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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문소리 주연의 영화. 2004년 5월 5일 개봉.
평범한 이발사가 청와대의 대통령[2] 이발사가 되면서 겪는 일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광복 후부터 제5공화국시절까지의 현대사를 우직하면서도 평범한 한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담고있는 상징이다. 청와대 이발사인 성한모(송강호 분)의 아들인 낙안이 상징하는 것이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분석이 있다. 낙안이는 결혼도 안한 부모들 사이에서 수태되었다가[3] '사사오입이면 헌법도 바꾸는데 아이도 임신한지 5달 지나면 낳아야 한다'는 성한모의 주장에 따라 무사히 태어난다. 여담으로 성한모는 박정희 앞에서 이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가 잘 배워처먹은 놈들이 나라를 망친다며 박정희의 비위를 상하게 했고 그날 밤 "사사오입!"이라고 외치고는 총살되는 꿈을 꾼다.
낙안이가 태어난 날은 4.19 혁명의 날이며 이 날은 이승만 대통령이 퇴진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태동한 날이다. 성한모는 윤보선 대통령이 강제로 퇴진하는 5.16 군사정변 이후 중고생 삭발령이 발령되면서 이발소가 나날이 번창한다. 이는 군사 쿠데타 이후 국민들의 자율적 경제질서를 통제하고 억압하여 그 대가로 한국 경제가 성장하던 모습을 암시한다.
하지만 너무나 우직한 그는 정부에서 하는 말들을 전부 곧이곧대로 믿었고 간첩으로 보이는 사람[4]을 신고를 했고, 박정희는 용기를 높이 사 전속 이발사로 채용한다. 덕분에 해외도 같이 가고[5] 이발소가 번창한다. 그러나 1.21사태가 발생하고 낙안이가 설사를 하자 '설사를 하는 사람이 간첩'이라는 말도 안되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6] 자기 자식을 제 손으로 경찰서로 데려간다. 결국 낙안이는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받은 뒤 풀려나지만 트라우마로 인하여 다리를 못쓰게 되고 성한모는 정부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된다.
처음 낙안이의 고문을 담당한 사람이 매우 어벙해서, 고문을 하는 그 사람이나 당하는 국민학생 낙안이나 왜 이런걸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전기고문 도중에 낙안이의 입에 전구를 물리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걸 발견한 고문관과 낙안이는 얼씨구나 의기투합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거는 전구 무더기를 가져다가 연결한 다음 불을 번쩍거리면서 로큰롤을 틀어놓고 신나게 같이 놀다가(...) 중앙정보부장에게 걸려 박살난다. 가뜩이나 경호실장 때문에 기분 나빴던 그는 마침 잘 걸렸다고 낙안이를 박살을 내버릴 것을 지시했고 낙안이가 본격적으로 심한 고문을 받은 것은 그 뒤. 한가지 가슴 아픈 것이 성한모가 박정희에게 낙안이를 풀어줄 것을 탄원한 후라서 중정부장이 풀어주기 위해서 왔던 것이란 것이다.
그는 아들의 다리를 고치기 위하여 낙안이를 업고서 전국의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니지만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깊은 산골 암자의 스님에게서 '내년에 서울에서 용이 죽거든 그 눈알을 파내서 먹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당연히 용은 고대부터 왕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이듬해 10.26 사건이 일어나서 용이 죽게된다.
대통령의 초상화에서 동공부분의 페인트를 벗겨서[7] 낙안이에게 먹이지만 여전히 차도가 없었다. 10개월간의 짧은 최규하정부를 지나서 제5공화국이 들어선 후 성한모는 과거 박정희의 이발사란 이유로 전두환에 의해 스카웃되지만 이미 마음은 예전같지 않고[8] 전두환을 처음으로 이발해주던 날 '하지말아야 할 말'을 한 후 얻어맞고 쫓겨난다. 그 후 어느 날 낙안이의 다리가 기적적으로 낫게 된다. 유신과 5공을 거치면서 주저앉았던 민주주의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최고의 명대사는 "각하, 머리가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 이말 하고는 전두환이 송강호를 꼬라본 다음 낙안이처럼 개패듯이 두들겨맞고 다음날 새벽 자루에 싸여서 짐짝처럼 버려진다. 그리고 자루를 풀고 나온 송강호는 더할나위 없이 해맑게 웃는다.
고증은 아마 모르고 실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실제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 장면이 좀 있다. 예컨대 박정희 정권의 경호실장은 1974년에 육영수가 저격당한 후에 박종규에서 차지철로 바뀌었지만 영화에선 5.16 이후에 임명된 경호실장이 10.26 때까지 그대로 가는 걸로 나온다. 다만 작중 말하는 걸 보면 한 14년 정도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초반에 4~5년 한 전임자가 있다는 소리지만 알게뭐야(...)
영화 개봉 후, 진짜 박정희의 이발사였던 박수웅씨가 당시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면도는 겁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니 박정희가 직접 면도를 했다고. 실제 박정희는 피부가 약해서 면도칼보다는 전기 면도기를 애용했다고 한다.
박정희를 독재자로만 묘사했다고 안 좋게 보아서 논란이 많았다. 그래도 무거운 분위기가 될 영화라 흥행이 어렵다고 보인 거랑 달리 전국 197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2013년 씨네21 보도에 의하면 이 영화를 새누리당에서 좌파영화라면서 투자자들에게 왜 투자했냐는 말을 하다가 투자자들에게 같이 좌파영화이라고 문제라면서 같이 거론한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나 웰컴 투 동막골, 그때 그 사람들 같은 영화 투자자에 대기업들도 있고 흥행을 따지며 만드는 건데 대체 뭐가 문제냐 상업주의를 비난하고 정부찬양이나 만들고 박정희 찬양만 만드는 게 북한 하는 짓이랑 차이가 뭐냐는 비난만 듣었기에 새누리당도 뭐라고 하기 그런지 관련 청문회를 취소했다고 한다.
- 전체적인 평가는 무난한 드라마 영화 정도로 평가된다. 가상의 이발사가 격동의 시대의 주요 인물을 바라보는 과정을 그렸는데, 주인공의 순진하고 소박한 성격을 통해 보여준 코믹하고 감성적인 모습이 영화의 큰 맥락이다. 하지만 스토리 구성에서 참신한 내용이 부족했고 약간은 식상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타 다른 유명한 감동 영화과 비교하면 큰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 다만 본작이 좌파영화라거나 박정희를 독재자로만 묘사했다고만 주장하는 보수쪽의 언급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박정희 독재정치 중 악행들은 모두 박정희 밑의 주요인사들이 알력싸움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벌이는 것으로 묘사되고 극중 주인공인 성한모에게 덕담과 친절한 면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 전체를 봐도 박정희는 차분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밖에 나오지 않으며 도저히 박정희를 부정하려고 하는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