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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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전략지 방어를 위해 땅을 파고 병사를 집어넣는 구덩이.

육군에 소속된 대다수 현역병 출신이라면 진지공사 및 훈련 때 지겹도록 봤을법한 구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원훈련 가서 한번 더 볼지도 모른다.

재료는 해당 지점의 중요도나 부대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콘크리트벽돌을 재료로 한 영구진지형이 있는가 하면, 빈 식용유나 드럼통 혹은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오래 가진 않지만 구하기 쉬운 나무나 빈 마대자루 혹은 쌀포대에 흙을 채워넣고 길게 판 참호 벽면에 맞춰 차례대로 쌓기도 한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땅만 깊이 파놓는 경우도 있다.

여담으로 위에 언급된 재료가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것을 혼용하거나 대체하는 일도 흔하다. 예를 들면 식용유 통을 밑에 쌓고 그 위에 마대자루를 얹는 식으로. 간혹 같은 벽돌이라도 보급이 시원찮으면 행보관이 병사 몇명이랑 닷지를 타고 부대 밖으로 나가 사제 벽돌을 사비로 구매해 싣고 오기도 한다.

어쨌든 각종 폭발이나 총격 같은 전장의 위험으로부터 보병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재료가 어떻든 상관없으며, 병사들의 안전을 고려하면 구불구불 복잡하고 깊을수록 좋고, 참호에 떨어진 수류탄을 골프공마냥 구멍에 던저놓는 방지공도 있다면 금상첨화. 게다가 덮개로 참호를 덮여놨다면 포격이나 폭격에 의해 공중으로 비산하는 파편으로부터 더 안전해지기 때문에 육군 교범에서는 이 덮개 여부에 따라사 무개호(無蓋壕)와 유개호(有蓋壕)로 나눌 정도로 중시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참호전이 왜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이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참호의 방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포격이나 폭격 시 개활지 등에 있는 폭로표적, 특히 보병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지만, 보병들이 엎어져 있으면 생존률은 급증하며, 참호 속에 틀어박히면 인명 손실은 거의 없어진다. 당장 엄폐물 없이 지상에 있을때 포탄 몇발이 떨어지면 폭발과 파편 때문에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지만, 참호를 만들고 깊숙히 틀어박히면 일부러 참호 밖으로 나서지 않는 한 파편을 맞을 일도 적어질 뿐더러, 설령 운 없게도 포탄이 참호에 직격해도 그 부분/인원만 피폭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 참호는 그 특성상 비만 내리면 물이 고이고 교전이 치열해질수록 시체와 각종 파편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기 십상이다. 더러운 물 안에서 오래 발을 담그고 있다 보면 참호족이라는 병이 생겼다. 당시엔 비가 안 와도 지하수를 건드려서(…) 물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비가 오면 참호가 상대적으로 저지대이기 때문에 물이 차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이런 물바다에선 아예 참호가 무너져서 깔려 죽은 사람도 흔하다. 1차 대전 당시 미군은 물에 발 담그기 싫어서 쇠고기 통조림 깡통으로 참호 바닥을 도배해버리는 천조국의 기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먹은 뒤 쇠고기 깡통으로 참호를 덮을수 있었던 미군의 우월한 보급능력을 상징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2 명칭

참호라는 개념에 모두 들어가지만, 용도와 규모에 따라 부르는 말이 서로 다르다.

  • trench : 길게 판 참호, 혹은 참호를 총칭하는 말
  • dugout : 방공호, 대피호
  • foxhole : 개인참호
  • 교통호 : 참호와 참호 사이를 비교적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호. 용도가 용도이니 만큼 그럭저럭 몸을 숨길만큼만 파놔서 참호만큼 깊진 않다.
  • 차호 : 전차호라고도 부르며, 전차 크기의 차량이 안에 들어가 엄폐할 수 있게 만든 호. 다만 대전차호는 전차용 해자.

3 역사

원래 참호가 출현한 시기는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길다. 기록 상으로 보통 묘사되는 참호는 현대의 참호와는 달리 그 자체가 방어선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병력을 숨기는 위장용이나 중요 방어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더 유리한 냉병기의 특성상 맨땅에 참호를 파봤자 방어력은 큰 의미가 없었고 차라리 목책이나 토루 등의 장애물이 더 효과적이었다.

화기가 등장하고 대포가 전쟁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지상에 세우는 장애물은 방어력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고지대의 이점은 여전하지만 접근전이 크게 감소한데다 사격전이 중심이 되면서 파괴되기 쉬운 지상 장애물 대신 포격 및 사격을 견딜 수 있는 참호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현대의 교통호 개념이 정착되며, 참호가 기존의 수비 보조용뿐만이 아니라 공성용으로도 중요해졌다. 당시에는 부족한 총의 화력 및 명중률을 개선해보려고 병력이 한곳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밀집대형을 취했다(나폴레옹 시절에 병사들이 줄지어 서서 일제히 총을 발사하던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런데 이런 밀집대형을 상대로 대포를 발사하면, 대포알이 지금 처럼 터지는 방식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굴러가며 볼링핀 쓰러트리는 볼링공마냥 밀집한 병사들을 끔살시켰다.[1][2] 성벽을 향해 접근하면 수성측의 대포가 마찬가지로 적 병력을 끔살시켰기 때문에 대포에 맞지 않기 위해 참호를 파면서 신중히 접근하게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참호에 틀어박혀서 전쟁을 했다고 하여 참호전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방어측은 참호에서 모래주머니로 엄폐된 채 총구만 빼꼼 내놓은 기관총으로 돌격해오는 적들을 끔살시킬 수 있었던 반면, 공격측은 발사할 때마다 장전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볼트액션식 소총을 들고 그저 자기한테 기관총탄이 안날아오길 빌면서 죽어라 뛸 수 밖에 없었다. 기관총 덕에 방어자가 엄청나게 유리해졌고, 공격자 입장으로서는 단 몇 km를 전진하려면 수 천명의 사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 결과 연합군이고 독일군이고 서로 참호만 죽어라 파는 상황이 되다 보니 뭐…….

이후 전차가 등장하고 장갑차의 험지돌파력 개선 및 각종 화기의 등장으로 1차대전 때와 같은 참호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현대전에 있어서도 보병들의 방어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아직도 보병들의 친구 중 하나가 참호구축에 사용되는 야전삽이다.

전차 또한 방어시에는 근처 (전)차호에 들어가지만, 만약 인근에 이것이 없다면 지면을 전차 크기로 파나가면서 여기에서 긁어낸 흙을 모래주머니까지 동원해 일대에 쌓아 급조하기도 한다.

4 유사품

비슷한 것으로 구덩이를 파서 적의 진격을 방해하는 공호나 그 구덩이에 물까지 채워 넣는 해자가 있다. 하지만 이쪽은 적의 진격을 막는 것이고 참호는 그 안에 병력이 들어가서 적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참호와 같이 진지구축을 하는 시설로는 벙커/토치카 등이 있다.

5 기타

참고로 트렌치 코트의 트렌치가 바로 참호 또는 해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서, 1차대전 중 바닥에 물고인 진흙탕 참호에서 속에 입은 옷을 덜 더럽히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지급된 영국 육군용 코트에서 유래돼서 붙은 이름이다.

단, 모직 재질로 된데다 방수 기능은 기대할 수 없어서, 진창이 된 참호에서 이 코트가 물과 진흙 등을 흡수해 최대 3배까지 무게가 불어나 장병들을 고통스럽게 한 물건이기도 했다.

6 공략법

6.1 백병전

기관총포격에 의한 인명 손실을 감수하고 우라돌격으로 참호 안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치른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양 진영의 군대가 이 방식을 고수하여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나름 공격시간을 맞추고 포격지원을 받아가며 수류탄으로 참호를 제압하고 기관탄총이나 산탄총으로 적을 몰아내려 하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기관총 들고 숨었던 방어군이 불쑥 튀어나오고 참호에 수류탄 방지그물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적군 포병은 적군 참호의 형태와 위치를 뻔히 알고 있다. 적 참호를 점령하고 방어에 쓰려고 해도 미리 사격제원 잡아둔 포병이 갈겨대면 증원된 적들에게 재탈환당할 뿐. 물론 그 과정에서 생긴 사상자는 어마어마했다(...).

6.2 전차

전차탱커로 돌격한다. 다만 상대가 대전차무기를 갖고 있다면 훌륭한 과부제조기.

6.3 포격 & 폭격

포병이나 공군으로 해당 참호에 화력을 퍼붓는다. 허나 앞에 서술했듯 참호 안에 짱박히면 맞은 부분 일대를 뭉개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네이팜, 소이탄, 백린탄이 출동하면 어떨까?[3]

6.4 화생방

독가스세균 등을 퍼부어 일대의 적을 죽여버린다. 다만 적이 방독면이나 제독 장치를 갖고 있으면 효과가 줄어들고, 설령 점령했다 하더라도 잔류하는 독 때문에 계륵이 될 수 있다. 결국 뭘써도 골치 아프다. 굳이 "방"도 따지자면 더러운 폭탄아니면 핵무기로 간단히 청소! 점령은 포기하자.

6.5 불도저

불도저나 공병전차로 흙을 밀어다가 참호 채로 보병을 생매장 해버린다. 보병도 제거되고 참호도 박살나는 일석이조의 공격법이다. 하지만 적군이 과연 그걸 보고만 있을까? 최소한 대전차미사일로 날려버리겠지...

6.6 포위 & 보급 끊기

전술/전략적으로 단시간 내로 점령해야 하는 곳이 아니고 상대가 후방에서 보급도 받을 수 없을 경우에만 유효하다. 포위하고 대치상태만 지속하며 상대의 역량을 소진시키는 방법. 아무리 지형적으로 유리해도 고립상태로 물자가 떨어져가면 참호를 버리고 싸우러 나오던지 항복하는 수 밖에 없다.

6.7 우회기동전

참호선에 정면돌격하는 대신 참호가 없는 지역을 빠른 속도로 우회해서 돌파해 참호 자체를 전술/전략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참호에 상당수의 병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라면 다른 지역의 방어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 공격측의 돌파 이후에는 참호선의 후방에서 보급을 끊고 무력화 시키거나, 전면과 후면을 동시 포위해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프랑스의 마지노 선을 무력화시킨 프랑스 침공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 반면에 제1차 세계대전서는 중립국을 거쳐가는 우회기동이 없었고, 참호선 자체도 상대가 돌아가는 것을 방어하려 좌우로 계속 확장되다 보니 대서양 해안에서 프랑스-스위스 국경까지 확장되는 위업(?)을 달성했었다.

7 열압력탄두

대 참호 궁극병기. ABC처럼 공격자에게 방해되지않으며 참호를 싹 쓸어버릴수있는 그야말로 참호사냥의 최종보스. 뒷처리가 어려운것도 아니고 국제적 비난도 전무한지라 제공권을 뺏긴 상황에서 참호의 방어력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1. 미니어처게임 워해머 판타지에서 이 점을 간략하게 구현했는데, 대포를 쏘면 그냥 터지는게 아니라 떨어진 곳에 타격을 가한 후 굴러간다. 그리고 그 굴러간 곳과 라인에 게임 내 최고급의 피해를 입힌다. 막을 방법? 보호 마법 된다.
  2. 엠파이어: 토탈 워에서도 구현이 되어있다. 특수탄이 아닌 그냥 포탄을 쏴대어도 포탄을 맞은 병사부터 뒤쪽으로 주르륵 사망한다.
  3. 다만 이 방법을 쓰면 아군보병이 돌파하기가 매우 곤란해진다.. 게다가 벙커가 위에말했듯이 덮개가 있는경우라면 효율이 급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