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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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1960년작 프랑스 영화. 원작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미국)의 추리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금지된 장난으로 유명한 르네 클레망(1913~1996) 감독, 알랭 들롱, 모리스 로네, 마리 라포레, 에르노 크리사 주연의 작품이다.[1]

치밀한 구성과 마지막의 반전이 인상적인 영화이지만 그걸 떠나 사람들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닥치고 알랭 들롱. 묘하게 반항아적이면서도 순수한 면모로 여성을 끌어당기는 톰 리플리는 알랭 들롱을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당시에는 듣보잡 배우이던 들롱은 이 영화 하나로 세계적인 미남 배우로 이름을 알린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를 무대로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니노 로타(1911~1979)[2]매력적인 음악도 영화의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시대를 풍미한 인기작으로 1999년에 맷 데이먼,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은 《리플리》가 이 영화와 비교되기도 했다. 리메이크의 한계를 이기지 못 한 《리플리》는 잊혀져버렸다……고 선입견이 박혀있지만, 리플리가 태양은 가득히만큼 성공하지 못 한 건 사실이어도 이 영화의 리메이크인 건 아니다. 2005년 영화 오만과 편견이 95년 BBC 히트작 오만과 편견이 리메이크가 아닌 것처럼, 리플리나 태양은 가득히나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서로 다른 해석을 시도한 영화일 뿐이다. 먼저 만들어진 작품(그것도 수십년 뒤에서 회자될 정도로 명작)으로서 뒤에 제작된 영화에 영향을 아예 안 주지는 않겠지만.

2 줄거리

가난하지만 잘 생긴 청년 톰 리플리는 인생역전을 꿈꾸던 중 고등학교 동창인 필립 그린리프(모리스 로네[3])의 아버지를 만나 로마유학가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아들을 데려오면 5천 달러를 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받고 톰은 로마로 간다. 하지만 로마에 가서 만난 필립은 그를 빵셔틀로 여기고 하인처럼 부리고, 필립의 절친한 친구인 프레디(에르노 크리사) 또한 톰을 벌레 보듯 한다. 톰은 필립의 프랑스인 여자친구 마르주(마리 라포레[4])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5]

톰과 필립, 그리고 필립의 애인 마르주는 몬지베로로 가서 요트를 타고 항해를 즐기는데, 마르주는 톰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며 필립을 만류하기도 하는 등 묘하게 톰과 잘 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을 고깝게 보던 필립은 톰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가 하면 톰을 구명보트로 밀어내고 종일 구명보트에 매달고 달려서 강한 햇빛으로 등짝에 온통 화상을 입히기까지 한다. 톰은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고 그 동안 계획했던 복수를 실행한다. 톰은 계획적으로 필립의 옷주머니에 일부러 여자 귀걸이를 넣어 마르주와의 사이를 이간질했고, 필립과 대판 싸운 마르주는 배에서 내려버린다.

요트에 둘만 남게 된 톰과 필립. 톰은 아무렇지도 않게 필립에게 '널 당장 죽이고 내가 네 행세를 한다'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필립은 톰이 장난치는 줄 알았지만 톰이 계획을 늘어놓자 필립은 점점 얼굴이 굳는다. 필립은 일부러 톰을 떼어내기 위해 카드놀이를 제안하는데, 자신을 이기면 5천 달러를 주겠다는 조건이었고 일부러 져 줬다. 하지만 이미 톰은 필립에 대한 증오가 쌓인 상태였고, 숨겨뒀던 칼을 꺼내 필립을 찌른 뒤 시체를 방수포에 꽁꽁 싸서 바다에 던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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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필립의 서명을 연습해 흉내내어 수표를 발행해 돈을 쓰고, 필립의 타자기로 편지를 써서 필립을 사칭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립의 이름으로 톰이 숙박하고 있던 호텔에 필립의 친구 프레디가 찾아와 톰이 필립을 사칭하고 있는 사실이 들통나게 되자 톰은 프레디를 도자기로 내리쳐 살해한 다음 밤중에 시체를 인적이 드문 폐가 근처 버려진 우물에 버렸다. 그런 다음 마치 필립인 척[6] 로마에 있는 집으로 들어오는 척하다가 누군가에게 발견되자 달아난다든지 여러 흔적을 남겨 마치 필립이 프레디를 살해하고 겁에 질려 당황한 것처럼 꾸민다.

그리고 필립의 부모에게 필립에 대하여 모르겠다고 말하고 찾아온 형사들에게 같은 말을 하면서 은근히 필립의 도주를 도운 것처럼 연극을 하고 증거를 남긴다. 형사가 톰을 찾아와 범인 은닉 및 도주 협조로 잡아 가둘 수도 있다고 주의를 주며 필립은 어디에 있냐고 묻지만 모른다고 하면서도 필립의 부모와 마르주가 있는 자리에서 몰래 마르주에게 필립이 어디로 갔는지 안고 말하기도 한다. 여형사가 근처에서 잠복하면서 이 말을 엿듣고 있었는데, 물론 톰은 이걸 알고 있었다. 마르주에게 지금 필립은 프레디를 우발적으로 죽여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는 투로 말하며 나도 그에게 대충 연락하고 그러지만 나도 못 믿겠다고 거주지를 옮겨서 자세히는 모른다,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필립이 프레디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자 톰은 필립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다 찾은 다음 필립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마르주에게 양도한다는 가짜 유서를 쓰고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다. 그리고 전에 준비해둔 대로 필립이 피던 담배꽁초를 몰래 깨끗하게 모아둔 걸 재떨이로 가득 쌓아둔다든지, 필립과 술친구인 주정뱅이에게 필립인 척하여 들르게 한 걸 목격하게 해서 그 주정뱅이가 틀림 없이 필립이 왔었다고 증언하게 한다든지, 온갖 노력으로 경찰이 믿게 한다.

결국 사건은 필립이 살인 후 자살했다는 걸로 마무리되었고, 실의에 빠진 마르주와 밀당 끝에 연인 사이가 되어[7] 필립의 재산을 받은 마르주와 둘이 행복하게 살게 되는 듯 싶었으나…

필립의 아버지가 요트를 팔려고 인양하는 과정에서 필립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톰이 필립의 시체를 꽁꽁 싸서 바다에 버렸을 때 그 밧줄이 스크루에 걸려버렸던 거였다. 당연히 썩을 대로 썩고 고기밥이 되어 엉망이 된 시체까지 요트에 매달려 모래밭으로 끌어올려질 때 그걸 알아본 마르주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형사들이 바닷가에서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던 톰을 찾아올 때 모든 게 들통난 걸 모르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그들을 맞이하듯이 가며 영화가 끝난다.

3 영향

  • 꿈은 높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없어 자신의 신분과 정체를 속이는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자신마저도 그 거짓말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게 되는 망상장애에 시달리는 정신병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인 '톰 리플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소설과 영화 속 리플리는 자신이 쌓아올린 거짓을 통제하지 못 하고 스스로도 믿어버리고 마는 허언증 환자와는 거리가 먼, 냉철한 범죄자다. 마지막에 범죄가 드러난 것도 예상치 못 한 변수 때문이었고 그나마도 영화에서 각색한 결말일 뿐, 원작소설에서는 걸리지도 않는다고.[8] 리플리는 허언증 환자가 아니라 사이코패스에 더 가깝다.
  • MBC의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제목도 톰 리플리에서 따왔다. 주인공 장미리의 이야기가 톰 리플리와 유사하기 때문인 듯.
  • 톰 리플리 역을 맡은 알랭 들롱의 성격이 톰 리플리와 판박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들롱은 성격이 좋지 않고 여자관계도 복잡하기로 유명했는데, 그와 교제했던 여성들의 경험담을 보면 사실상 연인을 성공의 발판으로 이용해왔다. 그만큼 비정하고 남을 이용해먹는 성격이라는 것.
  • 박상우의 단편소설 "한 편의 흑백영화에 관하여 그는 말했다"에서도 소재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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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르네 클레망 감독이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누벨 바그에 편승했던 작품이다.
  2. 대부 음악으로도 유명한 영화음악가.
  3. 나중엔 가수로 더 유명해졌다.
  4. 원래 가수였다.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배우와 가수 겸업이 많은 편.
  5. 필립 몰래 그의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필립 흉내를 내보면서도 마르주를 향한 연정을 중얼거릴 때에는 톰 리들리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6. 필립의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헤어 스타일도 비슷하게 하여 어둠 속에서는 구별이 안 가게 준비.
  7. 필립의 배에서부터 은근히 마르주는 톰에게 잘 해주었고, 상냥하고 예쁜 그녀에게 톰 역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8. 위에 언급한 99년작의 맷 데이먼의 리플리는 캐릭터 해석이 판이하게 달라져서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