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ware the fury of a patient man.참을성 있는 사람의 분노를 조심하라.
- 존 드라이든[1]
느린 소도 성낼 적이 있다.- 한국 속담
1 개요
분명히 작품 내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고 캐릭터성이 못박혀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분노를 표출했을 때 압도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경우. 잘 연출될 경우 상대방뿐 아니라 독자/시청자들도 함께 겁에 질리게 만든다.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착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화냈더니 무섭다" 와 "원래 착한 사람들은 화내면 무섭다" 로 나눌 수 있겠다. 전자의 경우 작품 내적인 장치로도 흔히 쓰이고 현실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는 성격이지만, 후자의 경우 오히려 편견 및 고정관념에 가까울 수도 있다. 평소에도 착한 데다 화내는 것조차도 무섭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어떤 경우에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렇다면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 의문에 일단 먼저 어떤 식으로든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유형에서 보듯이 "착한 사람" 이라고 뭉뚱그려 정의되는 범주도 알고 보면 꼭 동질적이지는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평소에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온화한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면 더 분노하는 정도가 큰 경우가 되겠다.
2 유형
아래에서 보듯이, 많은 경우 주변인들의 오해나 부당한 대우가 기폭제가 되곤 한다(...) 착한 놈은 착하게 대해주자
- 알고 보니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확고하다
- 평소에는 100가지 중 99가지까지도 전부 참고 넘길 만큼 착하게 보이지만, 딱 한가지 케이스에서 양심을 어기는 것만큼은 그냥 넘기지 않는 경우. 물론 가치판단이 확고한 모든 사람이 착한 건 아니지만, 이 경우는 평소 착하다는 평판을 얻을 만큼 유순한 사람인데 알고 보니 내적으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었던 사례에 해당한다. 여기서 그 유순함이 줄어들 경우 점차적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자기만의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 "대하기 까다롭고 눈치 잘 봐야 하는 사람", "고집스럽고 완벽주의적인 사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독불장군" 으로 사회적 평가가 변화해 가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이게 뭔가 싶겠지만, 흔히 "한국의 슈바이처" 라고 불리는 장기려가 바로 이 케이스다. 살아생전에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에게 도리어 더 높은 값을 주고 물건을 살 정도의 대인배였고 그가 화내는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죽기 직전에 제자들이 그의 흉상을 만들어 주려 하자 자신이 우상화될 것을 염려한[2] 그는 냅다 "내 흉상을 만드는 놈들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고 사자후를 내질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인들이나 세간의 평가는 "눈물과 정이 매우 많은 사람 장기려" 로 통하고 있으니, 이보다 적절한 사례도 찾기 힘들 것 같다.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아저씨?
- 주로 그 등장인물의 중요한 물건이나 인물, 역린을 건드려서 제대로 뚜껑이 열린 경우. 부모님에 대한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에게 부모님 안부를 물어본다거나, 그 사람의 애인이나 약혼자, 배우자 등을 납치한다거나, 어린아이를 건드렸다거나 하는 등의 지독한 짓을 저지를 경우 발동한다. 이 경우 이 캐릭터에게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대의명분이 주어지므로 작화나 연출도 일신하게 되며, 졸지에 간지폭풍의 명장면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대중매체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유형일 듯.
- 알고 보니 기대도 안 하는 호구 취급
- 이 경우는 앞서 말했듯 "착하다" 의 정의가 다른 경우. 즉 '착하다 = 만만하다' 공식이 존재해서, 굼벵이를 밟았더니 꿈틀하는 걸 보고 "어라, 이 놈도 이만큼 화낼 줄 아네?" 하고 반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같은 수준의 화를 내더라도 예상 외라고 여기지 않았겠지만, 애초에 만만하고 우습게 보였던 이 캐릭터는 기대도 예상도 하지 못했기에 주변 사람들이 움찔하게 되는 것. 물론 이런 경우 그 분노표출은 별로 실속이 없어서, 금세 또 다른 놀림감이 되거나 아니면 아예 더 짓밟히거나 하는 안습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이런 캐릭터가 화냈을 때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비교적 낮은 비율이지만, 일종의 파워업 복선의 보조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 경우, 그 인물의 내적 심리는 더욱 망가져 후에 강해졌을 경우 다크 히어로 속성을 가지게 되거나 아예 포지션이 바뀌어 막강한 최종보스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다음번 분노 표출에 정신줄 놓는 상황이 되어 버리던가.
- 막상 화를 냈는데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른다
- 일단 화가 나서 화를 내기는 했는데, 평소에 하도 화를 내 본 적이 없어서(...) 사회적으로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을 무시한 채 되는 대로 깽판을 치는 경우. 화를 낼 때 내더라도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통하는 "선" 을 지킨다면 그나마 이해나 동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는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한다. 그 결과로 남는 것은 대인관계에 엄청난 리스크를 가져올 말실수, 그리고 훗날 이불킥 예약은 덤. 물론 "착하다" 소리를 듣는다는 건 평소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니 이 한 번을 가지고 완전히 파탄 지경까지 가진 않지만,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씹힐 수는 있겠다(...) 사실 이건 인간 세계보다는 도리어 자연 세계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강한 힘이나 발톱 등을 가진 동물들은 오히려 자신의 공격성을 꽤 잘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개체가 서열 관계에 도전하더라도 아주 죽인다기보다는 적당히 겁만 주거나 간편하게 제압하는 방식으로 자기 분수를 깨닫게 하기도 하고, 암컷을 놓고 수컷끼리 싸우더라도 아주 한쪽을 빈사지경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서로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 반면 작고 약한 초식동물들은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아예 이판사판으로 격렬하게 덤벼드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공격성을 드러내야 할 경우라면 아예 생명의 위협 상황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므로, 그들의 공격성을 통제하면 도리어 죽기 십상인 것.
- 참다 참다 마침내 임계점을 넘겨서 폭발
- 이 경우도 "착하다" 의 정의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다.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알고 봤더니 착한 게 아니라 속으로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것이었고 어느 순간에 마침내 그 분노가 터졌을 뿐인 것. 즉 여기서는 '착하다 = 잘 참는다' 정도의 의미로 통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 이런 사람들이 진짜로 정확한 의미에서 "착하다" 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쌓이고 쌓였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졌으니 그 규모나 강도 역시 타인의 분노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은 명약관화. 대중매체보다는 현실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상당수의 부부싸움이나 연애 갈등, 가족 간 갈등 같은 상황들이 이런 케이스인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착한 성격이라고 알려졌던 담임 교사가 어느 날 문제 학생에게 순간적으로 마구 구타를 가해서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남녀 간 싸움의 경우, 이런 식으로 분노가 표출될 때에는 2년 전, 3년 전의 이야기까지 한꺼번에 끄집어내면서 상대방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실제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폭발" 형태의 분노는 그 이면에 이와 같이 뿌리 깊은 갈등과 서운함, 인내 등의 사연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들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은 상담사들에게조차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 상당히 특이한 경우이고 엄밀히 말하면 하라구로 속성과는 조금 다르다.[3] 위의 다른 유형들이 "그래도 본질은 선하다" 내지는 "어쨌건 평범한 사람이다" 정도의 전제를 깔고 있다면, 이 유형은 "알고 보니 무서운 사람이 착한 흉내를 내고 있었던" 상황에 해당한다. 작중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그리고 어쩌면 독자들까지도 "착하다" 고 생각했던 인물이 특정 순간에 갑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사이코로 일약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거대한 뒤통수(...) 그러나 크게 본다면 하라구로에 문제 없이 포괄될 수 있으므로 일단은 해당 항목을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