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선거
決選投票制 / Two- Round System, Runoff Ballot
1 개요
선거에서 후보자의 어느 누구도 법정 득표수를 획득하지 못한 경우 및 후보자의 누구도 과반수의 표를 획득하지 못한 경우에 절대 다수제의 원칙에 따라 득표수가 많은 상위 후보에 의해 최초의 선거 후에 다시 실행하는 투표를 말한다.
2 설명
소선거구 2회 투표제는 소선거구제에서 선거를 실행할 때 첫번째 투표 결과가 일정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 2회의 투표가 이루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결선투표제를 체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들로 프랑스를 들 수 있으며, 폴란드와 슬로베니아, 러시아, 체코, 페루,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등 대다수 동유럽과 남미 국가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체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원내각제 국가라도 지방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있으며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대표적인 예다.
3 프랑스에서의 결선투표제
예를 들어 프랑스의 단순 소선거구 2회 투표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첫 투표에 있어서 선거구의 유효득표의 50% 이상이고 또한 유권자 총수의 2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있는 경우는 그 후보자의 당선이 결정되어 해당 소선거구에서 제2회투표가 실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자가 없으면[1] 두번째 투표 즉,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이 경우 제2회 투표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제1회 투표에서 유권자 총수의 12.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자 또는 상위 2명의 후보자이다.[2] 즉, 제1회투표에서 득표율이 유권자 총수의 12.5%를 넘은 후보가 1명밖에 없거나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득표율에 관계없이 제1회투표에서 상위 2명의 후보자가 제2회투표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제2회투표의 결과 득표수가 가장 많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가 당선된다.[3] 일반적으로 보다 많은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각 정당이 제1회투표에서 제2회투표 사이에 후보자를 조정한다. 그래서 제2회투표는 진보와 보수의 1대1의 경쟁이 되는 경우가 잦다.
물론 항상 그런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선거가 바로 프랑스의 2002년 대통령 선거. 이 선거에서는 제1차투표에서 프랑스의 대표 극우파이자 파시즘으로 유명한 장 마리 르펜이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서서 재선에 나서는 자크 시라크와 결선 투표를 하게 되었다.[4] 자크 시라크는 1995년에는 리오넬 조스팽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신드골주의자라서 정책면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프랑스 좌파들에게는 결코 달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아무튼 극우파 르펜보다는 나았다.(…) 최고를 뽑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뽑는다. 이렇게 극우 vs 보수라는 구도가 이루어지자 프랑스에서는 좌우가 하나 되어 시라크를 밀어주는 훈훈한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위 아더 월드 이 당시 한 좌파지지자가 들었던 피켓이 이 당시 분위기를 잘 설명한다. "또라이 르펜 떨어트리기 위해 부패정치가 시라크 지지하자! 프랑스 만세!"(...) 르펜을 저지하려는 반 파시즘 시위[5]까지 벌어졌고 결국 시라크가 르펜에 82 대 18 정도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4 특징
이 제도에서는 선거가 정당간 경선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과 다르게 소수정당이 단일화 압박을 덜 받는다. 또한 제2차투표까지 넘어가면 1:1 구도상 대체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사표가 적고, 당선자의 대표성이 커진다.
이처럼 결선투표제가 단순 1회 투표제의 보완적인 성격을 띄지만, 여전히 꼼수의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극좌, 극우, 중도의 세 후보가 1차 투표를 한다고 치자. 마침 나라에 좌파가 득세하여 극좌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고, 극우 후보는 3등을 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단, 2, 3등의 표를 합치면 1등보다는 많다고 하자.) 극좌 후보는 일단 일단 중도 후보를 죽이고 볼 것이다. 결선 투표에 중도 후보가 올라온다면 극우 지지파들은 중도 후보를 찍을 것이고, 똥줄타는 선거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다. 반대로 극우 후보가 올라온다면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절반이 자신에게 넘어오고,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이다. 결국 가장 덜 매력적인 후보가 결선 투표에 올라오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으로 보면 중도성향의 후보가 쉽게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극좌나 극우가 지지를 받기 쉽다는 건 아니고...
그리고 중도 후보가 올라온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점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만약 아까 상황에서 중도 후보가 결선에 올라온다면 우파 진영의 지지표를 얻어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처음의 가정을 바꾸어서 좌파 바람이 아닌 우파가 바람이 불어서 극우 후보가 1위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므로 당선되는 것은 똑같이 중도 후보라는 것이다. 이는 꼭 결선투표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역시도 단일화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중도후보가 올라오는 사례는 적다. 왜냐면 정책적 차별성이 없는 한 인물론으로 당선되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도 주로 진보 vs 보수라는 구도가 잘 형성되는 이유 역시 중도 후보에게 매력을 느끼는 유권자가 결선투표제가 없는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3자 이상 대결이 아닌 양자구도에서는 가장 중도적인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선호투표제가 실시되면 어떨까?
하지만 위의 상황은 결선투표제의 단점을 극대화시킨 특수한 상황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 투표에서 반드시 지지가 한쪽으로 쏠리라는 법도 없고, 부동층 결집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한편 두 번 선거한다는 점 때문에 비용과 피로로 인한 투표율 저조도 문제시된다. 물론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호투표제(즉석 결선투표)같은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5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더불어 도입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3대 이후의 대통령 당선자들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이렇다.
13대 대선 | 노태우 | 36.6% |
14대 대선 | 김영삼 | 42.0% |
15대 대선 | 김대중 | 40.3% |
16대 대선 | 노무현 | 48.9% |
17대 대선 | 이명박 | 48.7% |
18대 대선 | 박근혜 | 51.6% |
19대 대선 | 추가바람 | 추가바람 |
노무현, 이명박 정도만 과반수 득표율에 좀 근접한 수준이긴 했으나 박근혜를 제외하고 과반수 득표율을 넘은 대통령이 없었다.[6] 이때문에 대통령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게 된다. 실제로 13대부터 15대까지 80%대이던 투표율이 16대에선 70%대로 떨어졌고 17대에선 아예 60%대까지 떨어져서 사실상 전국민 유권자수와 득표율을 비교하면 한국의 대통령은 잘해야 20-30%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 이때문에 국가적으로 분열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결선투표제는 소수정당이 소위 비판적 지지라는 명분과 사표론에 휘둘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늘 중도 개혁성향의 정당에게 밀려야 했던 진보정당들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수의 세력이 강한 한국적 현실에서는 도입이 녹록하지 않을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결선투표제가 결국 중도개혁성향과 진보성향의 연합으로 보수를 이기는 구도가 돼버리기 때문에 보수로서는 불리한 체제라서 도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국정치지형상 결선투표에서 꼭 보수가 불리한 것은 아니다.[7] 가장 간단하게,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고, 17대 대선에서도 이회창의 독자출마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써놓고 보니 예시가 다 이회창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유력 제3후보이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면서 다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사퇴하면서 자신이 마지막 중도사퇴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에둘러 촉구한 상황. 결선투표제가 있어야만 무리한 단일화 논의가 자연스러운 단일화로 바뀔수 있을것이라는 이야기.[8] 일각에서는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연대가 성사된다면 결선투표제 도입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 향후의 전개 과정을 주목해야 할듯.
결국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기에 이르렀다. 진보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 같은 진보측에서는 환영입장을 나타냈으나 새누리당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당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9] 새누리당의 부정적 반응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게 보수, 중도 개혁, 진보 후보들이 나와서 1차투표에서 보수와 중도 개혁 후보가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중도 개혁 후보와 진보 후보가 자연스럽게 연대라는 형태로 단일화를 이루어서 보수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18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이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럽게 반대 여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듯.
하지만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 되면서 결선투표제 도입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등을 골자로한 개헌을 고려중이라는 박당선인의 성향상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는게 지배적. 야권이 대통합을 내세운 박당선인에게 이를 요구할수도 있겠지만 대선 패배로 구심점을 잃은 야권이 이를 강력하게 요구할 동력은 없어보인다. 망했어요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 정치혁신위원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입법을 제안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중이다.
또한 원내에 진입한 이후 독자세력화를 모색중인 안철수 의원측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교수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 안의원의 또다른 정책 멘토인 장하성 교수도 결선투표제 도입에 공감을 표시했다. 비새누리-비민주의 제3세력화를 추진하는 안의원의 입장상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은 당연하긴 하지만 원내 제1당인 새누리당이 과연 동의할지는 미지수. 다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20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가 되어 결선투표제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근데... 이미 노회찬 의원이 이전에 법리검토까지 받은 후 제출한 결선 투표 관련 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데 이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다(...).
5.1 개헌이 필요한가?
다른 한편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개헌을 해야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제의 원칙과 궤를 같이 하므로 현행 대한민국 제6공화국 헌법에서 문언상으로 절대다수제를 전제하고 있는지 단순다수제를 전제하고 있는지의 논란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헌법에서 단순다수제를 규정하거나 절대다수제를 배제한 조항이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헌법학자들의 대다수 의견은 헌법 제67조 제2항에 "대선에서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 이상이 출석한 공개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은자를 당선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10]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되는지라 결국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개헌을 하게되면 단지 이 조항 하나만 고치자고 할 수 없는지라 결국 권력구조등 전반적인 사안으로까지 확대될 소지가 큰 상황.
다른 의견으로는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경우'라는 헌법 조문에 대한 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으로 넓게 해석할지 아니면 '둘 이상의 후보자의 득표수가 동수일 경우'로 좁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나 후자의 경우라면 법률(공직선거법)에 '67조 2항의 경우를 제외하고 실시한다.'는 규정을 만들면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헌정사 상 없던 일이라 사실상 결선투표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헌법 제67조 제2항을 그대로 두고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만에 하나 매우 희박한 확률로 복수의 후보가 일의 자리까지 동수인 득표로 공동 1위로 나왔을 때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공개투표로 승자를 결정해야 하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하는 것. 이래저래 결선투표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가 되는건 불가피할 듯 하다.
6 같이 보기
- ↑ 대다수의 경우 이렇다. 과반수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과반수가 종종 뜨는 이유는 전략적 투표 때문임으로, 결선투표제 전환 시에는 그 비중은 크게 줄어든다.
- ↑ 단, 대통령 선거에선 12.5%를 얻었느지 여부에 상관없이 상위 2명만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 ↑ 이는 대한민국도 같다. 단, 대통령 선거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재투표를 한다.
- ↑ 1차 선거에서 좌파계열 정당의 후보가 난립한데다가 투표율까지 저조한 게 원인이었다.
- ↑ 심지어 프랑스 축구의 영웅 지네딘 지단은 "르펜이 대통령이 되면 나는 더 이상 프랑스 대표팀에 뛰지 않겠다!"라고 선언까지 했다.
- ↑ 대부분의 선거에서 제3후보 격인 이들이 지속적으로 참가했기 때문. 18대 대선은 군소후보를 제외하면 미국 대선처럼 양당제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된 이색적인 구도였다.
- ↑ 사실 프랑스에서도 좌파 후보가 (제5공화국 하에서) 대통령에 당선된게 3회에 불과하다.(1981년, 1988년, 2012년) 하원 총선거에서도 1958년부터 1981년까지는 우파가 지속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 ↑ 사실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선출한다는것 자체가 넌센스한 일이기도 하고...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각각 자신의 득표율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화를 이룰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있다.
- ↑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당제를 흔들려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사표가 너무 많이 나와 국민들의 의사가 100% 반영이 안되고 의사반영이 안되니 정치 참여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다.
- ↑ 현행 헌법이 절대다수제를 상정했다면 이 조항은 모순되는(정확히 말하면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 조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