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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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범선의 기본적인 정의는 선체 위에 세운 돛에 바람을 받게 하여 그 풍력을 이용하여 진행하는 배를 의미하며, 기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바다 위의 유일무이한 지배자였다.

어느 정도 큰 배는 아주 오래전부터 풍력을 동력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항해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에는 바람만으로 항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어 노와 돛을 함께 사용하는 갤리선을 사용했는데, 범선은 오직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배로 갤리선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범선은 바람만을 동력으로 쓰는 배를 가리키는 말로 노를 동원하는 갤리선과 구별되기 위해 나온 단어이다. 다만 기범선처럼 모터를 갖춘 배도 엄밀히 말하면 범선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 경우는 예외적으로 범선의 한 분류로 보기도 한다.

물론 노를 젓는 것으로도 배는 가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노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보조엔진의 개념으로 기본적으로 노를 젓는다는 건 상상 이상의 중노동[1]이라 제아무리 숙련된 노꾼이라고 하더라도 몇 시간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장거리 항해의 주력 동력원은 결국 바람을 이용한 돛이 주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현대인이 흔히 생각하는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갤리선 노예가 대중화된 것은 1520년대에 들어서였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여러 사람이 하나의 큰 노를 젓는 '스칼로치오'라는 새로운 노젓기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인데, 이전에 쓰던 '센 사일' 방식은 노꾼 하나가 작은 노를 하나씩 잡고 저었기에 노가 많은 갤리선의 경우 숙달된 노꾼이 아니면 엉키기 쉬웠다. 때문에 이 때는 노꾼이 상당한 고급 인력이었고, 노꾼도 자유민들을 모병해서 동원했다.[2]
그러나 '스칼로치오'방식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큰 노를 젓는 방식으로, 노 하나에 4명이 붙어서 노를 조종할 때 노의 통제는 노의 제일 끝에서 조종하는 1명뿐이었기에 숙련자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고, 이때부터 노예나 죄수들을 노잡이로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스페인이나 바르바리 해적, 오스만 제국은 물론 심지어 성 요한 기사단까지도 노예 선원들을 사용했다.

2 역사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기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바다 위의 지배자로서 동서고금 할 것 없이 활약하였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경우 사각돛을 단 갤리선이 주력이었으나 이런 사각돛 배는 순풍시에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 배를 보낼 수 있었고 측풍에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으나 역풍이 되면 오히려 역관광방향으로 떠밀려 갈 위험까지 생긴다(상기된 대로 노로는 한계가 있다). 사각돛이 역풍에 무조건 떠밀리는 건 아니다. 당연히 대처법은 있었다. 바로 돛을 역풍에 수직 형태로 돌리는 것이다. 물론 다루기 어렵긴 하지만...여하튼 전진이 가능했다.

특히 그리스, 로마, 카르타고 등의 해양강국이 활동하던 주무대인 지중해는 기본적으로 내해에 가까운지라 바람의 방향이 변덕스러워 이런 사각돛 배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그래서 새로 나온 것이 라틴 돛, 즉 삼각돛 배였다. 이런 삼각돛 배는 역풍에서도 지그재그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사각돛 배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인 항해가 가능했으나, 순풍시에 사각돛 배만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 단점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온 변화가 이 삼각돛과 사각돛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복합돛이 개발되었고 이런 배의 대표격으로는 카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갤리선류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갤리선은 노라는 보조엔진이 존재함으로서 시일을 맞추는데 비교적 유리했지만, 범선에 비해서 필요인원이 너무 많이 요구되고[3] 순수 범선에 비해서 화물의 최대 적재량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상선이란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갤리선은 주로 전투선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엎친데 덥친 격으로 항해술의 발달(나침반 등의 도입)로 인해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과 같이 신항로가 개척되면서, 이제 서구사회의 활동무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서서히 옮겨져 갔고, 화포가 등장하면서 전투선의 역할을 하던 갤리선도 그 수명을 다 하게 된다.

이후로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조선 기술이 발달하고 따라서 범선도 발달하는데 앞서 언급된 카락, 갤리온 같은 신형 범선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고 이후 쉽이나 바크, 클리퍼, 스쿠너 같은 여러 신형 범선이 등장하지만 이는 산업혁명과 함께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함선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는데, 초기 등장한 증기선이 범선보다 엄청 빠른 것은 아니었으나 바람에 의존하는 범선에 비해서 증기선은 사고만 나지 않으면 정확히 날짜를 지킬 수 있다는 경쟁력이 있었기에 순수 범선은 서서히 몰락하고 기범선 같은 중간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세기 초기까지는 윈드 재머라는 최후의 실용범선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시대에 저항하였으나,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유럽발 주류 항해 노선 대부분이 엄청나게 짧아져버렸다. 이러한 단거리 노선에서는 연료 보급이 필요없다는 범선의 장점은 전혀 부각되지 않는 고로, 대부분의 운송회사에서는 바람과 상관없이 정시에 도착할 수 있는 기선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기선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술적 완성도도 더욱 올라가서, 스크류가 개발되고 증기터빈이나 디젤 엔진 등이 도입되어 이제 범선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배의 규모, 속도 격차가 벌어진다.[4]

결국 현대에 이르어서는 요트 같은 취미와 레저용 배나 아주 소형이 아니면 순수 실용 범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범선들은 순수 범선이 아닌 거의 다 스크류를 단 기범선이다. 다만, 몇몇 나라 해군에서 의장용 내지는 훈련용으로 범선을 한두 척 정도 운용하고 있다. 배를 기계나 전자식 장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류와 풍력 그리고 승무원들의 협력에 의해서 움직여야 하기에 바다의 특성을 익힐 수 있다나? 게다가 역사와 전통이 있어보이는 효과도 존재한다.

범선 항해에 대해 자세히 묘사된 소설로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오브리-머투린 시리즈와 C.S. 포레스터의 혼블로워 시리즈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존엔 코리아나호라는 기범선 한 대뿐이었지만, (주)일신하이텍에서 바크형 기범선을 수입해와서 누리마루호라는 이름하에 여객선으로서 취항하고 있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돛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엔진만으로 항해하여 그럼 범선이 아니잖아 아쉬움이 있다.

이외에 기범선으로는 한국해양유물전시관에서 한선 복원 및 해안지역 축제시 관광객들의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몇 차례 한선식 기범선을 만들고, 관련 설계/제작/연구결과가 실린 서적을 발간한 적이 있다.

3 범선의 종류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범선에 관한 전통이 없어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게임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 그런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쉽은 프리깃보다 크고 아름다운강한 배다...라고 하면 옳지 않다. 쉽(fully rigged ship)은 세 개 이상의 마스트를 지니고 모두 스퀘어 세일용 범장(square-rigged)을 하고 있는 범선을 말하며, 대부분의 프리깃은 쉽형범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프리깃은 쉽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범선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7]

다만 돛의 형태에 따른 분류에 의해서도 대략적인 용도 구분은 가능하다. 이를테면 캐치나 슬루프는 소형배라 근거리 교역 또는 여객용으로 사용하고, 브릭이나 브리건틴은 마스트가 두 개인 중형배라 교역, 순찰선 등으로 쓰이며 바퀜틴, 바크, 쉽은 마스트가 3개 이상인 대형 범선이라 원거리 무역, 본격적인 전투함 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3.1 범선으로 불리기도 하는 종류

범선(帆船)은 현재에는 흔히 영어의 Sailing Ship(Vessel)을 번역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영어의 Sailing Ship은 위에 언급된 것처럼 때로 기범선도 범선의 한 종류에 포함하기도 하지만 노도 동력으로 사용하는 배는 아니다. 이는 Sailing Ship이란 단어가 갤리선 타입의 배와 구별하기 위해 나온 말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때로 범선이라는 단어를 돛단배와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돛단배는 말그대로 돛을 단 배를 의미하므로 노가 있어도 돛만 있으면 돛단배라고 부를 수 있다. 사전에서도 범선을 돛단배로 기술한 경우도 자주있으므로 한국어에서 노를 갖춘 배도 범선이라고 부른다 해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범선이라는 말은 조선시대에도 돛단배를 한자어로 부르던 말이니 틀린 건 아니다. [8]

다만 현대에는 범선이라면 보통 서양식 범선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해양사 관련 서적이나 요트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우에는 서양식의 Sailing Ship만을 범선으로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한선 같은 경우는 범선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한선이라고 따로 부른다. 이 부류에 속하는 배들은 다음과 같다.

4 범선 용어 정리

마스트
종범
횡범
태킹
자이빙
목선 선체의 제작방식

5 유명한 범선

5.1 실존 범선

현재 취역중인 가장 오래된 배. (나이가 200년이 넘었다!) 미 해군의 상징과 비슷하다.

이 배는 아직도 항해를 한다.

현재 뮤지엄 쉽이며 주기적으로 항해를 한다.

5.2 대중매체의 범선

6 관련 항목

  1. 흔히 노를 젓는 배라고 하면 사슬에 묶인 노예들이 줄줄이 늘어앉아 노를 젓는 노예 갤리선을 떠올리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인상의 전형을 만든 <벤허>(영화 말고 월리스의 원작 소설)에서도, 노예는 두 시간에 한 번 교대한다는 노예장의 말에 사령관인 아리우스그건 좀 고되겠군 하고 대답한다. 좀이 아니라 많이 고된데요
  2. 이때도 노예를 아주 안 쓴 건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는 말 그대로 나라의 운명이 멸망 직전일 정도로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전혀 쓰지 않았으며, 이때도 먼저 자유민으로 신분을 올려 주거나 전후 자유민으로 올려주기로 계약한 뒤 노잡이로 고용하는 식이었다.
  3. 노꾼의 존재가 있어야하기 때문.
  4. 몇만 톤급 범선을 건조하거나 수십 노트로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 정크는 노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여기서는 노가 없는 정크를 의미.
  6. 때로는 돛의 형태에 따른 분류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3개 이상의 마스트에 모두 라틴 세일을 한 경우를 말함.
  7. 프리깃은 쉽형 범장을 한 경우가 많지만 바크의 형태를 한 경우도 있으며, 드물게는 지벡의 형태를 한 경우도 있다.
  8. 마치 ''또는 성(星)이라는 한국어가 영어 Star와 비슷하게 쓰이지만 '별'과 Star는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른 것처럼 말이다. Star는 항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성은 별이지만 Star가 아니라 Planet이다. 마찬가지로 범선과 Sailing Ship은 비슷한 말이지만, 한선을 범선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라도 Sailing Ship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