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쿠프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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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çois Couperin
1668~1733

1 설명

프랑스바로크 작곡가이자 건반 악기 연주자이자 음악 교사.

당대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일가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쿠프랭 가문에는 삼촌인 루이 쿠프랭도 나름 유명한 작곡가라서 보통 프랑수아 쿠프랭이 대(大) 쿠프랭(Couperin le Grand)이라고도 불리곤 한다.[1] 생 제르베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다가 왕실 전속 음악교사로 뛰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주로 작곡한 곡들은 건반 악기를 위한 것으로, 하프시코드클라비코드 또는 오르간으로 연주하도록 의도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피아노로도 연주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또 색다른 맛이 나게 된다. 쿠프랭은 대략 250여 곡에 달하는 많은 건반 작품들을 제각기 부제를 붙여 놓았는데, 이 부제가 또 공들여 명명된 티가 역력하다. 아무튼 이러한 음악사적 업적을 통해, 쿠프랭은 장-필리프 라모와 함께 프랑스 바로크 건반 음악을 하드캐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복잡한 기교보다는 굉장히 잘 정리되고 세련된 악상에 크게 의지하며, 연주에 있어 쇼맨십적인 요소는 극도로 배제되고 연주자의 해석과 몰입을 요구한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딱 알 수 있겠지만, 동시대의 음악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특이하다.물론 당대의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비슷한 점이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쿠프랭의 많은 곡들은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에 더하여 일정 부분 감수성을 자극하는 성향이 있어서, 특히 느린 곡의 경우 가만히 감상하다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센티해지고(…) 뜬금없이 잔잔한 아름다움이 밀려오는 추억돋는 분위기가 된다. 아무튼 이러한 특징이 있다 보니 바흐스카를라티의 곡들을 연주하다가 쿠프랭을 연주하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 쿠프랭의 음악은 음악의 성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음에도 그 단순한 구조에 확실한 힘을 불어넣은 작품이 많다.

먼 훗날 모리스 라벨은 자신의 《쿠프랭의 무덤》(Le Tombeau de Couperin) 조곡에서 쿠프랭을 기념하기도 하였다. 다만 음악학적으로 쿠프랭을 분석한다거나 계승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건 아니고, 자신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우들에게 헌정하는 의미. 라벨의 애국심은 정말이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주요 작품

▲ 건반을 위한 론도, 《신비의 바리케이드》(Les Barricades Mysterieuses). 피아노 연주는 조르주 치프라. 이 무슨 최신 고사양 슈퍼컴퓨터지뢰찾기 하는 소리요?

잔잔하게 브금으로 깔면 짤없는 추억 왜곡계 구성은 론도와 3개의 절(Couplet)로서 A-B-A-C-A-D-A. 보면 알겠지만 악보 자체가 굉장히 쉽기 때문에, 무치오 클레멘티소나티네를 막 뗀 초보자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할 정도이다. 애초에 도약 자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음표들에서 보이듯이, 바로크 시대 악기들의 제한된 역량으로 큰 울림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강하게 엿보이는데, 이는 거의 현대 피아노의 댐퍼 페달의 사용까지도 예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바로크 건반 작품들에서는 논-레가토 내지 스타카토에 가깝게 연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사운드를 신나게 뭉개도 곡이 망가지기는커녕 오히려 느낌이 살아나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진다.(…)

분위기 있는 대로 잡아가면서 느리게 연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가 하듯이 매우 빠르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특히 타로의 경우 빠른 연주 속에서도 핵심이 되는 음표들을 쏙쏙 잡아내서 강조하기 때문에 굉장히 특색 있는 해석이 나온다.

▲ 건반을 위한 론도, 《Le Tic-Toc-Choc》.[2] 피아노 연주는 그리고리 소콜로프.

빠르고, 가볍고, 경쾌하고, 신난다. 야 신난다! 위와 동일한 구성. 악보 자체만으로는 전혀 특별할 게 없어 보일 정도로 평이한 펼침화음과 지속저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왼손 스타카토와 오른손 논-레가토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면서 이런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어린이를 위한 낭만파적인 연습곡처럼 보이기도 하고 부르크뮐러? 오히려 다른 바로크 시대의 건반 음악들과는 너무 위화감이 들 정도로 독특한 작품이다.

▲ 건반 작품, 알람시계》(?!?!)(Le Réveille-Matin). 하프시코드 연주에 Olivier Baumon.

약빨고 표제를 정한 듯한 표제음악. 두도막 형식. 각 도막마다 그야말로 찰진 묘사가 돋보이는데, 이를 해석하고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도막의 앞부분에서, 아침 햇빛이 비치는 중에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에서 몸을 뭉개며(…) 느긋하게 하품도 한 번 해 주고 눈도 한 번 비비는 듯한 나른한 주제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잠깐의 달콤한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으니, 곧바로 알람시계 이 옥타브를 사이에 두고 맹렬한 트레몰로로 몰아치면서 잠을 확 깨워 놓는다.[3] 그런데 두 번째 도막에서도 이러한 대비는 똑같이 반복된다. 응? 시계를 끄고 다시 쓰러져 잠드는 건 만국공통 아니면 그 시절에도 알람에 스누즈(snooze) 기능이 있었거나

시대악기 연주 붐을 타고 80년대 이후로 빠르게 재조명을 받고 있으며, 바흐의 건반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음 역시 80년대 이후로 쳄발로로 녹음된 전집들이 많이 나왔으며, CD 분량 12장에 이르는 분량이다. 크리스토프 루셰, 스코트 로스의 전집이 각각 명반으로 이름이 높으나 구하기는 꽤나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다 있다.
  1. 바흐 가문의 유명 작곡가들 중에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대 바흐라고 일컫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번역하기 꽤 까다로운데, 망치로 뭔가를 두드리는 의성어다. 직역하면 아마도 "땡강 땡강" 정도가 아닐까.(…) 의역해서 《망치 소리》 정도로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겠다.
  3. 참고로 최초의 자명종 시계는 1787년에 만들어졌으니 쿠프랭보다는 두어 세대 이후의 일이다. 오늘날의 자명종 시계와는 다소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