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시바 료타로의 역사 소설. 처음 잡지에 냈을 당시 원제는 "한의 바람, 초의 비(漢の風、楚の雨)"였는데 단행본으로 낼 때 제목을 '항우와 유방'으로 바꿨다고 한다.
초한지를 시바 료타로가 쓴 것으로 총 3권인데 국내에서는 절판된 탓에 대부분의 서점에서는 1, 2권만 있어 사러 온 사람들이 눈물 흘리기도 하는 듯(...) 현재는 그 1, 2권도 찾기가 힘들지만
기존의 초한지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유방에 대한 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의 초한지는 유방이 이긴 것이 모호하게 천운이나, 인덕이 있어서라고 표현하는데, 시바 료타로는 왜 유방이 인기가 있었는가, 왜 유방을 사람들이 돕고 싶어했나를 세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팽월이나 영포 등도 그들의 단점을 표현해서 그들의 몰락을 예고했다. 한신에 대해서도 섬세한 정치 감각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근데 묘사된 유방의 매력이 좀 묘해서 유방이 웃을 때가 귀엽다고 표현하거나 유방을 보면 "왠지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고 있다. 유방 뿐만 아니라 한신도 마성의 남자처럼 묘사된다. 작중에서 역이기는 한신을 "'그 차가운 꺽다리'라고 말하면서도 어투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고 하는 츤데레적인 묘사가 있고 괴철은 한신을 "무인으로서는 걸출한 재능의 소유자지만 다른 면에서는 백치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측은해 했다는 묘사도 있다.부녀자들이 보면(...)
작품 제목이 '항우와 유방'인 것 답게, 원전은 항우가 오강에서 자결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국내판 3권 끝부분에 있는 '에필로그'는 천하통일 후의 유방과 한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가필한 것.
2 만화
1번 항목의 시바 료타로의 소설과 제목이 같지만 무관하다. 이 작품의 원전은 메이지 시대에 발매된 '한초군담'이다.
수호지, 삼국지의 대성공에 힘입어 편집부에서는 초한지를 주제로 만화를 그려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에게 제안했고, 처음엔 저자도 연재를 망설였으나 '한초군담'의 맛깔스런 전개에 반해 그걸 베이스로(그 때문에 정사와는 차이가 많다) 그린 것이 12권 완결 만화 초한지이다.[1]
이 작품 또한 작품 제목이 '항우와 유방'인 것 답게, '항우가 없는 뒷이야기', 즉 유방이 황제에 즉위한 후부터 한신의 토사구팽까지는 그리지 않고 항우가 자결하고 유방이 천하의 패권을 쥐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작가도 작품 후기에서 "천하를 잡은 유방은 시의심에 사로잡혀 공로자를 의심하기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유방의 최후까지 그리지 않았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초한지의 대미를 그런 씁쓸한 결말이 아닌 항우와 유방의 막판 승부로 화려하게 끝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확히는 한신과 항우의 대결이지만 말이다. 서로 그렇게 헐뜯더니만 마지막에는 유방이 항우의 목을 보며 "이것이 당대 영웅의 최후인가. 너무나도 무참하고 애처롭구나."라고 탄식하며 장량에게 정중히 장사지내고 사당까지 세울 것을 명했다고 한다.[2]
다만, 요코야마의 또다른 역사 만화인 사기에서는 이 이후의 이야기가 나온다. 항우가 죽은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사기 9권부터 보면 된다. 또, 사기에는 초한지 본편의 내용도 3권 정도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수록된 초한지는 '한초군담'이 아니라 '사기'를 원전으로 삼았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량이 적은 탓에 초한지 부분은 항우와 유방 만큼의 재미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게 흠.
국내에서 한 팬에 의해 삼국지 조조전의 MOD로 초한지 유방전이라는 게임화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유방과 항우가 주인공이지만, 후반부 한신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다. 어떻게 보면 유방-항우-한신 삼자구도로도 보인다. 묘사되는 유방에 대해 초반 이후 들러리에 그럴싸한 덕으로 포장되어 한신의 생고생에 숟가락만 얹진 것으로 보일 수 도 있지만 유방도 겁나게 고생한다.(...) 엄밀히 한신이 북진한 이후 항우의 주력과 유방이 대치하기 때문에 한신보다 죽을 고비를 여러번 맞는다. 한신이 죽을고비는 거의 없다.[3] 게다가 유방의 성공요인을 만족할만한 논공행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 막판 한초 양자의 압도적인 군사력차이가 이를 보여준다.[4] 물론 이거 외에도 장량과의 만남으로 유방이란 인물이 점차 왕에 어울리는 인물로 성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항우는 완전 전사형 캐릭터. 스스로 항상 전장의 선두에 서서 부하들의 사기를 독려하는 미친 리더십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격렬하고 성급한 성품이라 매번 한신의 잔꾀에 보란듯이 당한다. 정말 모르고 당하는 걸까 할 정도로 순진무구함의 정점을 찍어 주신다. 전투는 그야말로 초 단순구조. 한신이 항우를 살짝 자극.->항우가 혼자 미친듯이 열받아 불쌍한 부하들을 이끌고 닥돌.->이후 한신의 계책에 초군 대파. 마지막 해하전투에서도 이런 구조가 반복돼서 가장 긴장돼야 할 한신VS 항우의 야전은 이미 결론이 뻔히 보일 정도다.
하지만...단지 이것이 전부라면,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초한지가 명성이 자자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애장판까지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삼국지로 나름 역사만화의 최고봉을 찍은 다음에 그린 작품이라 초한지에서야말로 그의 만화인생의 모든 노하우가 녹어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템포있는 스토리 진행, 개성 만점의 등장인물들, 심플하면서 유려한 작화, 중요장면마다 각인되는 수많은 교훈들...등 역사만화로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요소들이 완벽한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다. 거기다 애장판 표지 퀄리티가 좋아서 책장에 꽂아두면 나름 뽀대도 난다.
기존 초한지하고 같은 흐름이면서도 중간 중간 차이점이 있다. 그 부분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5]
1. 장한이 진승을 쳐부술 때 사용한 죄수노역부대[6] 운용이 애초에 없다.[7] 진군 정예병으로 격파한 것으로 묘사된다.
2. 항우가 장한과 거록에서 대치할 때 유방이 별동대로 관중으로 진격한 '관중왕' 에피소드도 별도로 만들어 장한이 항복한 후 유방, 항우 양자가 관중으로 출격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유방이 주인공 포지션을 가진다.
3. 장량이 처음부터 유방군 소속이 아닌 부흥 한(韓)소속으로 유방군에 대여 된 것으로 한신은 유방 입촉 때가 아닌 입촉 후 한으로 도주해 온 것으로 그리고 있다.
4. 한, 초의 영양, 성고 대치를 좀 바꿔 놓아서 항우가 여러번 한군에 털리게 그려 놓았다. 대부분의 초한지에선 항우가 대치에서 털린 적은 없는데 심지어 왕릉한테도 털린다.
5. 흥구 협정 후 한군이 초군의 뒤통수를 바로 친 것이 아니고 초군이 팽성으로 들어가 한참 재정비한 후 유방이 협정을 깬 것으로 나온다. 마지막 한초 대립 기간을 더 늘렸으며 덕분에 한군은 마지막 결전에서 온 전력을 총 결집해 120만이란 엄청난 대군을 운용한다.
6. 유방이 좀 착하게 나온다. 항우에게 대패했을때 자식을 버리는 행동이 안 나오고 그냥 말 타고 도망치다가 하후영이랑 합류하는 게 나오고, 초에 있는 아버지 문제로 논의하다가 아버지가 위험한 계책이 나오자 '아놔 님들 자기 아버지 아니라고 지금 막 대하는 거임?'나오고 한다. 전체적으로 유방 + 유비가 섞인 듯한 느낌이든다. 얼굴도 그렇고.
- ↑ 대현출판사에 출간한 구판은 21권 짜리로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출판한 신판은 원판처럼 12권이다.
- ↑ 유방은 실제로 항우를 노공의 예로 장례를 치렀으며 곡성에 안장할 때 유방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하여 곡을 했다고 한다.
- ↑ 배수진 전투, 소수무에서 도망온 유방에게 병력을 강탈당할 때 빼고는 대부분 여유롭다.
전장의 지배자 - ↑ 유방의 후한 포상으로 막판에 120만의 병력이 결집한다. 반면 초군은 30만.
- ↑ 정비석 초한지와 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3번ㆍ5번ㆍ6번의 경우는 아예 정비석 초한지의 내용과 동일.
- ↑ 전쟁 포로들도 있었다.
- ↑ 장한은 이세황제 호해에게 건의했더니 호해는 여산릉과 아방궁에서 일하던 노역부대에게 무기를 주어 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