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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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System Integration(시스템 구축)의 약자. 전산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시스템의 기획, 개발, 유지보수, 운영 등을 대신 해주는 업종이다.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관공서가 주된 고객이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안서를 작성하고, PM과 개발자를 투입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소요된 인건비와 솔루션의 단가 등을 수임료로 벌어들이는 형태의 산업이다. 따라서 도급 시스템과 파견업무를 그 특성으로 한다.

한국에서는 대신 해주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의미는 네트웍,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IT와 관련된 수많은 요소들을 결합시켜,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함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

의미로만 따지면 사업 영역이 너무 넓기 때문에 발주처(고객)가 정해져 있는 사업을 SI로 보는 경우가 많다. 즉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라도, 특정한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SI이고, 앱스토어 같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프로그램을 판다면 SI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어디까지가 SI인지, 어디부터는 SI가 아닌지 그 경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가령 같은 부서의 같은 파트 일이라도 부분적으로 외주를 주거나 비정규직 담당으로 돌리면 SI가 되기도 한다.

원래 SI는 임베디드 개발, 게임 개발 등의 다른 분야들과 같이 코딩덕후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SI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꾸준히 프로그래머들이 몰리는 이유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들 수 있다.

  • 첫째, 진입장벽이 없다. 누구든지 국비 지원학원을 다녀서 공부를 하고나면 시장에 진입할 할 수 있다. 실제 공무원시험 준비를하다가 개발자가 된 케이스도 꽤 있다.
  • 둘째, 시장이 상당히 크다. 가령 한국IDC는 2018년 국내 SI시장 규모가 약 3조 37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서 이직이 용이한 편이고, 실력만 있다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실업률도 상당히 낮은 편. 당연한 얘기지만, 막장 인력파견소 직원과 영업력 있는 프리랜서와의 수입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 셋쩨, 해외 취업에 굉장히 유리하며 유망 직종이다. 웬만한 선진국에서 항상 프로그래밍 계통 직업은 항상 받고 있으며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인원도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많다. 오죽하면 마크 주커버그가 자기업계에 이민법을 개정시키려고 로비도 하고 웹사이트도 만들정도. 물론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안된다. 같은 실력이면 자국민을 뽑지 외국인을 고용하지는 않기 때문.

2 개발자의 무덤

갑을관계로부터 비롯되는 수많은 비리와 횡포 탓에 개발자의 무덤으로 불리며 악명이 높다. 특히 한국의 SW 개발자들과 코딩덕후들 사이에서 SI가 이런 악명을 가지고 있다.

SI는 고객(갑)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그 업무적 특성으로 인하여, 수많은 갑질과 횡포가 발생하곤 한다. 사실 SI가 아니라면 갑질하기 힘들다. 그 고객에게 팔지 않고, 다른 고객에게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SI 업종은 프로그래머가 택하게 되는 진로 중에서도 최악의 선택으로 손꼽히곤 하는데, 쌓아놓은 스펙이나, 갈고 닦은 실력이 너무 없어 비전 있고 업무여건 좋은 기업에 채용될 여건이 안되는 대학생이나, 나이가 많아 기업 정규직으로 연명하기 어려워 파견용역[1] 이외엔 먹고 살 방법이 없는 개발자의 종착지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의만 두고 보자면 더 없이 거창해 보이는 업종이 이토록 인식이 나쁜 원인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지만 핵심을 간추려 보자면 다음과 같다.

2.1 지옥의 피라미드

SI 산업은 갑(甲)인 고객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발주하고, 을(乙)인 개발업체가 사업을 수주하여 개발을 진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것이 갑과 을로만 끝나는 단순한 관계라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겠지만, 갑으로부터 사업을 따낸 을이 영업에만 관여하고 구체적인 개발은 병(丙)에게 맡기고, 심지어 병(丙) 조차도 여건상 스스로는 사업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정(丁)에게 일을 넘기고... 이렇게 해서 단순한 갑을관계가 아니라 갑을병정무... 이런 복잡한 구조가 만들어 지는 것이 많다. 즉 주인과 노예의 피라미드가 구성되면서 진정한 헬게이트를 연다는 게 이 망할 업종의 문제인 것이다.

일단 갑을병정의 구조가 성립되고 나면 문제가 되는 것이 뭐냐면 여기서 하청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발상의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먹이사슬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간과 비용의 단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갑이 1년의 기간과 30억의 사업비의 조건으로 을에게 발주했다면, 을은 이것을 10개월의 기간과 20억의 사업비의 조건으로 병에게 넘기고, 병은 다시 6개월의 기간과 10억의 사업비의 조건으로 정에게 넘기게 된다(가끔은 정 이하로 더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 정에 소속된 개발자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월화수목금금금노예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갑과 을의 단순 용역 관계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물론 따로 별도의 업체에게 하청을 주지 않으므로 그만큼 을이 얻는 수익은 많아지겠지만, 대신 을에 소속된 개발자들의 노동력은 경영자에 의해 가차없이 쥐어 짜여지며, 경영자는 조금이라도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프로젝트를 최대한 짧은 기간으로 최대한 적은 인원에게 담당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개발자가 겪는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하여 SI업은 시궁창이 되어가고, 거기에 속한 경영자와 개발자의 인간성은 황폐화의 극을 달리게 되는 것이다. 군복무를 한 남자라면, 군대에서 행정보급관과 휴가를 짤린 말년병장의 관계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그냥 조때써요

2.2 갑질의 추억

우리는 일상 생활 속의 여러 곳에서 쉽게 갑과 을의 관계를 경험한다. 아니, 그 누구도 사회안에서 살아가면서 이 관계를 피해 갈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는 숙명적 현실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갑을관계를 겪었는지조차 생각 못 할 정도로 많은 갑을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가령 단순히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살 때조차도 나와 종업원은 갑과 을의 관계이고, 갑은 돈을 지불하고, 을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런데 을의 처지가 되어보면 알겠지만, 갑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기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갑질이라는 걸 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 마디로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물론 슈퍼 을이 된다면 이런 일은 전혀 못 겪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니고, 더욱이 항상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 오히려 정당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떨 때에는 멱살을 잡고 싶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을의 처지에서는 화를 속으로 삼키고, 그저 참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문제가 개발 프로세스에 나타나는 것에 SI의 진수(?)가 존재한다.

갑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어떤 걸 원하는지 상상만 할 뿐 사실은 잘 모른다. 그리고 을은 상상에만 의존한 채 지도도 없이 나침반만 가지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나마 을이 갑의 생각과 기존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그러지 못하다면 그 참상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고, 말도 필요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반적으로 을은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 재계약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이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개발 중간에 사양 변경이 수시로 발생하곤 한다. 보통 시키는 측은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구조적으로 합리적인 수정 방안을 고려할 수도 없고 자기가 개발할 것도 아니니 별로 고려하지도 않으며, 개발하는 측도 일정이 부족하니 근본적인 구조를 수정하진 못하고 그저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쌓여가면서 시스템은 엉망이 되어 간다. 물론 사양이 변경된다고 해서 예산/일정이 더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도 문제지만. 더 안 좋은 경우로 말로는 사양 변경인데, 내용은 추가할 기능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보통은 시작 시 기능 파악 및 시스템 설계를 제대로 못해서 빠졌거나 갑 쪽 높으신 분들이 시켜서 그런 경우가 많지만, 가끔씩은 비용을 줄이려고[2] 계약 때는 일부러 기능을 누락시켰다가 나중에 추가하는 악질적인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은 SI에서만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SI에서는 갑질과 시간/예산 부족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지옥같은 폭포수 모델

한편 을 이하인 개발사 입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끊임없는 기능 개선 요구(를 빙자한 사실상의 재개발 요구)를 당하며 산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할 때까지는 딱 요구하는 만큼만 개발하고 세부적인 기능은 내부 계획으로만 남겨놓거나, 이미 개발해놓았지만 숨겨놓기도 한다. 요구사항 이상으로 만들었다고 돈을 더 쳐주는 것도 아니고, 잘 만들든 못 만들든 개선 요구는 반드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요구사항이 들어오면 그때가서 미리 계획했던 대로 뚝딱 만들어내거나 숨겨두었던 기능을 푸는 식이다. 또한 이 바닥에 오래 있다 보면 갑의 무리한 요구를 잘 흘려보내며 거절할 수 있는 화술이 생긴다(...).

그리고 세상 인심이라는 것이 웃긴 게, 고용인의 입장이 되고 나면 돈 주고 부려 쓰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피고용인을 하대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사람 대접을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직원을 고객으로 만나게 되면, 그들의 터무니 없는 주인의식과 권위의식에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주먹을 불끈 쥐고 싶어지는 격한 감정에 휩싸이는 걸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2.3 모텔에서 합숙해 봤어?

SI는 개발자 본인이 소속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고객업체에 파견을 가게 된다. 몇 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라면 모르겠지만, 보통은 길어야 1년이고 대부분은 몇 개월에 불과한 기간을 감안하면, 약소하게나마 잠잘 곳이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곳은 보통 고시원이나 모텔이 고작이기 마련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고객사에서 기숙사를 배정해주거나 파견업체에서 원룸을 대여해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양호한 경우이고 100인 이하의 소규모 업체의 경우에 이 정도 배려는 상상할 수도 없다.

모텔에서의 생활상이란 어떠한 것일까. 보통 회사 내에서는 상사와 책상을 마주하기만 해도 피곤한 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 숙식을 함께 할 때의 피로함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특히 상사가 술을 좋아하고 잠이 적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사무실 환경이라도 괜찮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무실 한 구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고, 좀 안 좋으면 창고나 기계실, 서버실 등에 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이라면 수명 갉아먹는 속도가 2배로 빨라진다 카더라. 한 사이트에는 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작업실을 마련한 모습이 올라와서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기도 했다. 기사를 복붙해왔나...

2.4 퇴근을 거부(?)하는 업무문화

보통 기업에는 정규근무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에도 정규근무시간이 명시되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상사는 직원들을 정규근무시간 이내에 업무를 마치도록 독려하고, 직원들도 정규근무시간 내에 마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지만, SI업체에는 이런 것이 없다. 일이 많기 때문에 업무특성상 정규근무시간에 마칠 수가 없는 것도 있지만, 워낙 야근이 만성이 되다 보니 아예 퇴근을 포기하고 서두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널널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업계의 근무 문화는 개발자가 정시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이면, 일정을 더 단축해줄 것을 요구하는 갑(甲)의 횡포와도 연관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SI 프로젝트에서 정시퇴근을 경험했다는 증언도 있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얘기만 무성하고 실체는 없는 도시전설에 지나지 않는다 카더라. 설령 해당 사례가 진실이라 하더라도, 일부의 사례일 뿐 전체적인 업무 환경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5 건강과 결혼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몸이 성할 리가 없다. 또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탓에 술이나 담배를 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술, 담배를 안 하는 SI 프로그래머를 본다면 건들지 마라.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밤 12시까지 일하고, 새벽 3시까지 술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운동 부족으로 배는 나오지, 업무의 특성상 성격이 까칠해지기 십상이지, 거기다 사교 목적으로 사람을 만날 시간은 부족하지... 이러한 상황이니 미혼이더라도 결혼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여건도 안 된다. 아무리 초혼연령이 높아졌다지만 35살 노처녀, 40살 노총각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닌데, SI업계 바닥에서는 좁은 사무실에서도 쉽게 그런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국제결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카더라.

2.6 이직

그래도 SI업계 종사자에게 있어 위안인 점은 자신에게 기술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신입 개발자는 업계 경력 3년이 경과할 때까지는 사실상 별의 별 수모를 다 감내해야 한다. 그렇게 경력을 쌓은 이후에 대기업이나 유명 포탈 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을(乙)의 위치에서 벗어나 갑(甲)의 위치가 되는 것이 좋은 방법인데, 여기에는 나이라고 하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이가 너무 많으면 이것도 쉽지는 않다. 여기서 좌절될 경우, 좀 더 돈을 많이 주는 업체로 이직하거나, 돈에 목을 매는 프리랜서의 길을 가는 방법이 있으나, 이는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SI업계에 종사한다는 것 자체는 마찬가지다. 트위터에 어느 SI 개발자가 일본 SI로 이직해서 한국 SI에서 일했던 사정과 이야기를 다해줬더니 직원분이 울면서 우리는 그렇게 힘들게 안 한다면서 잘 대해줬다는 사례가 있다 카더라.

한편 짬짬이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해두었을 경우 기술이민이라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자격증명을 통한 기술이민을 받는 국가들의 경우, 정해진 룰에 따라 이민 자격 자체만 증명할 수 있으면 그 동안 다녔던 회사의 규모나 질, 네임밸류 등은 거의 보지 않는다. 나이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항목(언어, 학력, 경력 등)으로 만회할 기회라도 주어진다. 일례로 40대를 넘어서도 개발자 자격으로 기술이민한 후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이쪽 길에 들어섰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 따로 자기계발을 하길 추천한다. 설령 기술이민을 택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자기계발은 자신에게 득이 되면 됐지, 결코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기술이민에 관심은 있는데, 많은 업무량 때문에 도저히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3] 차라리 월급을 희생해서라도 자기계발 정도는 가능한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런 여유가 주어지는 회사일수록 월급도 더 주고 들어가기도 더 힘든 것이라는 것은 함정. 다만 이민 후 현지 취업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니 주의.

3 개발자 대우와 연봉

개발자의 경우 SI든, 사내 시스템 개발이든 앱 개발이든 사용하는 툴이나 언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비슷하다. 따라서 개발자의 위상은 업계나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몸 담고 있는 회사나 연봉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는 대중적인 Java가 메인인 개발자의 경우의 예. (예시일 뿐이다. 업체마다,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 SI 대기업의 경우
2015년 기준 빅3 대기업 초봉이 4천 초반 정도이다. 삼성SDS / SK / LG 이 세 군데이다. 전형적인 하후상박 구조라서 대리급 연봉하고 신입 연봉하고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복지도 좋다.
현대오토에버[4]의 경우 국내 IT & 개발 기업 대졸 초임 4800만 원으로 1위[5]를 기록하기도 했다.
계열사에 비해 을의 입장이고(예로 삼성 SDS의 경우 삼성전자가 갑이 된다) 인센티브도 약하기 때문에 대우에 비해서 외부의 인식이 좋지는 않다.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출장비는 잘나온다 카더라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하청을 주는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해당 업체 연봉 테이블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 때문에 금융공기업 전산직 사원은 연봉이 엄청나게 높다. 거기다 공공기관 특성상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집행유예 나올 정도 아니면 정년이 보장된다. 그리고 입사자의 20% 정도만 차장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승진을 미리 포기하면 야근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프로그래머로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기는 힘들다. 대개 컴퓨터 수리, OS 재설치 같은 잡무를 같이 한다. 90년대 입사한 고졸 출신 사원들 중에는 압축 파일을 풀어야 할 때 무서워서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 프리랜서
프리랜서의 경우 연봉이 아니라 월단가로 계산한다. 초/중/고급 기준으로 보통 350/450/550이 기준이 되지만 수년째 이 단가가 변하지 않고 있다. 개인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매우 잘 따르며, 경기가 좋으면 개발자가 부족해서 단가가 올랐다가 경기가 나쁘면 쉽게 떨어진다. 자세한 사항은 후술.
  • 중소기업
중소기업의 경우 4년제 대졸자 초임이 다른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신입 때 적게 받다가[6] 3~4년차 정도에 크게 연봉이 오른다. 좋은 회사는 퇴사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구인 자체를 잘 하지 않고 간혹 나더라도 지인 추천으로 많이 뽑지만,[7] 나쁜 회사는 일한국 같은 사이트에 365일 구인 공고가 난다. 때문에 인맥 없이 일한국 같은데 보고 구직을 하게 되면 대부분 막장일 확률이 높다. 막장을 피해서 이직하면 또다른 막장이...
개인 간의 연봉 차이가 심한 실력도 차이가 심하다 직종이라, 중견급 회사의 실력 있는 개발자의 경우 대기업 이상의 대우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같은 직급의 동료는 연봉을 알 수 없다.
  • 전산실
중견기업 등의 전산실 직원은 해당 업체와 운명을 같이한다. 이유는 개발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이직이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보통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정년이 보장되고 업무 강도는 약한 편이다. 연봉 역시 사내 연봉 테이블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 인력파견회사
가장 나쁜 케이스는 일명 보도방으로 불리는 악성 인력파견업체에 취업하는것이다. 신입의 경우 단순히 파견만 되는 게 아니라 경력 뻥튀기에(불법이다) 사수 없이 홀로 방치되어 전전긍긍하다가 욕 먹고 프로젝트에서 퇴출당하는 경우도 많다. 국비지원이 생긴 후로는 아무 신입이나 막 뽑은 뒤 국가 지원금만 빼먹고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취업자들은 주의[8]해야 한다.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달리 SI는 학력이나 학벌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그 이유는 갑질 때문인데, 갑이 프로그램 설계나 개발 단계에서 투입인력을 감시하기 때문이다. (갑의 의사 결정권자는 대부분 4~50대이며 개발자의 실력이 학벌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개발자나 설계자/PM의 학벌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여러가지로 태클이 들어온다. (실제로 프로그램 핵심 설계자가 전문대졸이라는 이유로 교체를 요청하기도 한다.)

4 프리랜서

SI업계의 특성은 건설업의 특성과 비슷하다. 사업이 일 년 내내 계속 지속되기를 기대하긴 힘들고, 특정 기간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또한 특정 업체에 과도하게 집중되기도 한다. 따라서 SI 개발 업체들은 프로그래머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사업이 없을 때 회사를 유지하기 힘들고, 반대로 사업이 갑자기 늘어났을 경우에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SI업계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만 고용하는 프리랜서 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다. 흔히 프리랜서(프리)라고 불리긴 하지만 법적으로 말하자면 비정규 계약직이다. 그러나 업무적으로는 정규직과 하는 일이 동일하다. 보통은 근태 감독을 받고 지시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된다. 다만 특정 개발업체와 기간제 고용계약을 맺고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주업체로부터 사업을 따내서 자기 명의로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진짜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SI의 경우 프로젝트 기간 동안 계약하고, SM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게 보통의 관례다. 앞서 말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프리랜서, 즉 출퇴근 안 하는 재택 프리랜서들은 보통 투잡으로 일을 하거나, 팀 단위 소규모 하청 형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의 경우, 공실 관리만 잘 하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대기업 못가는 프로그래머들의 마지막 희망 또한 재택 프리랜서는 말할 것도 없고, 출퇴근하는 프리랜서의 경우에도 해야 할 잡무가 별로 없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에만 집중할 수 있고, 조직사회에서 겪는 스트레스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불안한 고용조건. 프리랜서는 그때그때 계약을 해야 하는데, 실력이 부족하거나 갑(甲)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재계약을 바라보기가 어렵다. (실력이나 인맥도 없으면서 무작정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2~3개월 놀고, 낮은 단가에 치이고 해서, 결국 다시 정규직으로 돌아가는 케이스도 있다.)

사실 세계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프리랜서 개발자의 여건은 좋은 편이었다. 정규직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꼬우면 너도 프리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벌이가 괜찮았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고졸이나 전문대 학력으로도 중~고급 경력만 있다면 월 4~500 정도 받는 게 힘들지 않았으니...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경기가 나빠지면서 실력 또는 인맥이 있는 개발자가 아니라면 프리랜서 시장에서 견디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즉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들려면 확실한 실력이나 인맥이 필요하다.

5 관련 문서

6 여담

일본 2ch의 스레드에서 시작하여, 2009년 일본에서 발표된 영화로 코이케 텟페이(小池徹平)가 주연으로 출연한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제 난 한계인지도 몰라(ブラック会社に勤めてるんだが、もう俺は限界かもしれない)'(링크)가 있다. 책도 한국에서 '블랙회사: 청년백수 파란만장 신입일기'(링크)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참고로, 안 그런 곳도 있겠지만 한국 SI/SM업계는 전반적으로 이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회사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1. 업계 용어로 '보도방'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견 회사의 구조가 보도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2. 보통 계약금은 인원과 기간에 비례하는데 인원과 기간은 개발할 분량에 좌우되기 때문.
  3.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을 넘어서, 아예 직원의 영어 공부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회사마저 존재한다 카더라. 이직용인 게 뻔하기 때문에.
  4. 현대자동차그룹의 SI 전문 기업.
  5. [1]
  6. 프로그래머는 신입과 비교해 2~3년 차의 실력편차가 큰편이다.
  7. 만약 어느 부서에 어떤 직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부장이 전화 몇 번 돌리고 사람 뽑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짜 좋은 회사는 몇 년 동안 이력서 받아본적이 없는 경우도 있다.
  8. 이렇게 국비지원금을 받아버리면 재취업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