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 ||||
1번 | 2번 | 3번 (영웅) | 4번 | 5번 (운명) |
6번 | 7번 | 8번 | 9번 (합창) | 10번 (미완성) |
정식 명칭: 교향곡 제4번 B플랫장조 작품 60
(Sinfonie Nr.4 B-dur op.60/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1 개요
베토벤의 네 번째 교향곡. 전작인 3번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자필보의 기록에 의하면 자신의 귀족 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던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슐레지엔(현 폴란드 실롱스크) 영지에서 요양 중 완성했다고 한다. 다만 헌정은 리히노프스키의 친척 관계였던 오퍼스도르프 백작에게 행해졌다.
3번에서 기존 교향곡의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전력과 달리, 여기서는 다소 단정하고 고전 시대로 회귀하는 인상까지 준다. 그렇다고 타성에 젖은 퇴행이나 매너리즘을 보이는 일도 없고, 베토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도 잘 살려놓고 있다.[1]
후배인 슈만이 '두 거인들(3번과 5번) 사이에 있는 그리스 소녀' 라고 평한 바 있었는데, 어찌 보면 적절한 평 같지만 이 곡이 유약하고 여성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할 대목이다. 아무튼 3번에서 나타난 상반되는 악상의 첨예한 대립이 여기서는 많이 줄어들어 있다는 점에서 당시 베토벤의 그럭저럭 낙천적인 기분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2 곡의 형태
1~3번과 마찬가지로 4악장 구성인데, 3번에서는 빠르기 변화 없이 화음 두 개의 강타로 단축시켰던 1악장의 서주를 2번에서처럼 느리고 길게 잡아놓고 있다. 1번에서처럼 기본 조성인 B플랫장조가 아닌 B플랫단조로 조용하게 시작해서 청자에게 뭥미? 를 유발하고 있고, 이어지는 빠른 본론에서는 다시 원래 조성을 회복해서 진행한다. 물론 베토벤 특유의 강렬한 강약 대비가 살아있는 등 불같은 성격도 여전히 지니고 있지만, 한층 깔끔하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소나타 형식의 후반부인 재현부와 종결부가 여기서는 오히려 단축되어 있기도 하다.
2악장도 1악장과 마찬가지로 소나타 형식을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주제들을 버무리는 발전부를 들어내버리는 파격을 감행하고 있다. 다만 형식 파괴와는 별도로 2번의 2악장처럼 매우 감미로운 성악 스타일의 악상을 사용하고 있어서, 후반에 강하게 터뜨려주는 대목을 제외하면 매우 편안하고 낭만적인 인상을 준다. 클라리넷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
3악장은 1번과 마찬가지로 미뉴에트를 쓰고 있는데, 음악 성격으로 따져보면 이것 역시 미뉴에트보다는 스케르초에 가깝다. 특이하게 중간부인 트리오를 두 번 반복하는데, 도식화하면 ABABA 정도.[2]
소나타 형식인 마지막 4악장은 16분음표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며 달려가는 느낌인데, 속도는 '빠르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Allegro ma non troppo)' 로 지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3] 물론 두 번째 나오는 주제는 음의 빠른 사용을 자제해서 한숨 돌리는 효과를 주고 있고, 전체적인 컨셉은 2번의 4악장과 유사하다.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바순 등 저음 악기의 기동성을 시험받는 곡이기도 하고, 실제 공연에서도 바순이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뭉개지는 안습 상황을 종종 연출하기도 한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2/트럼펫 2/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특이하게 플루트를 여기서는 한 대만 쓰고 있다.
3 초연
완성된 이듬해인 1807년 3월에 역시 귀족 후원자 중 한 사람인 로브코비츠 공작의 집에서 열린 비공개 예약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같이 연주된 곡들도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 등 모두 베토벤의 자작곡들이었다. 공연 수익은 로브코비츠의 뜻에 따라 거의 모두 베토벤에게 기부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