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대기서

중국사대기서
삼국지연의수호전서유기금병매
건륭제 시절 , 시절의 소설 중 특출나게 뛰어난 4개의 소설을 칭하던 말, 드라마의 완성도, 주제의식, 문체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중국 고전 문학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호지 같이 매일 인육을 먹는 소설이나 금병매 같은 진한 19금 소설도 4대 기서로 취급되는 걸로 봐서는 야설도 정말 제대로 쓰면 예술인 것을 알 수있다.

중국에서는 금병매 대신 홍루몽을 포함해서 '4대 명저'로 부르기도 한다. 사실, 홍루몽이 대중적으로 더 성공을 거두긴 하였는데, 나중(청나라 중기)의 작품이라 최초로 사대기서라는 말이 나온 건륭제 시절에는 아직 널리 읽혀지지 않아서 포함되지 못했다[1]. 홍루몽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매우 애독되는 소설이며, 워낙 소설 자체가 방대하고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홍학(紅學)"(홍루몽학)이라는 오덕질의 대상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또는 금병매를 다섯 번째로 쳐서 5대 기서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금병매는 현대 중국에서는 그냥 포르노 소설 취급이다.

일반적으로 평가나 인지도는 삼국지연의가 가장 높으며, 서양에도 동아시아 문명권을 대표하는 고전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지 다음으로는 보통 서유기가 꼽히고 수호전은 삼국연의나 서유기에 비해서 인지도가 좀 떨어진다. 그리고 금병매는 그런 소설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중국 사람들도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지, 그리고 홍루몽까지는 워낙 유명하기에 잘 알고 있지만 금병매는 이름만 들어 본 수준인 경우가 태반.

우리 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에는 중국사대기서를 대놓고 읽는 것이 금기시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충 다음과 같다.

  • 삼국지연의》(1330년): 다른 기서들과는 달리 금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삼국지연의는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사실 촉한정통론에 기반을 둔 연의의 경우 충의라는 유교의 아이덴티티를 충실히 살리고 있으므로 금지될 하등의 이념적 이유가 없으니까. 억지로 이유를 들자면, 정사와 소설을 헛갈리는 바보들이 등장[2]하기도 해서 대외적으로는 수준 떨어지는 작품으로 취급하고 뒤로 읽은 모양이다. 임진록에서도 삼국지 드립이나오고 제갈량,도원결의,관우 같은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게 조선시대 임금들도 신하들과의 어전회의에서 삼국지 드립을 친 기록이 심심치 않게 남아 있다[3]. 또한 민간에도 널리 퍼져 2차 창작인 적벽가가 판소리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 수호전》(1573년?): 역모를 미화하기 때문. 또한 간휼과 잔학을 가르치기 때문. 수호전의 스토리는 탐관오리에 대항하여 무장단체를 조직, 조정과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미화를 해도 이런식의 집단을 구성하는 것은 유교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역모에 해당한다. 여기에 인육 먹는 얘기, 별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인 얘기가 툭하면 나오고 섹스하는 얘기까지 가끔 나오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19금. 현대에도 대략 취급은 비슷하다. 또 후반에 조정에 귀순하여 공을 세우기는 하지만, 도적놈 이야기라는 것도 문제가 될 만하다. 그래도 암암리에 읽기는 많이 읽은 듯하다. #
  • 서유기》(1590년): 부처의 도와 괴력난신을 논하기 때문.[4] 애초에 유교국가 조선에서 불경 구하러 가는 이야기가 먹힐 리가 없다. 게다가 온갖 요마가 나오는 이야기이고 주인공까지 사람, 그것도 불교 승려 하나 빼면 죄다 동물. 그런데 조선시대 건축에서 궁궐 지붕에 올리는 잡상들 중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뒤로는 다들 읽었으리라 생각된다.
  • 금병매》(1610년) : 너무 야해서. 더 설명이 필요없다. 그래서 아예 조선시대에 번역된 한글 번역서가 없다. 그래도 허균이 한정록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언급한 걸로 보면, 암암리에 읽긴 읽은 모양이다. 사실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던 허균이라면 충분히 읽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 때, 일본에서 봉신연의라는 만화책이 인기를 얻을 때는 금병매 대신 봉신연의(봉신방)을 끼워넣는 사람도 있었다. 안능무의 구라와는 달리, 봉신연의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단순히 봉신연의의 작품성(문장수준, 주제의식, 구성)이 4대 기서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5]

본고장인 중국대만, 홍콩에서는 만화나 소설, 드라마, 연극, 게임으로 두고두고 우려먹히고 마찬가지로 한자문화권한국일본,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로 만화나 소설, 게임 등으로 우려먹히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원전의 내용이 왜곡된다는 이유로 사대기서의 드라마판 제작을 조만간 금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4대기서 가운데 메인인 삼국지연의2010년에 95부작 삼국이라는 고퀄리티의 드라마로 방영이 완료되었으며, 수호전홍루몽도 각각 2011년2010년에 86부작과 50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영되면서 없는 이야기가 된 듯.

  1. 따로 명저라고 묶는 이유는, 기(奇)라는 글자가 현대 중국어에서는 판타지라는 의미로 더 널리 통하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가 거의 없는 홍루몽이 기서라고 칭해지는 것은 중국어 화자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 단적으로 낙봉파에서 죽은 방통 드립을 쳤다가 바보 취급을 당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
  3. 다만 진수의 정사 삼국지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유심하게 봐야 한다. 물론 이유는 삼국지연의 때문에 언급하는건데, 표면적으로 정사 삼국지 한번 쿠션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조선왕조실록에 연의 창작인 도원결의가 나온다던가 조선시대에 세워진 관왕묘에는 연의 창작캐릭터인 주창의 상이 세워져 있는 점등으로 미루어 정사가 아닌 연의도 널리 읽혀진 것은 틀림없다.
  4. 이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구가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다.
  5. 봉신연의 1번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