대본소 만화가로 데뷔. 대본소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틈틈이 만화를 그렸지만 생활고로 좌절.[2] 다시 간판집의 조수로 일하다가, 1966년 가로 9월호에 단편 <죄의식>이 실리고, 이것을 본 <게게게의 키타로>의 미즈키 시게루가 그를 어시스턴트로 고용하고 싶다고 가로의 편집부에 연락해서 그의 제자가 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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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만화 잡지 <가로>에 실린 단편 '죄의식'.

미즈키 시게루의 어시스턴트로 2년 반 정도를 일하면서, 몇 개의 단편을 발표하고, 1970년에는 소년 매거진에 일본풍으로 어레인지한 <스파이더맨>을 연재했다. 아메리칸 코믹과는 다른 일본인의 정서가 담긴 괴작으로 유명하다.

이후 1974년 주간 소년 선데이에서 신인인 카리야 테츠가 글을 쓰고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림을 그린 <오토코구미>(남조;男組)가 크게 히트하였고, 둘 다 유명 작가가 된다. 1979년까지 연재되면서 만화책으로 20권이 넘게 나왔고 영화로도 몇 편이 만들어 졌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도 좋아하는 만화로 꼽고, 같은 이름의 남성 아이돌 그룹도 존재하는 등 주변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돌격 남자훈련소시끌별 녀석들멘도 슈타로, 돌격 크로마티 고교호쿠토 타케시 등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여담이지만 카리야 테츠맛의 달인의 작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잘 매치가 안된다.(...) 다만 오토코구미 역시 좌익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일본의 현 상황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맛의 달인과의 공통점은 있다.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진 <크라잉 프리맨>, <상처를 쫓는 자>, <붉은 비둘기>, <생츄어리> 등 많은 히트작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부론손과 손을 잡고 <히트>, <신 삼국지 패>, <유월초> 등을 작업하고 있다.
만화계에서 50년이 넘게 활약해오면서 수많은 작품들을 그려왔으며 좀 유명한 작품들만 잡아도 20여개가 넘는다. 그의 만화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마초이즘으로 고독하지만 강한 한 남자가 세상의 폭력들을 이기고 부와 명예, 사랑을 모두 얻는 인생의 승리자가 된다는 내용이 많다.

70년대부터 폭력 만화의 주류를 이끌었으며 초기작은 주로 학원 폭력물이 많았다. 그 내용들은 대부분 김화백의 <럭키짱>을 연상시키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폭력물이었으며, 국내와는 다른 일본의 만화 심의기준 덕분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다.

SF사무라이 시대극 등등 여러 장르를 장르를 섭렵하지만 내용은 기본적으로 여전히 폭력을 소재로 한 성장물이었으며, 중국 암살단의 국제 범죄첩보물이었던 <크라잉 프리맨>의 큰 성공 이후 <상처를 쫓는 자>, <스트레인> 등등 전세계로 스케일을 넓힌 폭력물을 만들어 나간다.

이후 중요한 작품인 <빛과 그림자>(생츄어리:성역)를 만드는데 정치와 폭력계를 둘다 건드리는 이 작품에서 일본 정치계의 실상을 꽤 밀도 있게 까발려 정치계에서 연재를 중단해달라는 압력을 받았다고도 한다.

환갑도 지나 벌써 칠순을 바로 앞두고서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런 성실한 작품활동으로 후배 만화가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으며 귀감이 되고있다. "우리 세대가 현역이었을땐 수일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감을 지켰는데, 현재의 만화가들은 툭하면 휴재나 연기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4]

마치 사진처럼 정교하게 대상을 모사하는 그의 사실적인 그림체는 극화를 그리는 후배 만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홍콩, 대만중국계 무협, 폭력물 만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여전히 많은 중국계 작가들이 그의 그림체를 본받아 작품을 그리고 있다. 80~90년대의 한국에서도 만화가들이나 문하생들 사이에서 '교본'으로써 통용되던 작가.[5] 특히, 머리카락의 표현을 펜이 아니라 붓으로 그리는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이것은 이현세도 영향을 받았다.

마초적이고 선이 굵은 그의 작품 내용전개도 후세대의 일본 만화 특히 하드보일드 폭력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거의 모든 작품이 스토리작가와의 협업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직접적으로 '이케가미 료이치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참고로 이케가미 료이치가 직접 스토리를 쓰지않는 이유는 "가로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어두운 내용만 쓰게되기 때문.

우리나라에선 그의 이름 한자를 그대로 읽어 '지상요일(池上遼一)' 이라고도 많이 불렸다.[6]

성묘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한국에 소개된 초창기에는 대표적인 성인물 작가로[7]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정식발매는 거의 2000년대 이후에나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80년대부터 꽤 오랫동안 해적판 형태로 대표적인 '일본폭력만화'로 음지에서 많이 돌아다녔다. 주로 해적판의 작가명으로 사용된 이름은 '구호'로, 작품 이름은 '대남', '대벌', '대룡' 등등 '대'자 돌림으로 많이 지어졌다.

성적인 묘사를 제외하더라도 모든 작품에서 등장인물이 수시로 전라가 된다. 살인 훈련을 전라로 한다거나, 아군에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도구가 없으니까 바지를 벗어서 이용하기 위해 전라가 된다거나, 적진에 침투해 전라가되어 대화함으로써 화목한 분위기를 만든다거나, "알몸으로 칼춤을춰라"라는 말을 들으면 기꺼이 전라가 된다거나, 새로운 결의를 나타내기 위해 전라로 운동이나 무술을 한다거나... 무슨 원인을 대든간에 작품마다 전라가 되는 장면은 반드시 등장한다. 심지어 몸매가 좋은 젊은 남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환갑을 훌쩍 넘긴 노파부터 엄청나게 뚱뚱한 여자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몸매를 가리지 않고 전라가 된다.[8]

캐릭터 구축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남성 주인공의 서브 캐릭터로서의 여자 히로인'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근육질 여성 캐릭터'[9]들도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이들은 '강력한 조력자' 혹은 '위협적인 적'의 포지션에서 남성 못지 않은 액션을 펼친다. 그리고 전라가 된다

여담으로 그의 과거 작품들은 만화 작법서나 만화 평론집에서 그림은 잘그리지만 연출이 형편없는 작품의 예로 까이기도 했다. 만화를 깊게 분석하는 TV프로그램 <BS망가야화>의 레귤러 중 한 명이기도 한 만화비평가 겸 만화가 이시카와 쥰은 그의 저서 '만화의 시간'에서 오토모 카츠히로의 그림과 비교해서 비판을 했다. 똑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컷을 늘어놓고 양쪽 컷에서 속도감을 나타내는 배경의 자선을 제거한 다음, 동세가 확실해서 금방이라도 속도감이 느껴지는 오토모 카츠히로의 그림과 그렇지못한 이케가미 료이치의 그림을 비교한 것이다.[10]

당연히 세상에는 이케가미 료이치보다 못한 작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자주 거론된 케이스.

참고로 이케가미 료이치는 모델이 될법한 얼굴 사진을 두고 나머지 복잡한 동세나 각도의 경우 본인이나 어시, 혹은 인물자료사진을 참고하는 정도로 작업한다.[11] 반면, 이케가미 료이치와 비슷한 수준의 실사체 작가들이 많은 편인 미국코믹스 작가들의 경우, 오로지 원고작업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전문모델이 캐릭터의 복장까지 입고 포즈를 취한 갖가지 사진 자료들을 활용해서 원고 작업을 한다. 극화작가는 많지만 그 중에서 실사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드물고, 그 중에서도 이케가미 료이치의 그림이 실사 정도로는 수준급임을 감안하자면 동세 부족은 그림체와 바꾼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 괴작으로 알려진 <남대공>이나 그 이전 작품인 <남조>를 보면 그림체가 좀 더 투박하고 반만화체에 가까운데, 이것은 초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이라고 작가 본인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12][13]

극화 외 만화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는 타카하시 루미코를 높게 평가한다고.

1990년 [오다 노부나가]를 주제로 한 <노부나가> 연재 중, 무단도용으로 소란이 있었다. 실사에 가까운 극화[14]를 그리는 작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참고한 자료사진이 문제가 됐는데[15], 신푸성(新府城) 복원도를 참고했던 것이 원저작자인 산업디자이너에게 항의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무단으로 해당 복원도를 참고해 그린 배경이 실린 <노부나가>의 완결권은 결국 출판되지 않고 작품 자체가 절판됐지만, 훗날 2003년에 문제가 된 배경 부분을 새롭게 그려 재발간(복간)했다.

만화 <돌격 크로마티 고교>의 작가 노나카 에이지는 이케가미 료이치의 그림체를 모방하고 있지만[16], 그가 그리는 내용은 이케가미의 하드보일드와는 반대로 코믹하게 비튼 부조리극에 가깝다.

그러다가 2015년 하반기즈음에 걸즈 & 판처에 입덕하고서는 그림체도 모에체로 전향하고서 미소녀를 그리기 시작하셨다. 사람들 반응은 영감님이 젊게 사셔서 좋고 부럽다는 반응이랑 70년대 교과서가 생각난다는 사람들로 나뉜다
  1. 조금 더 선이 굵고 강렬해졌으며 딱 보면 알겠지만 김성모대털 그림체의 모티브이다.
  2. 동료 3인과 결성한 만화창작집단은 3개월간 월세가 밀려 쫓겨나면서 해산, 다시 간판을 그리는 곳에서 일하지만 3평짜리 방 한 칸에서 7~8명이 자야하는 등 힘든 생활을 한다.
  3. 함께 어시를 한 사람이 <나사식>을 그린 츠게 요시하루. 새만화책에 '나사식'이 게재된 적이 있다. 미즈키 시게루는 자신의 제자인 이케카미 료이치를 그린 '만화광의 시 이케가미 료이치전(漫画狂の詩 池上遼一伝)'을 남기기도 했다.
  4. 이는 '만화 그 자체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세대의 만화가들과 '애니메이션 등의 2차 저작물을 통한 부가수익이 더 많은' 세대의 만화가들의 차이이기도 하다.
  5. 김성모 역시 성인 극화 그림체로 넘어갈 때, 이케가미 료이치의 화풍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털에 패러디까지 있다.
  6. 그림 실력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지상유일"이라고 잘못 알고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7. 여기서 말하는 '성인물'이란건 일반적인 국내 인식이 그렇듯 '음란물'이나 '폭력물' 즉 '아동유해매체'을 이야기한다.
  8. 물론 무척 하드보일드한 세계관인 만큼 웃기게 나오지는 않는다.
  9. 키는 180cm 이상에 맨손으로 벽돌을 부수는 등 엄청난 전투력을 소유하고 있다.
  10. 이 책 내용에서 이런 식의 비판은 이케가미 료이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개그만화를 표절한 것으로 확신하는 개그만화를 싣고 직접 비교하며 자신의 것보다 수준이 떨어짐을 비판하였고, 고르고13의 경우 얼굴 표정이 모두 같아서 복사기로 얼굴만 복사해 붙여넣기만 해도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시연을 펼쳐보이며 조롱을 했다.
  11. 단 특별한 얼굴의 캐릭터일 경우 한정으로, 주역급에 쓰이는 마스크는 전반적으로 동일하다. 작가 스스로 말하길, 아무리 현실의 얼굴형이 무궁무진하더라도 독자들에게 '미형(호감형)'으로 받아들여질수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이라고...
  12. 인쇄 기술의 발달하고 만화책의 종이질이 좋아짐에 따라 원본원고에 가까운 출판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고, 혹은 애초에 종이질 자체에 관계없이 디지털환경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가능한 요즘에는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지만.. 만화의 그림체는 인쇄기술이나 매체, 즉 종이의 질과 역사를 함께한다. 아무리 정밀한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다고 해도, 원본에서 저하되는 것이 '필연'인 출판만화 환경에서는 그림이 뭉게지거나 더욱 알아보기 힘든 그림이 될뿐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만화가들은 평소 세밀한 표현을 할 줄 알아도, 향후 인쇄돼 나올 출판본의 한계에 맞춰서 그림체를 조절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13. 단, <남조>와 <남대공>의 경우 소년만화이기 때문에 그림체를 바꾼 경우이기도 하다.
  14. '극화'는 그림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를 구사하는 방식에 대한 구분이다.
  15. 사실 이케가미 료이치의 경우에는 어쩌다보니 '창작물(복원도)'을 도용하게된 특이케이스이지만, 카와구치 카이치 역시 [침묵의 함대]에서 참고한 밀리터리 화보집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고 이노우에 타케히코 역시 [슬램덩크]의 농구포즈에 NBA카드를 참고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림 자체가 '실사풍'과는 거리가 있는 [고르고13]의 사이토 타카오 같은 극화 작가들은 이런 경우가 드물다.
  16. 이케가미 료이치 특유의 화풍에서 눈코입 비율을 좀 더 얼굴의 중심 쪽으로 몰아놓으면 노나카 에이지의 그림과 비슷해진다. 쉽게 말해 정면에서 한대 세게 맞은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