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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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Bassoon
독일어: Fagott
프랑스어: Basson
이탈리아어: Fagotto

▲ 대략 이런 소리를 내는 악기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 B♭ 장조KV 191/186e. (급한 사람은 1분부터)

서양음악에 쓰이는 대표적인 관악기들 중 하나. 바순(프랑스식)과 파곳(독일식)은 엄밀하게는 다른 악기이지만, 생김새가 거의 비슷하며 운지법이 조금 다를 뿐 현대 오케스트라에서는 혼용된다[1].

자단 등 목재가 주 재료라 목관악기로 분류하며, 오보에와 마찬가지로 겹리드를 쓰기 때문에 더블리드 악기로도 분류된다. 목관악기들 중 중저음역에 특화된 악기.[2] 파생악기로 더 낮은 음을 내는 콘트라바순이 있다. 그리고 그 악기를 개량한 콘트라포르테도 있다.

▲ 콘트라포르테의 바흐 플루트 파르티타

음역상 낮은음자리표를 많이 쓰고, 보표 아래의 Bb음부터 약 4옥타브 가량의 음역을 연주할 수 있다. 고음역으로 올라갈 수록 가온음자리표(정확히는 테너음자리표)를 쓰는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이나 프로코피에프의 고전교향곡 등에서는 높은음자리표에서 한참을 노는 가학적인 대목도 나온다. 물론 고도로 숙달된 프로 연주자들 외에는 닥버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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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더블리드 악기인 오보에와는 크기와 리드 꽂는 법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단 악기가 꽤 길기 때문에 몸통 중간 쯤에 구부러진 금속관이 튀어나와 있는데, 그 관 끝에 리드를 끼워서 연주한다. 몸통도 '들고 연주하는' 인상이 강하며, 그래서 행진하며 연주하는 마칭 밴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개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고, 만약 서서 연주할 경우 악기에 부착된 고리에 끈을 달아 목에 걸고 연주한다. (연주 포즈는 위의 그림 참조)

낮은 음역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탓에 다른 목관악기들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안습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오케스트라에 거의 최초로 도입된 목관악기이기도 하고[3], 특색있는 음색 덕분에 종종 독주 파트를 맡기도 한다. 다만 그 특색있는 음색이라는 것이 저음역에서 뻑뻑 불어대는 스타카토 효과라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괴팍한 취급이라 지못미... 실제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아동용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 에서도 플루트가 새, 오보에가 오리, 클라리넷이 고양이를 맡은데 반해 바순은 피터의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뒤뚱뒤뚱 걷는 빗자루와의 싱크로 100%라든가... 다만 악기의 구조상 오보에보다는 빠른 연음을 내는 것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에[4] 맨정신으로 미친듯이 속주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서곡 도입부라든가..

음색과 음역상 주로 실내악이나 독주곡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더 많다. 실제로 중음역에서는 오보에 못지 않은 서정적이기도 하고.. 악기의 잠재력이나 성능에 비하면 아직도 활용도가 낮고 다소 편협하게 쓰인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엄연히 독주곡이나 협주곡 같은 레퍼토리도 존재하고, 목관악기가 주축이 되는 목관 5중주 같은 장르에서도 나름대로 큰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음악 분야에서는 혼자 다중음(다만 불협화음이다)을 내는 멀티포닉스(multiphonics)나 글리산도 같은 고난이도 기교, 극단적으로 높은 음역의 연주 등이 시도되고 있다.

아마추어 혹은 취미로 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정말로 찾아보기 힘들다. 악기도 무지 비싸고[5], 구하기도 힘들고 크기도 큰 편이라 더더욱 그렇다.[6] 그리고 무엇보다 하도 저음역에서만 노는 악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연주해도 뽀대가 안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듯.

프랑스어식 표기인 바순(이 아니라 '바쏭'. '바순'은 '바쏭'에 대한 영미식 표기) 외에 독어식의 '파곳'(혹은 이탈리아어의 '파고토')도 많이 쓰는데, 일본에서도 파고토 쪽을 많이 사용한다. 한편, 영어권에서 Fagott은 '창녀' 내지 '호모'에 해당하는 'Faggot'과 거의 발음이 비슷하니 주의하자.

배우 전광렬의 학력이 추계예술대학교 음악학부에서 이것을 전공한 것으로 되어 있다.

MiG-17NATO 코드명이기도 하다.

  1. 파곳이 바순을 거의 밀어내버렸다. 노다메 칸타빌레 파리편에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2. 물론 베이스플루트나 헤켈폰, 베이스클라리넷 같은 다른 목관 저음악기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짬비린 풋사과에 지나지 않아 바순 앞에서는 굽신굽신해야 한다.
  3. 클라리넷이나 플룻이 교향곡의 필수요소가 된 것은 모차르트 후기교향곡에나 가서다.
  4. 단, 이것도 기교적으로 꽤 숙달된 연주자에 한한 장점이다. 그리고 악기가 상당히 긴 만큼, 운지도 손의 연장선에 있는 금속 키의 조작에 거의 모두 의지해야 하는 형편. 그런 점에서 트릴이나 트레몰로 같은 빠르게 떠는 음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5. 연습용 플룻이나 클라리넷은 백만원 안쪽으로 웬만한 걸 구할 수 있지만, 오보에는 적어도 이삼백, 바순은 새거라면 오백이 훌쩍 넘어간다. 아니 사실은 연습용 수준의 염가 악기가 없다. 전공자가 쓰던 오래된 중고라면 혹시 모를까(...) 사실 200만원 가량의 연습용 바순은 있으나그것도 연습용으론 비싸 해당 브랜드의 평가가 좋네요 이제 소리만 나면 돼요 일 정도라서 있으나 마나. 다만 바순만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기는 있다.
  6. 1999년 드라마 wiki:허준 에서 타이틀 롤을 열연한 배우 전광렬이 음대 재학 시절 바순을 전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