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소나 과일, 계란등의 재료로 만든 서양식 장아찌 pickle
예나 지금이나 식품류가 나오는 기간은 한정되어있는데 그 식품류들을 유통기한에 맞춰 제때제때 소화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식품을 장기보존하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현대사회에선 냉장고가 다 알아서 처리해주지만 고대엔 냉장고가 없어서 꿈도 꿀 수 없었고 따라서 주로 식품을 무언가에 절이거나 말리는등의 여러 보존방식이 사용되었다. 그중 절임을 통한 음식들이 젓갈이나 장아찌, 피클 등등.
다른 절임류 부식들도 그렇지만 피클도 원래는 순수하게 식자재 보존 목적으로서 만들어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클 그 자체가 지닌 독특한 맛 덕분에 점차 별도의 식자재로 취급되기 시작하였고, 더군다나 상술한 냉장고의 등장으로 굳이 이렇게 절여서 식자재를 보존할 필요가 없게 된 현대 사회에서는 피클 그 자체를 먹기위해 일부러 만들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피클의 재료는 물론이거니와 만드는 방법들도 세분화되었다.
피클의 보존 원리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 다르다. 흔히 식초를 쓰는 것을 피클이라고 생각하지만 소금물만 써도 피클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러시아-동유럽 쪽 피클은 식초와 설탕을 넣지 않고 소금과 약간의 향신료 외의 부재료는 쓰지 않아 짠맛만 느껴진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짠지인데, 이미 짠지가 있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식초를 쓰는 것만을 피클이라고 부른다. 물론 식초를 써도 소금/설탕 등을 같이 퍼붓는 게 흔하다.
요즘은 나트륨 과다섭취와 미식과 냉장기술의 발달로 피클을 구태여 짜고 시게 만들 필요가 없어지면서, 조금 덜 짜고 덜 시게 만드는 피클이 많아서 잘 상하는 편. 겉포장에 "개봉 후 냉장보관하세요"라고 적힌 채 유통되는 피클은 대부분 이렇다고 보면 된다. 잘 만들면 물의 양을 줄이고 식초와 소금과 설탕을 퍼넣는다면 냉장보관 필요없이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만 놔둬도 잘 안 상한다. 옛날 피클링 레시피에는 가라앉은 달걀이 뜰 정도의 농도로 소금물을 넣으라고 적혀 있는데, 보통 10% 농도의 소금물을 가리킨다고 한다.[1] 이 정도 농도면 장기보관이 가능하지만, 짜다.
병에 재료를 담아 소금물을 붓고 봉한다는 심플한 레시피 때문에 오만가지로 다 만들 수 있다. 피클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육류, 계란, 치즈도 이렇게 보관하는 방법이 있을 정도. 유명한 것으로는 오이로 만든 오이피클과, 할라피뇨, 양파 피클이 있고 기름기 많은 미국식 피자 등과 함께 먹으면 좋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피자하고 피클을 먹는게 흔하진 않다. 미국에서는 피자 위에 고춧가루하고 파르메산 치즈를 올려 먹는다. 단, 햄버거와의 조합은 유명한 편. 어지간한 햄버거 메뉴들에는 피클이 필수로 들어가있다. 단 모든 햄버거가 다 피클이 있는건 아닌데, 예를 들자면 필리핀의 맥도날드 햄버거엔 피클이 안들어있고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주문을 해야 피클을 넣어준다. 한국 맥도날드에서 치즈를 추가 주문하는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참고로 이것도 매장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터키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터키어로는 투르슈(Turşu)라고 부르며 정말 오만잡것을 다 피클로 만들어먹는다. 오이와 고추, 양파는 기본이요, 가지, 당근, 마늘, 옥수수, 아스파라거스, 호박, 심지어 밤이나 호두 같은 것도 피클로 만든다(...). 터키의 투르슈는 대부분 식초와 소금을 넣어 신맛이 강하지만, 밤이나 호두, 피스타치오 등으로 만든 것은 설탕을 넣기도 한다. 이게 어째서 피클이야? 라고 궁금해할 수 있지만, 관광지에서 기념품으로 팔기도 하는 달달한 견과류 설탕절임과는 맛이 달라 약간 신맛이 난다. 이 피클로 만든 주스도 있는데, 샬감(Şalgam)이라고 부르는 맵고 신(!) 주스도 있고, 그냥 피클에 레몬즙 등을 첨가해서 새콤달콤한 음료수로 만든 것도 있다. 이스탄불에서는 발륵 에크멕(고등어 샌드위치로 알려진)으로 유명한 갈라타 다리 앞의 부두에서 파는게 유명하긴 한데 가게에 따라 신맛이 너무 강하다든지 또는 짠맛 피클도 있으니 유의할 것.
달콤한 피클은 유럽과 미국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복숭아나 체리나 여러 과일들을 설탕과 식초를 혼합한 액체에 담궈 피클로 만든 다음에 곱게 간 얼음 위에 복숭아 피클과 복숭아가 담긴 식초를 조금 뿌려서 셔벗으로 먹기도 한다.
참고로 북미지역에서 파는 오이 피클중 하나인 코셔(Kosher)[2] 피클은 사실 코셔와 관계없다. 코셔 피클은 일반 오이 피클에 다진 마늘과 허브인 딜을 조금 추가해서 만든 것으로 그냥 동유럽의 피클 요리법이다. 동유럽계 유태인들이 미국에 건너와서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던 것을 미국에서는 유태인들 전통음식이라고 착각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강 문제 때문에 과거 드라마 파스타에서 과일로 만든 피클을 선보인 적이 있다. 물론 단가는….
식초로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칼슘 덩어리 외계인인 락사코리코팔라파토리언은 이것을 맞으면 끔살!
뭐든지 다 튀겨버리는 미국 남부 지방은 피클도 튀겨버린다. 피클을 잘라 물기를 빼고 소금간을 한 반죽에 튀겨서 타르타르 소스와 같이 먹는다고..그만해
다소 특이한 피클로는 달걀피클이 있다. Pickeled Egg라고 부르는 건데, 초란처럼 날달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은 달걀을 초에 절인 것. 영국 요리의 일종으로 펍에 가면 병째 놓여 있다. 이걸 통째 씹어 먹는 것이 일종의 마초 의식같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심슨 가족의 모네 술집에 가면 놓여있는 것이 이것이며 맥주 안주로 매우 잘 어울린다고 한다.
2 《바키 시리즈》 3부인 《한마 바키》에서부터 등장하는 원시인
피클(바키 시리즈)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