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msday Device(둠스데이 디바이스).
1 개요
냉전 시절, 파멸의 날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에 이르렀을 때의 행동강령이다.
파멸의 날 시나리오란 가령 미국이 ICBM으로 소련의 도시 하나를 날릴 경우 소련도 보복으로 미국에 미사일을 쏘고, 또 보복하고… 서로 핵미사일 발사량을 늘려가며 양쪽이, 심한 경우 인류 전체가 모두 공멸하는 공포의 시나리오다. 인간이 갈 데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미소 양국의 공포에 의한 강제적 평화를 유지한 상호확증파괴 전략도 이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것이다.
지구 최후의 날 기계(Doomsday Device)는 핵전쟁이 터지면 위의 시나리오대로 행동하게 되는 행동 메커니즘 일반을 일컫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계가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인물이 될 수도 있으며, 지휘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파멸의 날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을 모두 통틀어 지구 최후의 날 기계라고 부른다.
2 사례
2.1 러시아
1984년 우랄산맥의 코스빈스키 산에서(지하 300m의 천연암반) 가동된 소련의 지구 최후의 날 기계 '죽음의 손(Dead hand)'이 자동핵미사일 격발기계의 한 예. 만약 소련 지휘부가 미국의 ICBM으로 괴멸할 경우 자동으로 소련 전 지역의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쏘는 '최종해결' 프로그램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03년에도 러시아의 핵무기와 연동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1].
2.1.1 작동법
작동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본격적인 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최상위층이 시스템을 부팅한다. 컴퓨터는 그때부터 러시아 전역에 설치된 방사능·지진·기압 센서들을 점검하기 시작한다(물론 최상위층이 스위치를 켜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점검은 평시에도 한다). 만약 핵폭발이 감지되면 시스템이 위기 전에 부팅되었든 안 되었든 시퀀스는 계속된다.
그러다가 센서가 허가되지 않은 러시아 내에서의 핵탄두 폭발을 감지하면 컴퓨터는 곧바로 모스크바와 다른 지휘부 백업 벙커들과의 통신연결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만약 모스크바 지휘부의 연결도 끊어지고 지휘부가 있을 법한 벙커와 연결도 되지 않는 경우는 더 심각해진다. 이 경우는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해서 시스템은 모든 통상 지휘체계 및 제한사항을 무시하고 시스템이 설치된 기지의 지휘관에게 핵무기 발사권한을 넘긴다.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이 Activate 버튼을 누른다면 바로 발사 시퀀스가 시작되고,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마저 죽은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 경우에도 다시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해서 그 이후로 전쟁은 컴퓨터가 전적으로 맡아 하게 된다.
발사가 승인될 경우 시스템이 설치된 지휘소에서 지령 로켓을 발사한다. 만약 살아있는 지휘소가 없을 경우 앞서 언급한 데드맨 스위치 때문에 컴퓨터가 자동 발사한다. 그리고 지령 로켓은 아직 남은 핵기지와 전략핵잠수함 전체에 신호를 보내 방사능으로 오염된, 완전히 파괴된 조국의 하늘을 날면서, 조국의 마지막 복수로써 남아있는 모든 미사일 잔량을 남김 없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로 날려보내게 된다. 물론 한반도도 포함된다.
정체불명의 신호음만을 송출하는 The Buzzer 방송이 러시아 둠스데이 머신의 일부라는 도시전설이 있다.# 현재 정체가 확인되었다. 항목 참조
2.2 미국
미국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나, 소련과 같이 완전 자동 시스템은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 인터넷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넷이 핵전쟁에 견디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알파넷의 목적은 당시 연구용 컴퓨터가 몇 대 없었던 미국 내 모든 연구소가 당시의 제한된 컴퓨터 자원에 엑세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생존성을 중요시한 것은 당시의 컴퓨터간 네트워크라는 것이 매우 불안정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일부 시스템이 다운되더라도 네트워크는 유지되도록 설계했던 것이지, 절대로 핵무기의 발사·관리를 위해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핵전쟁이 나도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넷의 가동이 정지한 이후 밀리넷이 만들어졌고 현재 Global Command and Control System(GCCS)가 밀리넷의 뒤를 이어 미군의 통합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2.3 영국
영국도 최후 수단의 편지(the last resort letter)라는 지구 최후의 날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전자동은 아니다. 일단 이 편지는 총리의 친필로 작성된 핵공격 목표물 리스트로 평상시에는 뱅가드급 잠수함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만약 특별한 통보 없이 갑자기 2주 이상 영국 본토의 사령부와 연락이 두절된다면 영국이 핵공격을 받게 되어 총리가 죽었거나 사령부가 소실되는 사태라고 판단하고, 뱅가드급 잠수함 함장 이하 장교들이 함에 비치된 2개의 금고를 열어 그 안에 넣어둔 총리의 친필 편지에 쓰인 목표물에 핵 보복하는 식이다. 그래서 영국 총리가 바뀌게 되면 신임 총리가 취임 당일 이 편지를 새로 작성하여 해군에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3 가상
일단 왠지 죽음의 손은 지구 최후의 날 기계의 대표적 존재로 인식되어 웨스트우드의 C&C 시리즈에도 등장한다.(여기서는 핵미사일로 나온다.)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등장해서 엄청난 파국을 일으킨다. 소련대사가 Doomsday machine이라고 설명하던 이 물건은 코발트 폭탄으로 한 방으로 지구 전체를 100년 동안 방사능 물질을 퍼트려 죽음의 세계로 만드는 위용을 자랑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거기에 완전 자동화 되어있어서 파괴나 정지를 시도했다가는 닥치고 터지는 시스템이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기다. 나중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가 이런 물건이 효과를 얻으려먼 공개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왜 숨겼냐고 묻자 소련대사 왈 서기장께서 깜짝쇼를 좋아하셔서... 더 어이없는 사실은 소련이 이걸 만든 원인이 하나는 미국도 같은 걸 만든다는 소식을 뉴욕타임즈에서 들어서(사실 미국은 그런거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핵무기 경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핵무기 좀 줄여보려고 만들었단다!!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4 여담
발동될 뻔한 적이 150번 있다. 그것도 근 30년 동안에!! 소련과 미국 두 나라에서 모두 위기가 벌어진 적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지금 이 지구에 살아서 이 항목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울 지경이다. 사실 위키러 여러분이 현재 살아서 이 항목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분 덕분이다.
- 관련항목: 우발적 핵전쟁
- ↑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수단이 핵무기이다. 최강대국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