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키릴 문자 표기법

한국어키릴 문자로 전사하는 방법이다.

1 개요

키릴 문자는 러시아어, 불가리아어, 세르비아어, 우크라이나어슬라브어파 언어들을 비롯하여 몰도바어[1], 몽골어, 압하스어, 카자흐어, 추크치어, 코미어 등의 언어에서 사용되는 알파벳 문자 체계이다.

한국어를 키릴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고안되었으나 정식으로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는 현황은 없다. 다만 소련 정부에 의해 지명 표기는 콘체비치 체계를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실 한국어 -> 슬라브어로 옮겨지는 것보다는 한글 -> 로마자 -> 키릴으로 옮겨지는 일도 잦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 발음은 안드로메다로(...)

2 홀로도비치 체계

소련의 언어학자 알렉산드르 홀로도비치(Александр Холодович)에 의해 고안된 체계로, 이후 나온 콘체비치 체계의 원형이 되었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음키릴 문자모음키릴 문자
к- / -г- / -ка
ня
т- / -д- / -тɔ
-р- / -лйɔ
мо
п- / -б- / -пйо
с / -ту
-нъю
ч- / -чж- / -ты
чх / -ти
кх / -кэ
тх / -тйэ
пх / -пе
хйе
ккве
ттви
ппво
сс / -твэ
ччве
ый / -и
ва

이 체계는 'ㅓ'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러시아어에 없는 글자 Ɔ/ɔ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령 '청평'은 이 표기법에 의하면 'Чхɔнъпхйɔнъ'으로 표기되었다.

3 콘체비치 체계

레프 라파일로비치 콘체비치(Лев Рафаилович Концевич)[2]는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홀로도비치(Александр Александрович Холодович)의 체계를 바탕으로 콘체비치 체계(씨스떼마 꼰쩨비차, Система Концевича)를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실용 표기법(Русская практическая транскрипция)이라고도 불리는 이 체계는 철자보다는 실제로 일어나는 발음을 중요시했다. 예를 들어 학술 표기의 경우 '한자'라는 단어를 'Ханчча'(한짜)라고 옮김으로써 'ㅈ'의 긴장음화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 표기에서는 긴장음화나 된소리 되기를 반영하지 않고 그냥 'Ханча'라고 적는다.

콘체비치는 키릴 문자에 새 문자를 더하거나 부호를 붙이지 않고 러시아어에서 사용되는 키릴 문자로만 한국어를 표기하려 했다. 한국어의 'ㅓ' 모음과 'ㅗ' 모음을 같은 글자로 표기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다음은 콘체비치 체계를 간단히 요약한 도표.

자음어두, 무성 자음 뒤모음 사이, 유성 자음 뒤어말, 무성 자음 앞
кгк
ннн
тдт
ррль[3]
ммм
пбп
сст
н(нъ)
чджт
чхчхт
кхкхк
тхтхт
пхпхп
ххт
ккккк
ттттт
ппппп
сссст
ччччт
한글키릴 문자한글키릴 문자
ая
оё[4]
оё[5]
ую
ыи
эйя[6]
ейе[7]
веви
вовэ
веый[8]
ва

3.1 실상

일반적으로는 이 콘체비체 체계가 쓰이지만 유독 'ㅈ'의 표기를 ч(초성)나 дж가 아닌 чж로 쓰는 경우가 잦는데, 이것은 홀로도비치 체계의 영향이다. 모스크바와 노보시비르스크 한국학계에서는 콘체비치 체계를 따라 дж로 적는 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보스토크 한국학계는 홀로도비치 체계에 따라 чж로 적는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관용적으로 굳어진 Сеул(서울), Пхеньян(평양), Чемульпо(제물포), Пак Чжон Хи(박정희), Ро Дэ У(노태우), Ким Дэ Чжун(김대중), Ким Ки Дук(김기덕), Ким Ир Сен(김일성), Ким Чен Ир(김정일), Ким Чен Ын(김정은), Ким Чен Сук(김정숙), Цой Ен Ген(최용건), Хан Сер Я(한설야) 같은 표기는 콘체비체 체계와 관계 없이 기존 방식대로 사용한다. 굳이 콘체비치 체계에 따라 쓰면 Соуль, Пхёнъян, Чемульпхо, Пак Чонхи, Но Тхэу, Ким Дэджун, Ким Гидок, Ким Ильсон, Ким Джонъиль, Ким Джонын, Ким Джонсук, Чхве Ёнгон, Хан Соря.

4 북한의 키릴 문자 전사

북한에서는 1955년 작성된 '외국자모에 의한 조선어 표기법'의 제2장에 키릴 문자를 이용한 한국어 표기법을 명시했다. 1955년 작성된 이 표기법에서는 일반용 표기법과 과학용 표기법을 구분하였다. 전자는 일상의 언어 행위에 대한 한국어의 표기에 사용하는 것으로, 신문 등의 인명, 지명 표기에 주로 사용되었다. 후자는 한국어에 대한 과학적 표기에 사용하는 것으로, 언어학의 학술 논문 등에서의 전사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그 이후 한국어의 키릴 문자 표기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5 그 외 국가에서의 키릴 문자 전사

몽골어는 러시아어보다 많은 모음을 가지고 있고, к, т, п 등이 러시아어와 달리 거센소리로 소리나기 때문에 х가 잔뜩 붙고 모음이 혼동되는 러시아어보단 비교적 깔끔하게[9] 표기한다. 가령 위 체계에서 송산과 성산은 둘 다 Сонсан으로 구분이 곤란하나 몽골에선 Сунсанъ, Сонсанъ[10][11]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체계적인 표기법이 존재하고 공식적으로 제정되어 있는지는 추가바람. 물론 Тэгү처럼 외국어를 통해 들어온 경우 멀쩡히 대구(Дэгү)라고 쓰면 될 게 테구가 되는 등의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불가리아어에서는 'ㅓ', 'ㅡ' 발음을 ъ로 적기도 한다. 대전(Теджън), 청주(Чхънджу) 등이 그 예. 다만 서울은 그냥 세울(Сеул)로 쓴다.

6 고려말

중앙아시아의 한인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중앙아시아 한국어, 소위 '고려말'(Корё маль)은 키릴 문자로 표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1937년 소련에 의한 강제 이주로 인해 형성된 고려말은 육진 방언을 기초로 동북 방언과 러시아어 등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는 고려말보다는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하여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고 알려져 있다.

곽충구,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자료와 연구, 인문논총, 제58집, pp.231~272
  1. 트란스니스트리아 한정
  2. 1973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 최초로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여담이지만, 아들인 막심 르보비치 콘체비치는 수학자로, 포와송 다양체에서의 변형 양자화에 대한 수학 정리로 1998년 필즈상을 받았다.
  3. 단 'ㄹㄹ'은 그냥 лл이라 적는다.
  4. 지명의 첫 소리에 올 경우 Йо로 표기한다.
  5. 지명의 첫 소리에 올 경우 Йо로 표기한다.
  6. 'ㅐ'가 'э'이므로 'ㅒ'는 'й'에 'э'가 붙은 'йэ'가 되어야 할 텐데 왜 'йя'인지는 불명. yya?
  7. 어중에선 그냥 е로 표기한다.
  8. 어중에선 그냥 и로 표기한다.
  9. 충청도를 러시아식으론 Чхунчхон-до라고 써야 하나 몽골식으론 Чүнчонду라 쓰면 된다.
  10. 몽골어 у는 ㅗ에 가까운 발음이 난다. ㅜ 발음은 ү.
  11. 몽골어에서는 종성 'ㄴ'은 нъ에, 'ㅇ'은 н으로 엄격하게 대응한다. 몽골어의 н는 종성에서 발음이 달라지기 때문. 구분해 주는 것이 언중이 덜 어색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