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헌법 제12조 제4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1 개요

헌법에 의거하여 모든 국민은 형사소송 등의 일로 피고인(고소를 당한 쪽)이 되었을 때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자신의 변호를 맡길 ‘권리’가 있다.[1] 그런데 경제 형편이 어려운 등으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가가 임해주는 변호인이다.

왜 국가가 굳이 변호인을 선임해주느냐? 하면 이는 상기한대로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헌법으로써 보장을 해 놓았고, 피고인도 (진짜 범인이건 누명을 썼건 간에)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법에 명시된 그 권리를 행사할 당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기한 대로 변호인을 선임하고는 싶은데 돈은 없고, 국가는 자신이 했던 약속은 지켜야겠고…해서 국가가 대신 변호인을 구해다 주는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와 구별하여야 한다.변호인은 형사소송에서의 지위이고, 변호사는 직업이다. 그 변호인을 국가가 선임해 주었다면 국선변호인이라 한다. 다만 국가는 변호사 중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데, 이러한 국선변호 사건만을 전담하는 변호사를 국선전담변호사라 한다. 이처럼 국선변호인은 특정 사건 또는 특정 피고인을 떠나서는 의미 없는 단어임에 대해, 국선전담변호사는 특정 사건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어떤 직무를 행하는지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이러한 국선전담변호사는 월 20 ~ 30건 내외의 사건을 담당하고 국선변호사건을 제외한 민·형사, 가사, 행정 기타 일체 사건의 소송대리, 유료 상담 등이 금지된다. 반면 일반 변호사가 국선사건도 담당하는 경우 월 1 ~ 3건 내외의 사건을 담당하면 된다.

‘국선변호사’는 1)‘국선변호인’의 잘못 2)‘국선전담변호사’의 부적절한 줄임말 또는 3) 일반 변호사가 국선변호 사건을 수임했을 때 그 변호사를 일컫는 명칭 등으로 쓰이는 듯한데, 전술했듯 ‘변호사’는 특정 사건과 관계없는 직업의 명칭이고 ‘국선’은 특정 사건에서 국가가 선임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이다.

2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는 경우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①구속된 때 ②미성년자인 때 ③70세 이상의 자인 때 ④농아자인 때 ⑤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인 때 ⑥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한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6호).

또한 피고인이 위 항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에는 피고인의 청구에 의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피고인은 위 사유에 대한 소명자료(영세민증명 등)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나, 사건기록에 의해 그 사유가 명백히 소명됐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 형사소송규칙 제17조의2).

나아가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 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변호인을 선정할 수도 있으며, 위와 같은 필요적 변호사건에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법원은 변호인 없이 개정을 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 제282조, 제283조).

또한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있어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형사소송법 제438조 제4항).

한편, 피의자의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9항),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가 체포·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경우 위 제33조의 국선변호인 선임사유에 해당하고 변호인이 없는 때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0항).

3 유사 제도

3.1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형사사건에서의 국선변호인과 비슷한 제도로 헌법재판에서는 국선대리인 제도가 있다. 헌법소원은 누구나 청구할 수 있지만, 청구인이 변호사가 아닌 한 반드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하므로, 구제받아야 할 사람이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건번호는 '헌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는 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자력(資力)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70조 제1항 전문).
그 외에도, 헌법재판소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국선대리인선임 신청이 있거나 직권으로 국선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변호사 중에서 국선대리인을 선정하는데(같은 항 본문), 헌법재판소규칙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자력이 없는 자의 기준을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국선대리인의 선임 및 보수에 관한 규칙 제4조 제1항).

  • 월평균수입이 230만원 미만인 자
  •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
  • 위 각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청구인이 시각·청각·언어·정신 등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지 여부 또는 청구인이나 그 가족의 경제능력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다만, 그 심판청구가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는 경우 또는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선대리인을 선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같은 법 제70조 제3항 단서).

위와 같이 선정한 국선대리인에게는 헌법재판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고에서 그 보수를 지급한다(같은 조 제6항). 이 또한 '헌법재판소국선대리인의 선임 및 보수에 관한 규칙'이 규정하고 있다.

3.2 피해자 국선변호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피해아동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아동학대범죄사건의 피해아동에 대한 변호사 선임 등에 관하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성폭력범죄"는 "아동학대범죄"로, "형사절차"는 "형사 및 아동보호 절차"로, "피해자"는 "피해아동"으로 본다.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학대범죄에서 피해자 측이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검사 선정한 변호사. 2012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아예 국선전담변호사를 위촉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도, 법무부 역시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를 위촉하고 있다.

처음에는 '법률조력인'이라고 하였다가 '국선변호사'라는 뭔가 이상한 명칭으로 바뀌었는데,[2] 명칭이 바뀐 데에는 '이게 대체 무슨 개수작이야'라는 취지의 대법원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의 주도로 도입된 이 제도는 도입 이래 현재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기로는, 대법원의 주도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와 난형난제이다. 후자는 피고인의 절차 보장에 전자는 피해자의 권익 옹호에 각각 탁월한 제도라고 매우 좋게 보는 논자가 있는가 하면, 법무부와 대법원이 이런 식으로 병림픽을 벌인다고 혹평하는 논자도 없지 않다(...).[3]

3.3 민사소송의 소송구조 또는 법률구조

민사소송에서는 변호사 보수를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에 법원에 '변호사 보수에 관한' 소송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처럼 국가에서 변호사를 선정까지 해 주는 것은 아니고, 결정문을 들고서 적당한 변호사를 찾아가서 사건을 맡아 주겠다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해야 한다. 보통 법원에서 결정문에 첨부하는 안내문에 "사건 맡아 주겠다는 변호사가 없으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뢰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법률구조기관(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에 사건을 의뢰하여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국선변호인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제도인데도, 심지어 군법무관이나 변호사 중에도 민사사건을 대리하는 소송구조 변호사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변호사더러 "혹시 국선이십니까?"라고 묻는 무식한 사례가 가끔 있다(...).
  1. ‘의무’는 아니므로 단독으로 재판을 받을수도 있다. 다만 애초에 피고인이 되었다는것은 엄청 큰 손해를 볼만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니 ‘에라이 그냥 깜빵 들어가고 말지 뭐’ 같이 자포자기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국선변호인이라도 쓴다.
  2. 옛날에는 사법연수원 형사변호사실무 교수들이 법률용어를 정확히 구사해야 한다는 예시로서 연수생들한테 "국선변호인을 국선변호사라고 잘못 말하면 '너는 연수원에서 대체 뭘 배웠냐?'라고 욕을 먹는다"라고 가르치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국선변호사라는 것도 진짜로 생겨 버린 것이다.
  3. 두 제도 모두, 시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법무부와 대법원이 각각 일부러 활성화를 시키느라고 별 짓을 다해(...) 오고 있다. 정부에서 종종 '부실기업'에 '퍼 주기'를 하는 것을 상기해 보면, 저런 법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