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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綠豆
mung bean
멍한 콩

과의 한해살이풀 중 하나. 원산지는 인도로,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청동기 시대부터 이미 재배를 시작한 역사가 오래된 곡물이다.

모양새는 과 비슷하며,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루를 내어 당면(하루사메)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가루를 내어 녹두빈대떡[1], 녹두죽, 떡고물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녹두가루는 피부 세정, 미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얼굴에 녹두팩을 하기도 하며, 녹두 가루로 만든 폼 클렌징도 있다.

중국에서는 여름에 이걸 끓여 탕이나 음료수를 만들어 마시는데, 몸의 열을 가라앉혀 줘서 더위를 이기게 해준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이걸로 '뤼또샤(우리말로 읽으면 녹두사)'라는 슬러쉬도 만들어 파는데 은근히 맛있다.

묵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이를 청포묵이라고 하며 그냥 먹거나 잘게 썰어 탕평채 등의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청포묵에 치자물을 들인 것이 황포묵인데, 전주산 황포묵이 정식 전주비빔밥의 필수요소로 사용된다.

마치 콩나물처럼 싹을 틔워 먹을 수도 있는데 이를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콩나물보다는 길이가 짧지만 콩나물과는 또다른 맛이 느껴진다. 해외에서는 대체로 콩나물 보다는 숙주나물 쪽이 훨씬 인기가 좋다. 아무래도 콩나물보다 숙주나물 쪽이 덜 억세고 부드러운 식감이기 때문인 듯.[2] 심지어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는 숙주나물을 훨씬 높게 쳐줬고 콩나물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비인기식품취급이었다.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미국 유학 시절에 숙주나물을 통조림하여 판매한 적이 있는데, 1922년 '라초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숙주나물을 판매했다. 당시 숙주나물을 모르던 미국인들 때문에 중국인 상대로만 팔고 있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길거리에 숙주나물이 쏟아지자[3] 이를 보고 신기해 한 미국인들이 그 이후로 숙주나물 통조림을 사갔다는 일화가 있다. 흠좀무. 그냥 요리해서 길거리에서 나눠주면 될 것을 아깝게시리...

서울대학교 근처 고시촌 쪽 유흥가를 "녹두거리" 또는 줄여서 녹두라고 하는데, 1980년대에 있었던 "녹두집"이라는 이름의 막걸리집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의 FM은 "녹두문대"인데 이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건물인 서관의 정오 차임벨이 아래 민요에서 따온 것에서 비롯되었다.

동학 농민 운동을 일으킨 전봉준의 별명(녹두 장군)이기도 하다. 관련 민요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한국 한정이지만 그린의 별명이기도 하다. 그린+콩라인=녹두.(잠깐 눈물 좀 닦고...) 새야 새야 빨간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는 간의 재생을 좋게 하므로, 한의학에서는 녹두와 약을 같이 먹지 말라고 권장한다. 간이 좋아지면 한약의 성분까지 해독하기 때문(...)약을 해독해버리다니[4][5] 거꾸로 생각하면 술자리 콤보나 연말 연속 회식 등으로 간에 무리가 많이 갈 것 같은 시기에 녹두를 섭취하면 아주 좋다는 이야기다.
  1. 엄밀하게 말하면 빈대떡 자체가 녹두로 만든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녹두가격이 오르면서 녹두를 제외한 빈대떡이 파생되었다.
  2. 콩나물은 삶아도 아삭아삭한 감이 살아있지만 숙주는 살짝 데치는 정도로도 숨이 확 죽는다. 반면 이런 점 때문에 숙주를 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3. 일부러 홍보를 위해 사고를 냈다는 설도 있다(...)
  4. 먹는 사람 입장에서야 약이 좋다는 걸 알지만, 간의 입장에서는 그냥 외부물질이나 다름없다(...)
  5. 실제로 독과 약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지 호전시키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독이라도 상황에 맞게 쓰면 약이 되며, 약이라도 상황에 맞게 처방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