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선


고대 이집트의 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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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시대의 3단층 갤리. 배가 다 복사 붙여넣기다, 그리스 해군에서 1987년에 복원한 갤리선 올림피아스 호의 사진을 복사 붙여넣기 해서 만든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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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의 갤리선 모형.
Galley

1 개요

고대에서 중세에 걸쳐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범선의 한 종류. 그리스와 로마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이집트나 페르시아에서도 유사한 배들을 사용했고 그 배들도 갤리라고 부른다.

노를 주로 쓰고 돛을 보조로 쓴다라고 국내 사전에는 나와있지만 실은 그 반대이다. 기본적으로 노를 젓는다는 건 상상 이상의 중노동으로서 일단 공원에서 요트같은 걸 노로 저어본 분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하물며 잔잔한 호수가 아닌 험한 파도와 조류가 지배하는 바다라면 더욱 더 말할것이 없다. 기록상으로도 바람이 좋을때는 돛을 이용하고 노는 보조로서 제 아무리 몇 년씩 훈련받고 항해한 숙련된 노잡이라고 할지라도 노만으로 배를 움직이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주력은 돛이라고 봐야한다. 더욱이 당시의 노 젓기법은 노잡이 개인이 각자 작은노를 잡고 젓는 센실레(alla sensile)[1] 방식이라 비숙련자는 노가 엉켜 대참사를 일으키기 쉬웠다.

때문에 당시 갤리선의 노잡이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철저하게 자유민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드물게[2] 노예들을 사용할 때도 자유민으로 신분을 상승시켜 주거나 약속 후 사용하였다. 물론 이는 노예들이 이뻐서 그런 게 아니라, 당시 갤리선의 노를 젓는 방식이 센실레 방식이라 노 젓다가 조금만 방심하면 노가 다 엉켜 난리법석이 일어나기에 사기를 올려 집중하고 노를 젓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2 역사와 실제 활용

그렇다고 할지라도 갤리선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지중해는 대양과 달리 바람이 불규칙하고 변덕스러웠기 때문에 노라는 보조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 갤리선이 상선이고 전투선이고 할 것 없이 유리했고, 이쪽이 주력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투선으로서의 가치가 높았는데, 전투시에는 돛을 내리고 노만으로 조정하였다.
당연히 항해술이 뛰어난 민족이 지중해의 지배민족이 될 수밖에 없었고, 주로 3단에서 5단 갤리선이 전투의 주력이었는데 여기서 몇 단이라는 것의 의미는, 갑판의 수로서 3단은 3층의 복합갑판에 각각 노잡이와 노가 있다라는 식이다. 즉 3단 갤리선보다 5단 갤리선이 노잡이가 더 많은 것이기 때문에 기동성에서 유리하고 또 배가 커지기 때문에 지형적인 측면에서도 위쪽을 점유하기 때문에 유리하며 주로 승부를 내는 것은 양쪽배가 접현하여 백병전을 벌이거나, 선수의 충각을 앞세워 돌격하여 상대 배의 옆구리를 충돌시켜 가라앉히는 식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기동성도 높고 백병전에도 강한 다단 갤리선이 유리하였다. 이 3단 갤리선이 살라미스 해전 당시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연합군의 주력 함선이었고, 1단 갤리선이 다수였던 페르시아 해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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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갤리선의 노 배치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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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 갤리선의 노 배치 단면도. 명칭은 '5단'이지만 당시 갤리선은 용골이 없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3단 이상은 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3단 구조에 한 조의 노잡이가 5명으로 늘어서 5단선이라고 불렸다. 7단선, 10단선도 마찬가지 구조였다.

지중해 초기의 지배자였던 그리스 민족은 알렉산더 대왕 사망 이후로 몰락하는 추세였고, 지중해의 지배자는 5단 갤리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페니키아인이 세운 국가 즉 카르타고였다.

그러나 여기서 나타난 변수가 로마민족이었다. 로마는 해양민족은 커녕 배라고는 소형선 이상을 몰아본 적 없는 농경민족이었으나, 포에니 전쟁에서 의외로 해양민족이자 당시 최강의 해운국이며 해군국인 카르타고 상대로 의외의 승리를 쟁취하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로마군이 개발한 신병기인 까마귀(코르부스)였다. 까마귀는 일종의 접현용 조교로서 밧줄을 끊으면 순식간에 내려와 상대방의 배와 이쪽 배를 고정시켜버린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항해술이 주력이 아닌 백병전이 주력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잘 훈련된 로마 군단병이 용병만으로 이루어진 카르타고 군보다 훨씬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를 장착할 경우 무게가 늘어나고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배의 안전성이 매우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고, 결국 코르부스는 얼마 안 가 사라진다.

포에니 전쟁 당시에 로마군의 5단층 갤리선이 많은 병력을 탑승시키기 위해서 카르타고측 5단층 갤리선보다 좌우폭이 더 넓었다고 한다. 덕분에 배의 안정성이나 병력 탑승 공간등에서 카르타고보다 유리했으나 그만큼 배의 무게가 늘어나서 속도가 줄어든데다 배를 다루는 숙련도 등에서도 카르타고보다 떨어져서 선상백병전을 위해 가변식 도개교인 까마귀가 도입되었다. (로마 5단층 갤리선 노잡이를 재외한 탑승 전투병력은 최대120명 이었다.) 반면, 카르타고 해군은 숙련된 군선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주로 충각전술을 선호했다.(카르타고의 경우는 노잡이를 제외한 5단층 갤리선 탑승 병력이 최대60~8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로마식 도선 전술이 먹히지 않았던 상대는 바로 켈트족. 갈리아 전기에는 로마와 켈트의 해상전에서 켈트 쪽의 배가 범선이라서 더 크고 높이도 높으면서 튼튼해 개전 초기에 캘트족이 선단을 요새처럼 사용해 높은 위치에서 아래로 원거리 무기들을 사용해 로마 수군에게 큰 타격을 입힌 기록이 나온다. 거기다가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해당지역의 갈리아인들은 거친바다에서의 항해 경험이 풍부했었다. 그러나 당시 캘트족의 배에 이동수단이 돛밖에 없다는 점을 노려 돛을 무력화시키고, 접근전에 로마군이 더 강하다는 점을 활용해 최대한 접근전으로 끌고가 적의 배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전법을 사용해 로마군이 승리하게 된다. 마침 도망가던 갈리아 범선들도 바람이 멈춰서 전부 로마군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포에니 전쟁 이후 지중해를 사실상 내해로 장악해버린 로마 제국은 해적만 퇴치하면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결정적인 배의 발전이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전면전이 없어졌으므로 10단선, 5단선 등은 전부 퇴역하고 2단선인 리부르니안이 주력함으로 되었다. 리부르니안은 동로마 제국 시대에 더 개량되어 드로몬으로 발전한다.

한편 서유럽에서는 서로마 제국 붕괴 이후에 신흥 해양 세력인 베네치아제노바같은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이 나왔는데, 이들과 로마 시대의 차이로서는 고대에는 사각돛을 단 갤리선이었으나 이 시대에 이르어서는 라틴 돛이라고 불리는 삼각돛이 도입되어 역풍에도 강해졌고, 또한 이런 도시국가들은 인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시대 같은 다단 갤리선으로는 충분한 전투인원을 확보하기 힘들었고, 노잡이도 전투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근세에 들어 여럿이 하나의 큰 노를 젓는 스칼로치오(a scaloccio)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노잡이의 대우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스칼로치오 방식은 노를 저을 때 제일 끝의 노를 직접적으로 부리는 노잡이만 숙련자면 충분했기 때문에(다른 노잡이들은 왼손처럼거드는 일만 한다) 예전처럼 숙련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자연히 노예들을 노잡이로 부리게 되었고, 처우도 바닥을 치는 게 일반적이었다.[3]

3 갤리선의 몰락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약 1500년경을 기점으로 갤리선은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콘스탄티노플이나 로도스 섬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함락되자, 동지중해가 거의 오스만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오스만 투르크가 동방의 물산을 전부 통제하자 유럽 세력 입장에서는 지중해 무역의 가치가 떨어졌으며, 게다가 이슬람 해적의 존재 때문에 상선이 위협받기까지 했다. 때문에 유럽 세력은 대항하기 힘든 이슬람 세력보다는 새로운 미지의 땅을 향해 나가는 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같은 신흥 해상 강대국의 등장으로 이제 바다의 패권을 다투는 무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쪽으로 옮겨갔다.

문제는 갤리선이 대서양같은 대양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갤리선은 특성상 범선에 비해 선체가 길쭉하고 직선형인데, 이렇게 되면 구조적으로 먼바다의 강한 파도에 취약해진다. 대서양의 풍향은 지중해보다는 훨씬 예측가능했으며, 따라서 항해 계획을 잘 짜면 노 없이 돛만으로도 얼마든지 항해가 가능했다. 게다가 갤리선은 다수의 노잡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인원이 많고, 인원이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배의 체급에 비해 적재량이 떨어지는데, 범선은 노잡이가 필요없으니 필요인원이 갤리선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갤리선에 비해 대형화가 쉬운 구조라[4] 적재량도 많고 경제성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복합돛이 등장하면서 범선도 불규칙한 바람에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포의 발달도 갤리선의 몰락을 앞당겼다. 범선은 양 선측에 다량의 대포를 적재할 수 있다. 자그마한 브릭같은 범선도 20문 가까이 탑재할 수 있고, 전열함같은 본격적인 주력전함은 보통 80문, 많게는 100문이 넘게 대포를 탑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갤리선은 선측에 이미 노가 들어서 있기 때문에 대포를 적재하기 곤란했다. 판옥선이나 다른 범선처럼 여러층의 갑판을 쌓고 대포 층과 노잡이 층을 분리하는 방법, 또는 베네치안 갤리어스처럼 갑판에 포탑을 증설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하자니 노 때문에 대포를 무조건 높은 층에만 배치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대포의 위치가 높으면 그 자체의 중량때문에 무게중심 위치가 높아지고, 때문에 풍랑을 만나면 전복되기 쉬워진다. 게다가 대포를 좀 강한걸 쓰다가는 대포 사격 반동과 파도가 합쳐져 배가 전복될 가능성이 커진다. 강한 대포일수록 대체적으로 무겁단 건 덤.[5] 덕분에 갤리선은 대포를 별로 탑재하지 못하는데, 가장 커다란 베네치안 갤리어스조차 14문 정도 밖에 탑재하지 못했을 정도다.[6] 게다가 포격을 받고 노가 부서지면 갤리선의 기동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불규칙한 바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갤리선이 범선을 압도하기는 힘들어졌다.

결과적으로 18세기에 이르면 전 지중해에서 현역으로 남아있던 갤리는 50척정도에 불과했고, 그 절반은 지중해에서만 활동하던 베네치아 소속이었다. 심지어 18세기부터는 북아프리카의 바르바리 해적들조차 갤리선을 버리고 지벡을 사용했을 정도. 반면, 지형이 좁고 복잡하던 발틱해에서는 19세기까지도 사용되었는데 그나마도 본격적인 해전에 투입되기보다는 일종의 상륙함에 가까웠다.

4 에이지 시리즈에서의 갤리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에서는 청동기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정찰선을 갤리선으로 업그레이드[7] 하여 사용할수 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도 군함의 기본형태로 등장하는데 시대가 시대여서 말이 좋아 갤리선이지 사실상 범선[8] 형태이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에서는 그리스의 기본 화살선으로 등장하며 포세이돈을 섬기면 갤리선 영웅,아르고 호를 뽑을 수 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에서는 캐러밸을 대체하여 오스만의 다목적 선박으로 등장.[9]
엠파이어 어스에서도 화공선으로 등장하는데 산업시대 이후 원자시대-1차세계대전에 접어들면서 사라지게 된다.

5 미니어쳐

분명 인기는 많지만 그 빼곡한 노로 인해 제작 난이도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또한 그 때문에 가격이 범선 모델을 가볍게 돌파하기에 제대로 된 모형으로 가지고 미니어쳐 게임 해전을 벌이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 대신 페이퍼 크래프트로 만든 게임은 존재한다. 무려 다른 회사의 미니어쳐 군단과 같이 쓰는 공생적인 모델.
http://kimtekeng.egloos.com/2850517

그리고 무려 RC모델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그것도 안에 사공들까지 움직이는 굉장한 모델.

6 유명한 갤리선

베네치안 갤리어스
드로몬

개리
  1. 흔히 센사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어이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은 센실레가 맞다.
  2. 여기서 드물게의 기준은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나 아주 급박한 상황이 생겨 풍전등화의 상황 정도.
  3. 당시 노잡이들의 옷은 단벌뿐이었고, 하루에 주는 식량은 하루 한 끼에 그 수준은 다이제 비스켓 한봉지 정도의 열량. 이거 하나로 하루를 중노동하며 버텨야 한다.
  4. 대책없이 현측을 직선으로, 길게 설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5. 이건 범선도 사정이 마찬가지라서 아랫층엔 무겁고 멀리 나가고 반동이 큰 롱 건을, 윗층엔 사거리가 짧지만 가볍고 반동이 적은 카로네이드를 배치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판옥선은 극단적으로 연근해 항해성능만을 중시한 덕에 흘수가 낮아(= 무게중심이 높다 = 대포와 무게중심 사이의 높이차가 작다) 대포 반동 걱정이 덜했던 케이스로 그나마도 유럽 범선에 비하면 포문수가 적었다.
  6. 대항해시대 같은게임에서는 50문이상 탑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뻥이다.
  7. 철기시대로 발전하면 다시 한번 삼단 갤리선 (Trireme)으로 업그레이드 가능
  8. 실제로 최종 업글 형태인 갤리온이 돼서야 이름과 외형이 일치한다.
  9. 타국의 캐러밸처럼 어업, 수송, 전투가 모두 가능하다. 물론 제해권 싸움에서 이놈만 가지고 싸울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캐러밸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