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 교향곡 제00번 F단조
(Sinfonie Nr.00 f-moll/Symphony no.00 in F minor)
1 개요
교향곡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00번이라는 번호를 단 작품. 물론 공식화된 것은 아니고, -1번이라는 표기도 있다. 다만 마이너스 부호가 주는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은 이유로 00번이 더 많이 쓰인다. 아예 번호도 없이 '교향곡 F단조' 라고도 부른다. 별칭은 '습작 교향곡(Studiensinfonie/Study Symphony)'.
안톤 브루크너가 이런저런 이유로 서른아홉이라는 적잖은 나이에야 쓴 최초의 교향곡이다. 자필보에 의하면 작곡 기간은 1863년 1월 7일부터 5월 26일로 되어 있다. 자기보다 10년 연하였던 린츠 오페라극장 지휘자 오토 키츨러에게 작곡 레슨을 받던 시기의 곡이고, 이런저런 자료나 정황을 볼 때 공연 무대에도 올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키츨러는 이 곡에 대해 별로 삘이 안꽂히는 학생의 습작 같다고 미적지근하게 평가했고, 늦깎이로 도전했던 소심남 브루크너로서는 이런 평가가 버로우크리로 이어지게 됐다. 다만 자신의 자필 악보들을 말년에 꼼꼼히 검토해 맘에 안 드는 것들은 땔감으로 써버렸던 브루크너도, 이 곡에는 애증이 얽혔는지 '습작' 이라고 적어놓고 보존했다.
2 곡의 형태
키츨러에게 고전 형식의 악곡 연구와 그 응용을 집중적으로 배우던 시기의 작품인 만큼, 고전 교향곡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네 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개 악장은 소나타 형식(1악장), ABA' 3부 형식(2악장), ABA 3부 형식 스케르초(3악장), 소나타 형식(4악장)이라는 FM을 보여주고 있다.
형식은 그렇다 쳐도, 곡의 주제나 여타 악상 전개 방식이 멘델스존이나 슈만 등 초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그것과 너무도 붕어빵이라서, 그야말로 '습작' 이라는 키츨러와 브루크너 자신의 평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브루크너의 교향곡 11곡 중 가장 낮은 인지도와 공연 빈도를 모두 석권 중인 안습 상태.
다만 FM 형식과 대선배 스타일의 모방이라는 점 외에, 통상 주제 두 개만 쓰는 소나타 형식에서 세 개나 네 개까지 주제 숫자를 늘리는 시도를 하는 등 나름대로 자신이 배운 지식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3악장 스케르초의 경우 키츨러가 유일하게 '가장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대목' 이라고 평가했는데, 브루크너가 어린 시절 술집 알바로 댄스 밴드의 바이올리니스트 일을 했던 경험 때문에 오스트리아 고지 농민 춤곡이자 왈츠의 시조 격인 렌틀러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그리고 브루크너의 개성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역으로 작용해, 후기 작품의 왱알앵알함을 피하고자 초기 작품부터 찾아듣기 시작하는 뉴비들이 먼저 선곡하는 곡으로도 가끔 언급된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라는 전형적인 2관 편성 스펙.
3 초연과 출판
브루크너 자신이 버로우한 곡인 만큼, 초연과 출판 모두 사후에 이뤄졌다. 다만 전곡이 한번에 초연된 것은 아니고, 기록을 보자면 이렇다.
2악장: 1913년 10월 31일에 페르디난트 뢰베 지휘의 빈 연주협회 관현악단(현재의 빈 교향악단) 연주로 빈에서 초연.
1,4악장: 1923년 3월 18일에 프란츠 모이슬 지휘로 클로스터노이부르크에서 초연(2악장도 같이 공연됨. 관현악단은 불명).[1]
3악장: 1924년 10월 12일에 위와 마찬가지로 모이슬 지휘로 같은 곳에서 초연.
전곡 최초 공연: 1925년 2월 19일에 모이슬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로 베를린에서 공연.
출판도 마찬가지로 전곡이 모두 다 묶여나온 것은 아니었는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은 2악장이었다;
2악장 악보: 1913년 브루크너의 제자 시릴 히나이스의 편집으로 출판됨.[2]
전곡 악보: 1973년 브루크너 전문 연구가인 음악학자 레오폴트 노바크의 편집으로 출판됨. 약칭 '1863년 노바크판'.
출판이 대단히 늦었던 것이 곡의 지명도에 악재로 작용했는데, 첫 정규 음반은 노바크판 악보가 발간되기 1년 전이었던 1972년에 이스라엘 지휘자인 엘랴쿰 샤피라가 런던 교향악단을 지휘해 EMI에서 출반한 것이다.[3] 그 뒤로도 이 곡의 공연과 녹음은 매우 뜸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2014년 현재까지 이 곡의 녹음은 열두 개밖에 되지 않는다. 브루크너빠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일본에서마저 아오안일 정도.
다만 다른 곡들이 대부분 두세 개 이상의 판본을 갖고 있는데 비해, 이 곡은 버로우탄 곡인 만큼 판본이 딱 하나밖에 없어서 지휘자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브루크너 교향곡의 '진정한 전집' 이라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곡이기도 하다. 많은 지휘자들이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 세트를 출반했지만, 대부분 전집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이 00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