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제8번(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 교향곡
1번2번3번
(영웅)
4번5번
(운명)
6번7번8번9번
(합창)
10번
(미완성)

정식 명칭: 교향곡 제8번 F장조 작품 93
(Sinfonie Nr.8 F-dur op.93/Symphony no.8 in F major, op.93)

1 개요

베토벤의 여덟 번째 교향곡. 7번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으나, 완성은 반 년 가량 늦은 1812년 10월에 이뤄져 번호가 뒤로 밀렸다. 전작이 꽤 대규모에 굉장한 힘과 추진력을 보여줬다면, 여기서는 오히려 초기 교향곡들처럼 다시 소규모의 고전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완전한 복고주의는 아니었지만.

7번과 마찬가지로 1812년 여름에 보헤미아의 테플리츠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대부분이 작곡되었고, 초가을에 동생인 요한이 린츠에서 결혼식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그 쪽으로 가 머무는 도중에 완성되었다고 전해진다. 헌정도 7번과 동일하게 프리스 백작에게 행해졌다.

2 곡의 형태

악장 구성은 6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여느 베토벤 교향곡과 똑같은 4악장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곡의 규모가 많이 압축되었고, 7번에서는 그나마 1악장 서주의 형태로 잔존하고 있던 느린 대목이 아예 없어져 있다. 하지만 7번같이 광란에 가까울 정도의 흥분 상태를 연출하기 보다는 발랄하고 단아한 스타일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 게다가 4악장 종결부에서처럼 클리셰가 된 전통적인 작곡 양식을 오히려 더 거창하게 강조하는 등 호탕한 유머 감각도 보여주고 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주제를 내놓는 방법이 다소 불규칙적이고 종결부도 길게 잡아당겨놓는 등 꽤 파격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전시대 논리로는 딸림음(dominant. 5도권)이나 버금딸림음(subdominant. 4도권) 중심의 관계조로만 주로 이동하는 조성이 여기서는 굉장히 자주 바뀌면서 오히려 추진력을 얻게끔 하고 있다.

원래 느린 악장이 오는 것이 일반적인 2악장도 '약간 빠르고 장난스럽게(Allegretto scherzando)' 라고 기입했는데, 관악기가 8분음표를 규칙적으로 끊어 연주하는 동안 현악기 위주로 진행된다. 형식은 여기서도 기본적으로는 소나타 형식을 쓰고 있지만, 주제 제시 이후의 전개부-재현부-종결부가 극단적으로 압축되는 변칙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짧고 간결한 대목이지만, 당대에는 무척 충격적으로 평가받은 모양.

3악장은 4번에서처럼 고전 시대 교향곡의 미뉴에트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데, 속도도 고전 미뉴에트와 거의 비슷하고 구성도 ABA의 아치형 3부 형식을 쓰고 있다. 이 곡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목이지만, 가끔 약박이나 중간박에 강세를 주면서 3박의 리듬감을 종종 불안하게 하거나 약화시키는 모습도 보여준다.

마지막 4악장은 론도 형식을 쓰고 있지만, 주제들이 뒤엉켜 발전하는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기존 론도 형식이 아니라 소나타 형식과 이종교배시켜 6번의 5악장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1악장에서 보여준 잦은 조바꿈도 다시 나타나고 있고, 팀파니의 경우 기존의 으뜸음-딸림음(I-V도 관계. F장조 기준으로는 바(F)음과 다(C)음) 조율 관행을 깨고 옥타브 으뜸음(낮은 바음과 높은 바음)으로 조율하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도 행하고 있다. [1]

악기 편성은 전형적인 고전시대 2관 편성인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2/트럼펫 2/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다만 팀파니의 경우, 요즘 연주할 때는 3악장과 4악장 사이의 재조율 텀을 줄이기 위해 낮은 F-C-높은 F 순서로 세 벌을 갖춰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3 초연

1814년 2월 27일에 빈에서 열린 베토벤의 '아카데미' 음악회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7번과 같이 연주된 것이 오히려 저평가의 원인이 되어 버렸다. 여러 비평가들도 이 곡이 7번에 비하면 너무 유약하고 순진하다거나, 심지어 교향곡이라는 형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고까지 평했다.

하지만 베토벤은 이러한 평에 오히려 화를 냈고, 제자인 체르니나 음악출판업자들에게는 '이 곡은 7번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낮게 평가받고 있다' 라고 투덜댔다. 하지만 7번과 비교해 보면 지금도 7번의 연주/녹음 횟수가 더 많다는 현시창은 여전한 듯(...). 게다가 후속작은 그 유명한 9번이니 더더욱 안습. 슈만이 4번을 '두 사이의 그리스 소녀' 라고 평했다고 하는데, 이 곡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빨을 깠을 지 궁금하다.

  1. 이 아이디어는 후속작인 9번의 2악장에서도 다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