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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항목 : 질병/목록
국제질병분류기호(ICD-10) | E 51.1 |
진료과 |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
관련증상 | 손발이 저리다, 감각이 없다, 호흡장애, 무감각증, 부종, 근육통, 식욕 부진 |
관련질병 | 구루병 |
1 개요
각기와는 관련이 없는 질병이다.
영명은 'Beriberi'. 스리랑카 원주민어로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 B 복합체중 하나인 티아민(비타민B1)이 결핍되며 나타나는 결핍증으로 19세기 이전에 쌀을 주식으로 삼던 동아시아 지방에서 주로 발병되었다. 비타민B1은 콩류, 감자, 곡물의 씨눈이나 돼지고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쌀을 도정해 백미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 씨눈이 떨어져 나가므로 도정된 백미만 먹거나, 위절제 수술 등으로 오랜기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경우 비타민 B1이 부족해져 발병하게 된다.
문제는 매 끼니가 쌀밥 1종류인 경우가 대다수며, 경우에 따라서는 돈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돼지고기나 콩 같은 것을 더 먹을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끼니를 때우긴 하는데 몸이 망가지는 무서운 병으로 알려지게 된다.
티아민은 세포 내의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조효소의 구성성분이며, 하루 필요량은 1mg~2mg이다. 근데 이놈은 체내 축적이 별로 안 돼서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무기력증, 수전증, 부종, 신경염 등이 있으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증세가 악화되다 사망할 수 있다.
1.1 원인을 찾기까지
돼지고기나 감자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서구권의 경우 동아시아의 경우보다 발병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그래도 동아시아 각국의 전통 의학에서는 경험적인 지식에 의해 흰쌀만 먹지 말고 현미나 메밀 등의 잡곡, 특히 도정되지 않은 곡물을 먹으면 낫는다 카더라 같은 치료법이 전해졌다. 그런데 도정되지 않은 곡물의 씨눈은 비타민 B1을 비롯한 각종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실제로 각기병에 특효였다. 그러나 비타민이 발견되기 전인 19세기 서구 의학에서는 서구권에서는 찾기 힘든 이 질병이 병원균에 의한 것인지 식중독인지 풍토병인지 논쟁이 많았다고 한다. 결론은 셋 다 틀렸다. 비타민 결핍증이 이 병의 정체였으니까....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군의 경우 많은 각기병 환자를 냈다. 주로 장거리 항해를 나선 일본 해군 함선에서 빈발했고,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에서는 이를 치료할 방안을 찾지 못해 고생했다. 전통의학에서 경험적 지식에서 나온 처방인 잡곡을 먹는다는 방법은 서구 과학이 아니라고 무시되었다. 안습한 점은 에도 지역에서 백미를 많이 먹다 각기병에 걸리는 일이 많아 에도병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도정되지 않아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메밀로 만든 소바를 먹으면 각기가 치료된다는 경험적인 처방까지 있었는데 무시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영국 유학을 다녀온 해군 군의관인 다카기 가네히로가 각기병의 해결을 위해 면밀히 조사를 하고 발견한 점이 있으니 장교의 경우 발병이 드물고 사병의 경우 발병이 빈번했으며 이 두 집단간의 차이가 식단에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다카기가 영양분 결핍설을 세우고 도입한 식단은 여러 식재료를 고루고루 먹는데다 비타민 B가 풍부한 보리와 잡곡, 육류까지 혼합된 건강식이라 각기병에 특효였다.사실 이 시기는 비타민의 존재가 발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다카기는 단백질 등이 모자란 식단이 문제라 판단했고 해군에 양식을 도입하려는 방향으로 나갔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식에서 먹는 육류나 콩에 비타민 B군이 풍부했으므로 각기병에 특효였다. 그리고 다카기의 설은 일본 해군성에서도 받아들여져 식단과 부식비 지급기준이 개편되었다. 예전에 쌀만 지급하고 반찬 사먹으라고 부식비를 지급하던 방식은 사병의 경우 부식비가 다양한 반찬을 사먹기에 부족했고 그나마도 아껴 다른 데 쓰는 일이 많아서(...) 결국 맨 쌀밥만 먹는 경우가 많아 각기병을 유발했으므로 폐지하고 부식을 전부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1884년 원양 항해에 나선 연습함 츠쿠바에서 빵과 양식을 포함한 식단 개선 실험을 하고, 이는 장기간의 항해에서도 사망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 일본 해군은 식단을 혼분식+양식 체계로 개선하게 된다. 이 식단 개선 과정중에 일본식 카레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1884년 이후로 일본 해군에선 각기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 물론 양식과 빵, 보리밥 혼식에 격심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아서 도입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위의 카레처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선된 조리법들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는 해결.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았으니, 일본 육군의 경우 일본군 내부의 해군과 육군간 자존심 문제가 있어 육군의 경우 아무리 좋은 거라도 해군놈들 방법 베끼는 것을 싫어했다. 게다가 당시 독일 유학파 출신인 문학가 겸 육군 군의총감이었던 모리 오가이가 각기병은 세균이 원인이라는 설을 지지하는 바람에 육군의 경우 러일전쟁 때까지 식단 개선 그런거 없다. 그로 인해 러일전쟁 당시 수많은 일본 육군 각기병 환자들에게 정로환이 처방되었고 이는 당연히 효과가 없었다. 결국 수만명이 각기병으로 사망하는 병크가 터지고서야 식단이 개선되었다. 참고로 육군 군의총감이었던 모리 오가이는 학계에서 비타민B1을 발견해 각기병의 원인이 비타민B1 결핍임이 증명되었음에도 죽는 날까지 각기병 세균설을 밀었다고 한다. 이 병크 때문에 모리 오가이의 군의총감 시절 경력은 흑역사.
1910년대 초 일본의 화학자인 스즈키 우메타로와 미국의 화학자인 C. 풍크가 각각 비타민 B1의 추출에 성공하게 되고, 각기병과 비타민을 연구한 네덜란드의 생리학자인 에이크만이 1929년 노벨 의학상을 받게되면서 비타민연구의 시초가 되었다.
1.2 현대
현대에 이르러서는 곡류에 인위적으로 비타민을 첨가해 영양분을 강화하고 있고, 육류 섭취도 늘어서 걸리기 힘든 병이 되었다. 하지만 인스턴트만 계속 먹으면 밸런스 파괴와 같이 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일본에서 20~30대 독신남녀들이라든지 직장인[1]들이 갑자기 이 병에 걸린 적도 있었는데 죄다 도시락과 인스턴트로만 3끼를 채운 사람들이었다.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일부러 작정하고 걸리려고 해도 힘든 병이라고 하지만 매일 매일 몇달 몇년동안 밥도 안 먹고 술만 먹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생긴다. 뭐 이것도 그렇게 먹다가 각기병에 걸리기 이전에 죄다 간경화나 심장마비나 중풍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이 좀 심한 상태가 아닌 이상은 웬만한 알코올 중독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먹진 않는다.안주어디갔어
한국전쟁 이후 1960~70년대에 어린이 비타민 보충과 각기병 예방을 위한 효모정제인 원기소에 비타민 B군이 잔뜩 들어있었다. 1980년대에 회사가 부도났지만 요즘 들어 다시 발매하고 있다.
라면은 각기병 예방을 위해 비타민 B1, B2를 첨가한다. 80~90년대 생물계열 학습만화에서는 각기병을 언급하면서 컵라면을 먹는 어린이 삽화를 종종 볼 수 있었을 정도로, 80년대에는 각기병의 원인으로 라면이 지목된 과거가 있다.
2005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하루 권장량의 120% 이상을 섭취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영양분 결핍증세와 마찬가지로 재난상황 등의 물자가 부족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기아 등에 의해 발생할 수는 있다.- ↑ 구내 식당이 있는 회사는 절대 그럴일이 없다. 영양사가 최소한 일주일에 몇번은 밥에 잡곡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