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MV(Combat Mobility Vehicle) 혹은 CEV(Combat engineer Vehicle)라고 부르는 전차.
전선에서도 최전방에서 삽질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적이 구축한 지뢰 지대나 각종 대전차 장애물을 돌파하려면 공병이 그것을 제거해야 하는데, 비오듯 쏟아지는 총탄을 무릅쓰고 삽을 휘두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경우에 출동하는 전차.
2 유래
이러한 전차의 유래는 제2차 세계대전당시 영국군이 마개조해 운영하던 퍼니전차 시리즈이다. 사용된 전례를 봐도 그렇고, 후에 AEV와 CMV로 나누어지는 장갑차량의 시조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나 나토군의 목표는 소련군의 저지에 맞춰졌기 때문에 미군은 지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전략 자체가 방어적이었다. 이러다 보니 AEV[1]만으로도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었고 공격적인 공병전차의 운영은 그다지 염두에 두고있지 않았다.
하지만 걸프전이 발발하자 미군은 요새화된 진지를 공략을 해야했고 그런 목적의 장갑차량이 필요했다. 기존의 M9ACE라는 전투장갑도저를 이런 용도로 써먹으려고 했지만 방어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당시에는 부랴부랴 추가장갑을 덧붙여 그럭저럭 써먹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만족하지 못했던 일선의 요구가 있자 본격적으로 돌격형 공병전차 개념을 가진 그리즐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이외에 독일의 코디악, 프랑스의 르끌레어, 영국의 트로잔 전차와 같은 현재의 기준에 맞는 돌격형 전투공병전차가 개발되었다.
3 특징
전투공병전차의 가장 큰 특징이자 AEV와 차별되는 점은 전차차대를 사용하여 높은 마력과 두터운 장갑을 동시에 얻었다는 것이다. 전차차대를 사용한 덕분에 적 앞에서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으며 이를 상대하는 (주로 보병)입장에서 보면 본격적으로 대전차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냥 냅두자니 온갖 공구를 주렁주렁 달고와서 기껏 구축해둔 장애물을 부수고 메우고 파헤치고 하니 그냥 놔둘 수는 더더욱 없고.
또한 비교적 가벼운 차체에 비해 높은 마력은 지형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작업장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든지,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고장난 아군전차를 견인할 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구난전차의 상위호환으로 써먹을 수 있다.
4 장비
전투공병전차는 기계팔을 차체에 장비하며, 여기에는 삽, 착암기, 집게 등을 교환해서 장착할 수 있다. 삽질할 일이 있으면 삽을 달고, 착암기는 바위나 콘크리트 벽과 같은 장애물을 깨는 용도이고, 집게는 철조망 등을 붙잡아서 뜯어버리는 용도다. 전면에는 도저삽날과 지뢰제거장비를 교환해서 장착할 수 있으며, 양쪽 모두 전장에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전자는 적의 참호를 흙더미로 메워버리거나 각종 작업을 할 때 유용하고, 후자는 지뢰지대 개척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체 후방으로 "여기가 안전지대입니다."라는 표식을 던질 수 있어서, 아군에게 지뢰지대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5 무장
전투공병전차의 무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보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무장인 기관총 1-2정만 갖춘 종류와, 벙커파괴용 특수 전차포를 갖춘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주로 토목공사 및 전차견인 임무를 위주로 하는 전투공병전차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챌린저2 전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한 트로잔(Trojan)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공병이 벙커나 토치카, 참호를 폭파하는 임무를 보조하거나 대신하기 위해 고성능폭약이 가득 찬 특수한 포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회전포탑에 벙커 파괴용 특수 전차포를 붙인 전투공병전차이며, 토목공사나 전차견인은 부수적인 임무로 취급하거나 구난전차나 장갑도저가 해당 임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이런 형태의 시조는 처칠 AVRE이고, 본격적인 전투공병전차로는 여기서 파생되어 165mm L9 박격포를 장착한 센추리온 Mk.5 AVRE, 미국에서 M60 패튼 전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L9 박격포를 라이센스 생산하여 제작한 M728이 있다.##
양자는 2000년대까지 공존했으나, 그 이후에는 토목공사 및 전차견인 임무가 더 중요해지고 수량도 많아진데 반해, 강력한 적 진지를 파괴하는 임무는 굳이 전투공병전차를 쓰지 않아도 미사일이나 폭격, 일반 전차포를 사용해도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21세기에 개발하는 전투공병전차는 전자의 경우를 위주로 개발하며, 후자의 방향으로 개발하더라도 일반 전차포를 사용해서 대전차 공격능력을 유지하면서 겸사로 벙커 공격도 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6 한국군의 상황
1990년대까지 대한민국 육군의 교리는 남진하는 북한 기계화부대의 저지에 맞춰져있었기 때문에 밀고 올라가서 어떻게 한다는 개념이 희박하였다. 이때문에 적군 방어지대를 돌파하는데 필요한 전투공병차량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남북한의 군사력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한미연합군은 기존의 방어적 교리에서 탈피해서 현재 휴전선에 지나치게 가까운 수도권의 보호 및 전쟁재발을 막기 위한 조선인민군 괴멸 및 개성 정도의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것으로 전략적인 목표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였다. 이에 따라 공병도 지뢰제거 등의 공세적인 임무를 부여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투공병전차 등 지원차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사실 한국군도 걸프전때 M9ACE의 활약을 본 뒤 이게 괜찮은 물건이겠다 싶어 삼성테크윈[2]을 통해 면허생산한 KM-9 ACE 차량을 200대 보유하고 있다. M9 ACE는 차량 자체의 성능은 흠잡을 곳이 없지만,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작업자가 차체 상부에 노출되는 구조에 7.62 mm 소총탄에도 뚫릴 정도로 방어력이 대단히 취약하였기 때문에 후방지원에는 좋았지만 전투공병차량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교리의 수정에 의해 전투공병차량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한국군은 전투공병차량을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1997년의 외환위기로 국방예산이 축소되면서 뒤로 밀렸고, 이후에는 K-2 흑표개발 등으로 인해 항상 그렇듯이 예산이 부족하여 본격적인 개발은 2008년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