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홍콩 영화
1994년 개봉 당시 포스터
2008년 리덕스 버젼
東邪西毒 / Ashes of Time
1 개요
왕가위 감독의 무협영화. 김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나, 내용 자체는 사조영웅전의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꾸민 것이다. 시간대 순으로 따지면 사조영웅전의 프리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서독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에 명성을 떨치기 전에 청부살인 중개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구양봉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과거에 얽매여 사막을 떠나지 못하는 '서독' 구양봉과 과거를 떨쳐내긴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방황하는 '동사'황약사의 대비가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데 검술로 지존에 자리까지 오른 독고구패의 기원, 훗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 홍칠공과 구양봉의 과거사 등[1] 사조영웅전의 독자라면 흥미로워 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영화가 대중적인 취향하고는 거리가 먼데, 특유의 늘어지는 스토리텔링, 무협영화 임에도 액션씬의 비중이 매우 적다는 점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선 지루할 수 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은유와 상징, 과하게 신경쓴 영상미를 볼때 사실 무협영화의 탈을 쓴 예술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영웅본색이 느와르의 탈을 쓴 무협영화인 것처럼
2 상세
주연은 장국영, 양가휘, 임청하, 장학우, 양조위, 유가령, 양채니, 장만옥으로, 홍콩의 유명 배우들을 총동원하여 찍었으나 왕가위 특유의 계획성 없는 촬영으로 인해 제작이 지지부진하여, 주연들과 스텝들을 그대로 돌려 동성서취라는 코미디 영화를 찍어 개봉까지 하고 나서야 개봉할 수 있었다. 동성서취가 더 흥행했다는 것이 함정. 항목 작성도 동성서취가 먼저다
거물 영화 제작자인 등광영의 간섭 아래 만들어진 열혈남아를 통해서 감독으로 데뷔한 왕가위는 다음작으로 등광영의 지원에 힘입어 장국영, 양조위, 유덕화, 장만옥 등의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아비정전을 등광영의 기대와 달리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어버렸고 흥행에 참패한다. 아비정전으로, 영화 제작자이자 홍콩영화계의 큰 형님 등광영을 분노하게 만든 왕가위는 이후 등광영의 품을 떠나 유진위 등의 지인들과 손을 잡고 또 한 번의 영화를 찍는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왕가위 특유의 무계획적인 진행 방식과 김용 원작 소설의 방대함, 그리고 흥행에 대한 압박감 등이 겹쳐 제작이 한번 중단되고 만다. 이지 라이더를 연출하며 영화적 명성을 높혔으나 페루에서 촬영한 마지막 무비(The Last Movie)로 인해 몰락하고 말았던 데니스 호퍼 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왕가위의 친구이자 동사서독의 제작자로 나선 유진위는 주성치 주연의 코미디 영화 도성을 만들어서 흥행을 거두었던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 동사서독 촬영에 참여한 출연자들로 급히 동성서취를 만든다. 1993년 설날에 개봉한 동성서취는 흥행대박을 터뜨렸고 이는 유진위가 가지고 있던 금전적인 압박을 풀어줬을 뿐만 아니라 긴 촬영 일정에 지쳐있던 배우들의 긴장감도 해소시켜 주었다. 제작자인 유진위가 이렇게 고군분투를 할 동안 왕가위는 동사서독의 촬영지인 중국의 사막에서 홍콩으로 귀국해서 스트레스도 풀 겸 가벼운 마음으로 중경삼림을 연출한다. 제작 유진위, 감독 왕가위, 촬영 유위강, 크리스토퍼 도일, 미술 장숙평 등이 투입된 중경삼림은 등광영의 입김이 들어간 열혈남아, 난해하고 지루했던 아비정전과 달리 왕가위적이면서도 관객이 열광하는 영화가 되었다
동성서취를 만들고 중경삼림까지 만든 이후 인물 설정을 많이 바꾸고 뒤늦게 신인배우 양채니를 합류시키는 등의 변화를 준 끝에 동사서독이 완성된다. 이 부분은 2015년 8월 16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었다.
3 등장인물
장국영 : 서독 구양봉- 고향을 떠나 변방사막의 객잔에서 살고 있는 무공고수
사막이 있는 변경 지역에 집을 짓고 살며, 살인이 필요한 사람과 살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곤 한다.
사람목숨을 주판으로 계산하는 냉정한 인물임과 동시에 자신의 형수가 된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에 실패하고 도망친 황량한 사막에 갇힌 인물로, 그 형수는 죽어가며 황약사를 통해 취생몽사라는 농담으로 메세지를 보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서야 깨닫게된다.
형수의 부고를 듣고나서 자신을 둘러싼 사막이 황량하다는 걸 느끼고 친구 황약사처럼 그 괴로움이라도 잊어보고자 취생몽사를 마셔보지만 마시면 무엇이든 잊고싶은 일을 지울 수 있다던 형수의 농담과 다르게 기억은 더욱 선명해져갈 뿐이었다. 그 이후 흑화가 더욱 진행되어 청부살인업을 계속한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비슷한 대사로 살인청부를 부추기는데 후반의 씬이 더욱 서독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편.
마지막에 자신의 주막을 불태우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우리가 아는 진정한 악인인 서독 구양봉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인 듯하다.
양가휘 : 동사 황약사- 영화 초반, 기억을 잊는 술 '취생몽사'를 가지고 친구인 구양봉을 찾아온다. 바람둥이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맹무살수(양조위)의 아내(유가령)와 불륜을 저지르는가 하면, 모용연/모용언(임청하)과도 썸을 탔다가 애증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사실 구양봉과 똑같은 여자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마음이 구양봉에게만 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많은 것을 잊고 고향의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것만 기억하기로 한다. 형수를 좋아했던 마음을 고백하는 씬에서 사랑받는 느낌을 알지 못해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다는 언급이 있어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이 여러 삐뚤어진 행동들의 원인이 된 듯. 그 이후 6년이 지나 고향에 돌아갔다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세월 방황을 하며 돌아다닌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괴인 동사라고 불리는 인물이 된다.
임청하: 모용언/모용연 (1인 2역)- 황약사에게 상반된 두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
본래 남장으로 신분을 숨기고 있다가 술해취해 자네 여동생이 있으면 아내로 삼겠다던 황약사에게 홀딱 반해서 황약사를 사랑하는 모용연과 여동생(모용연)을 바람맞힌 황약사를 죽이려고 하는 모용언으로 분열돼버린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구양봉(장국영)에게 황약사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려고 왔다가 자아가 분열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구양봉을 황약사로 착각하고 하룻밤을 보낸 뒤 사라진다.
이후 호수에 비친 자신(분열된 자아를 상징하는 듯)과의 끊임없는 칼질 끝에 고수 독고구패란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해준다.
양조위: 맹무살수- 시력을 잃어가는 검객.
자신의 아내와 바람이 났던 황약사를 다시만나면 죽이겠다고 맹세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적떼와의 혈투 도중 날씨가 어두워지면서 시력 문제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목숨을 잃고 만다. 왼손잡이 검객에게 칼을 맞고 목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데 이 장면에서 일본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 등장하는 명대사를 읊조린다.
맹무살수의 시체는 무덤에 묻히지 못하고 사막에 그대로 버려졌으며 홍칠공(장학우)과 마적떼가 싸우기 직전 구양봉이 홍칠공에게 그 시체를 보여주며, 맹무살수에게 한 번의 칼질로 치명상을 입혔던 왼손잡이 검객을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유가령: 도화삼랑- 맹무살수의 아내이면서 황약사의 불륜 상대.
영화 속에선 말을 쓰담쓰담하고 있는, 애마부인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맹무살수가 말하는 '내 고향의 봄에는 복숭화꽃이 아름답게 핀다'의 복숭아꽃은 사실 식물이 아니라 이 부인을 뜻하는 것이다.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만나러가려했던 것 같으나 실패로 돌아간다.
양채니: 가족의 복수를 원하는 소녀- 가진 것이라고는 바구니에 든 달걀과 시집갈 때 쓰려고한 당나귀뿐이라서 그걸로 주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하지만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맹무살수(양조위)와 구양봉(장국영)은 그녀를 보며 자신의 옛 사랑을 각각 떠올린다. 홍칠공(장학우)이 그 복수를 이뤄주지만 그 과정에서 손가락을 하나 잃게 된다.
장학우: 홍칠공- 달걀팔이 소녀의 복수에는 성공했으나 손가락을 잃는 부상을 입고 만다.
구양봉은 하찮은 달걀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걸었다며 무모한 행동이라고 핀잔을 주지만 구양봉과는 다른 자신을 확인한 홍칠공은 그저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홍칠공은 사막까지 자신을 쫒아온 아내와 함께 사막을 떠난다. 자신과는 달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저없이 행하는 홍칠을 보며 구양봉은 진정한 질투를 한다. 자신은 그런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홀로 사막에 찾아와 갇힌 존재이기 때문..
엔딩에서 홍칠과 구양봉은 재회하여 검을 겨루는 장면이 나온다.(짧게 나온다. 홍칠은 구양봉을 보고 놀라지만 구양봉은 씨익 조개며 검을 겨룬다.)
장만옥: 구양봉의 형수이면서 옛 연인- 구양봉의 절친이기도 한 황약사(양가휘)에게 '취생몽사' 술을 전해준다. 황약사는 해마다 그녀를 만나고 와서 구양봉에게 찾아왔던 것. 구양봉은 그 술을 앞에 두고, 취생몽사는 그녀가 했던 농담이었다고 회상한다.아마 구양극일 그녀의 아이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먼 곳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라는데, 그러한 모습에 구양봉을 느낀건지, 젊었을 때는 사랑이라는 말을 중요시했지만 이제는 그런 말은 하거나 말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오열한다.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구양봉과의 과거와 그에 대한 반감으로 그의 형수가 되고 같이 도망가자는 구양봉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던 자신의 오기를 후회하는 장면..
이 영화의 진 히로인으로 병사한다.
동사서독 완성본과 영화 제작이 도중에 한번 중단되기 전에 만들어진 초기 제작본은 캐스팅이 달랐다. (초기의 캐스팅은 동성서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동사서독 완성본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맹무살수 역을 맡은 양조위는 원래 구양봉 역으로 캐스팅 되었고 완성본에서 구양봉을 맡은 장국영은 원래 동사 황약사로 캐스팅되었다. 동사서독에서 황약사 역을 맡은 양가휘는 신선이 되길 원하는 단황야 역으로 캐스팅 되었다. 이처럼 다른 배우들은 역할이 바뀌었지만 장학우는 동사서독, 동성서취 두 편 모두 홍칠공 역으로 출연했다. 양채니가 맡은 역할에는 원래 왕조현이 캐스팅되었으나 왕조현은 제작이 지지부진해지자 하차하였다.[2] 동사서독에서 맹무살수(양조위)의 아내 역을 맡은 유가령은 본래 캐스팅되지 않았으나 동성서취를 촬영할 때 새로 생긴 배역인 주백통 역을 맡게되면서 영화에 참여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장국영: 황약사 ㅡ 구양봉
양가휘: 단황야 ㅡ 황약사
양조위: 구양봉 ㅡ 맹무살수
유가령: 주백통 ㅡ 맹무살수의 아내(도화삼랑)
임청하: 삼공주 ㅡ 모용언/모용연/독고구패
장만옥: 주술사 ㅡ 구양봉의 연인이자 형수
장학우: 홍칠공 ㅡ 홍칠공
왕조현: 소사매 ㅡ X.(95년 최초 개봉버전에는 엔딩에 잠깐 나옴.. VHS로 보면 더 명확히 알아볼 수 있음)
4 기타
신용문객잔, 동방불패, 녹정기, 황비홍, 철마류 등 기존 홍콩 무협영화를 생각하며 동네 대여점에서 빌린 비디오테이프로 동사서독을 감상한 이들은 모용언과 모용연 1인 2역을 연기한 임청하가 애증의 감정을 분열적으로 드러내며 구양봉 역을 하는 장국영을 안는 장면에서 영화를 스톱시키고 비디오테이프를 고스란히 반납하는 일까지 있었다.
2008년 감독이 영상을 새로 재편집하여 '동사서독 리덕스'로 2008년 칸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되었다. 이 리덕스 버젼은 2013년 12월 5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되기에 이르렀다. 리덕스 버전 오프닝에 장국영과 양가휘가 각자 엄청난 무공을 선보이는 장면은 있으나 구양봉(장국영)이 좁은 객잔에서 혼자 마적떼를 상대하고 미소짓는 장면이 생략되었다[3].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 유순은 영화 속 출연장면이 통채 날아간 셈.
이 외에도 리덕스에서는 OST나 일부 장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예를 들어 객잔에서 시비가 붙은 모용언을 말리던 황약사가 모용언에게 칼을 맞는데 원작에서는
그림자로 고양이가 잘리는 장면이 나오지만 리덕스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OST도 미묘하게 바뀌었는데 원작 팬이라면 한번쯤 비교해가면 봐도 괜찮다.
5 관련 항목
- ↑ 구양봉이 홍칠을 소개할 때 "이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름에 칠(七)자가 들어간 사람하고 지내면 단명한다는 사주가 나왔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 ↑ 동성서취에서는 소사매, 황약사(장국영)와 삼공주(임청하) 사이를 질투하는 캐릭터로 출연한다. 또한 국내 비디오판 엔딩에 왕조현이 잠깐 얼굴만 스쳐간다. 매의 눈으로 찾아보면 보인다.
- ↑ 엔딩 부분에 구양봉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복장을 한 무리를 상대하는데 봉을 든 홍칠공이 나온 것으로 볼 때 마적떼가 아니라 개방이다. 애초에 작중 마적떼는 구질구질하긴 했지만 오프닝의 그 무리들처럼 아예 거적대기를 걸치고 나오진 않았다.